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건물에는 으레 창이 있습니다. 내부공간에 바깥의 빛을 들이기 위한 것입니다. 한편으로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창을 어느 위치에 어떤 크기로 뚫느냐에 따라 빛의 양이 달라지고, 그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집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네스 호에서 B&B에 묵은 적이 있습니다. B&B는 Bed & Breakfast의 약자로 이를테면 민박집입니다. 집주인의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방에서 잠을 자고 나름대로 푸짐한 영국식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지요. 내가 묵은 방은 2층의 구석에 위치했고 화려한 꽃무늬로 치장되어 있었습니다.
그 방에는 서북향의 작은 창이 하나 뚫려 있었는데 낡고 추운 지방의 집이라 창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 창 밖으로는 영국식 정원 너머로 유명한 호수가 보였습니다. 삐걱거리는 창을 열자 하일랜드(Highland)의 서늘한 바람이 방안으로 스며듭니다. 호수에는 소문대로 괴물이 살고 있었는데 창을 내다보고 있으니, 내게 안녕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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