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우리에게 남미 대륙은 여전히 미지의 땅입니다. 단순히 물리적 거리가 멀어서만은 아닐 겁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이뤄지는 삶의 모습은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가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다릅니다.
정열적인 태양이 북쪽에서 내리쬐는 남미의 여러 장소들 가운데서 더욱 특별한 미지의 세계 한 곳이 있다면 바로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입니다. 1960년에 대륙의 한가운데 불쑥 생겨난 이 도시에는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루시우 코스타라는 도시계획가와 오스카 니마이어라는 건축가가 종이와 연필을 이용해 천지를 빚어내듯 도시를 만들어냈습니다. 비행기를 닮은 도시의 모양이나 기하학적으로 생긴 도시의 건축물들은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비인간적인 계획도시라는 악명을 수십 년 동안 안고 있었지만 그 인간성의 상실이 오히려 브라질리아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격동의 20세기를 보낸 남미 대륙이었기에 가능했을 이 과감한 도시의 창조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우리의 도시에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참고로 그곳은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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