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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스케치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서울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잘 늙은 사람의 얼굴은 아름답습니다. 선한 웃음과 삶의 인내로 빚어진 주름살은 보기에 좋습니다. 열정의 땀방울로 노화된 피부는 흉하게 보일 리 만무합니다. 진정성을 가진 눈빛은 변하지 않기에 감동적입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람의 얼굴이 변하는 것처럼 도시의 모습도 바뀝니다. 한 도시가 어떤 주름살과 어떤 피부, 어떤 눈빛을 갖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도시의 모습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닮기 때문입니다. 도시 풍경에 여유가 묻어난다면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분명 여유로울 것입니다. 반듯반듯한 도시의 사람들은 성격도 반듯할 게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의 모습은 깍쟁이 같습니다. 깍쟁이라는 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단 서울시민들의 표정을 닮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제법 깍쟁이입니다. 나는 원래부터 이 도시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며 혼자서 쿡쿡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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