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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사회학

[주거의 사회학](4부) 대안을 찾아서…④ 새로운 주거문화를 위하여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공공임대주택 늘리고, 재개발 아닌 ‘도시재생’을
ㆍ토지공개념 바로 세워 불로소득 환수시스템 갖춰야

‘부동산 불패신화’가 공고했던 한국의 주택시장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대량 보급과 자가보유가 중심이 돼왔던 주거문화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향후 10년 안으로 큰 폭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앞으로 ‘집’은 어떤 곳이 되어야 할까. 그런 ‘집’을 만들기 위해서 경제·정치·사회부문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주거의 사회학’ 마지막회로 전문가들과 함께 그 방향을 가늠해봤다.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임대제도 개선

지금까지 한국의 주택정책은 ‘자가보유’를 늘리는 공급만능주의였다. 하지만 집값과 서민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다. 보급률 100%를 목표로 주택시장에 계속 새 집을 공급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투전판’이 된 한국의 주택시장에서 심각한 오류를 드러냈다. 공급이 늘어나도 집값은 오히려 치솟는 ‘기현상’을 목도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늘려 집값과 임대료의 지나친 상승을 막고 서민주거를 안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2%(약 46만개)인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10%까지 늘리고 민간임대를 제도화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부동산학) 등은 “수도권의 택지부족, 재정문제 등을 감안하면 자가 60%, 민간임대 30%, 공공임대 10%의 비율에 맞춰 정책 방향을 맞추는 게 현실적 접근법”이라고 말한다.

아파트 위주의 공공임대주택 패러다임도 변화가 요구된다. 서울과 수도권 외곽에 보금자리, 국민임대 등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을 벗어나 앞으로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박사는 “임대주택을 아파트로 지으면 비용이 많이 들어 많은 가구를 공급하기 어렵다”며 “서울시는 오래된 다가구주택을 1600채가량 매입해왔는데, 이것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바꾸면 다가구주택 1채당 20~30가구씩 최대 4만8000가구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할 경우 기존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민간임대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를 내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김헌동 경실련 단장은 “전체 주택의 98%를 민간이 보유한 상황에서 민간임대가 이뤄지고 있는데 다주택자도 주택임대업으로 등록한 법인이 없다. 이들의 등록을 유도해 정부가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률상으론 전세계약 2년 뒤 보증금을 5%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공공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탓에 집주인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리거나 세입자를 내쫓는 사례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민변의 김남근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 ‘갱신청구권’을 만들어서 2년 동안 집값이 폭등하면 임차인들이 갱신청구권을 갖고 4년까지 연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임대차등록제도를 실시해서 ‘공시’ 기능을 갖춤으로써 모든 임차인들이 임대료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먹구구식인 임대료의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세입자와 임대인 양측이 합의할 만한 기준표를 작성해 주택임대시장을 안정시킬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고가 부동산에 대한 세금과 재개발에서 발생하는 이익환수,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과세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셋방살이’에 가슴앓이만 했던 세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한 단체를 결성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임대주택의 공급을 통해 서민의 주거가 안정되려면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의 현실화 등 소득수준이 보장돼야 한다. 참여정부 당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했지만 비싼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떠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주거는 소득수준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결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저소득층의 낮은 소득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큰 틀에서의 주거복지”라고 말했다. 만약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라면 ‘바우처’ 발급 등을 통해 주거보조비를 지원하고, 집주인에게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세입자의 안정된 주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임대 시장에서 임대료가 오르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공공임대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늘려 임대료를 안정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결혼과 출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청년층의 주택난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집값이 폭등할 경우 ‘저출산’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진보신당은 현재 만 35세 이상에게만 내주는 전세자금 대출을 35세 이하로 대상을 확대할 것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현재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SHIFT)가 앞으로 임대주택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한 전문가는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임대주택이지만 공급이 적어 당첨만을 노리게 한다는 점에서 ‘로또’나 다름 없다”며 “지금 가격도 너무 비싸고,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도 계속 시프트에 산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원 ‘나눔과 미래’ 지역사업국장은 “장기전세일 경우 보증금이 20년간 묶여 있어서 SH공사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인식전환

민간기업 중심의 불투명한 재개발 행정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 현 재개발은 착수 이전에 기반시설비용을 포함한 추가비용이나 용적률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됐다. 영세가옥주들은 개발이 착수된 뒤에야 추가분담금이 예상치의 2~3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분담금을 낼 수 없어 집값이 싼 외곽으로 밀려나는 게 다반사다. 길음뉴타운의 경우 집주인의 재정착률은 22%에 불과했고 세입자를 포함할 경우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이보다 더 낮다. (1부 3회 ‘길음뉴타운’편 참조) 이처럼 원주민의 정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철저한 ‘이익’ 중심의 개발은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남근 변호사는 “개발이익이 많은 중대형아파트 위주의 재개발 건축이 대부분이라 원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중소형 저가주택이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반면 수익성이 낮은 지역은 재개발조차 이뤄지지 않아 주거환경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파트 재개발의 경우 큰 평형의 비율을 20%까지 줄이고, 각 지자체는 현행법에 규정된 대로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해 낙후지역의 도로 건설 등 기반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며 “서울은 연간 1조원, 경기·인천은 연간 5000억원을 몇년간 축적하면 낙후된 지역에 기반시설을 깔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집을 고치는 비용을 부담하는 수준에서 균형개발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재개발을 민간조합과 건설회사 간의 계약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공공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각종 재개발비리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조합임원과 시공업체들의 야합으로 일반 가옥주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공공이 제3자적 위치에서 이를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의 25%만 찬성해도 개인의 재산권에 변동을 주는 관리처분계획이 가능한 현행법도 앞으로는 임차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에 그쳤던 ‘재개발’에 대한 개념이 주민 중심의 ‘도시재생’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주원 ‘나눔과 미래’ 지역사업국장은 “영국은 뉴타운을 만드는 데 보통 20~30년씩 걸린다. 단순히 주택을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활성화와 일자리 만들기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처럼 물리적인 환경개선에만 집중하는 것은 기존의 일자리와 커뮤니티를 해체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집과 일터를 한꺼번에 잃는 상가세입자나 기존 상권이 붕괴하는 현상(1부 2회 ‘가재울’편 참조)은 이 같은 한국형 재개발에 있어 ‘병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재개발의 폐해는 우리나라의 주택공급 체계가 ‘양적 팽창’에만 치중해온 데서 비롯된다.

1960~90년대까지만 해도 수도권의 인구가 급증하는 바람에 산술적으로는 매일 200채씩 주택을 지어야 공급이 충족될 정도였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싼값에 민간의 토지를 수용한 뒤 민간 건설회사에 공급, 고층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최소비용, 최대공급’의 주택정책을 견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주택 수요자라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기존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등 소수 철거민들의 희생이 수반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민간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강제취득권’을 인정하고 있는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여러 학자들이 지적한다. 김용창 서울대 교수(지리학)는 “국가가 개발에 개입할 때는 공공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구조를 보면 민간 이익 창출을 돕느라 공공이 수용권을 발휘하는 게 문제”라며 “보상 역시 현금보상이 중심인데, 현 보상기준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보상할 재산적 가치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체와 정부의 자세변화

집값 거품은 건설회사들이 고가로 신규분양을 하면서 부풀린 측면이 있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을 주도해온 김헌동 경실련 단장은 건축비에 그 혐의를 둔다. 그는 “원래 정부가 ‘주공아파트’를 통해 아파트 표준형 건축비를 정해서 민간건설사들이 비싸게 팔지 못하도록 규제했던 게 지난 정부 들어 공기업의 ‘수익경영’을 용인하면서 깨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현재 국토해양부에서 제시하는 ‘기본형 건축비’는 평당 500만원 이상으로 10년만에 2배 이상이 올랐는데도 왜 그런지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투명한 비용구조가 건설사들의 수익보장에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아파트 자재는 콘크리트 등을 제외하면 중국 OEM이 60~70%이고, 건설 인력에는 저임금 외국인노동자가 많아 건축비가 많이 오를 이유가 없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건축비 구성 내역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건과 금융의 유착관계도 ‘수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선진국의 경우 건설회사는 토목·시공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보증이나 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연결돼 있다. 이렇다보니 건설회사들의 영향력은 필요 이상으로 커지고 도시개발은 수익을 최대화하는 ‘자본의 논리’로 쉽게 왜곡된다. 이렇게 건설산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정부 정책마저 그 인질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집값이 하락할 때마다 양도소득세 감면 등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하고, 건설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후분양제를 유지한 채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논의하는 게 현실이다.

도시사회학자 테오도르 폴 김은 이 같은 비윤리적 현상이 “평생 ‘노동’한 무주택자의 피와 땀을 착취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건설회사들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토건개발의 종합건설제도를 없애는 대신 공정별로 전문기업이 단독계약에 따라 책임시공을 하면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대기업의 부정부패가 방지되며 건설비도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부 역시 경기부양 카드로 부동산정책을 남발하던 관행을 버릴 시점이다. 김수현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토지·주택의 본래 기능이 아니라 정치적 지지를 위한 수단이나 경제정책의 하위수단으로 사용해 부동산정책의 일관성이나 신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경제회복 때 부동산가격 폭등이나 과잉투자 등이 벌어질 경우 국가경쟁력이 저하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성의 회복, 도시의 재생

그동안은 우리 사회에서 ‘내 집’ 소유가 중요한 과제였다면, 앞으로는 ‘어떤 도시에서 사는지’도 중요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아파트 일색의 주거문화는 이제 수요자들의 기호를 맞출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를 대신할 새로운 주거문화는 어떤 것일까. 건축평론가 전진삼씨는 “2020~2025년에는 인구 감소로 세대수가 줄어들고 1인 가구와 노령화가 심화되기 때문에 기존의 중대형 아파트보다는 소형·원룸주택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기존의 주상복합은 복합체 커뮤니티로의 리노베이션이 불가피해지고, 이때는 아파트나 주상복합이라는 형태보다 ‘공공공간’이 넓은 집이 좋은 주거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확대라는 ‘불도저’에 밀려 잊혀졌던 도시공동체, 역사, 문화를 회복하기 위한 공공의 도시계획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그간 도시개발이 위에서 아래로 일방향으로 이뤄져 왔다면 앞으로는 주민의 목소리를 함께 모아서 어떤 방향으로 도시를 만들어 갈지를 정하는 방식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10년, 20년 뒤 도시와 주거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공공부문의 지속적인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법제 및 세제의 정비

보통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집값, 즉 건물값이 오른다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물이 위치한 ‘땅값’, 즉 토지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낡은 아파트가 지방의 새 아파트보다 비싼 이유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토지공개념’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토지는 다른 자본과 달리 공급이 제한돼 있어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토지를 소유함으로써 ‘불로’ 이익에 대한 권리가 보장된다면 너도나도 토지나 구체적 형태인 ‘주택’을 보유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가 곧 ‘투기’의 원인이다.

‘토지와 자유 연구소’의 남기업 연구위원은 “개인이 점유한 토지의 현행 임대료만큼의 돈을 정부에 매년 납부하도록 해서 ‘수익권은 공공에, 이용권과 처분권은 개인에게’ 두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의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 세금을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유세와 임대소득세가 선진국보다 낮다 보니 건설업자와 다주택자에게만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근로소득보다는 불로소득인 임대소득과 양도소득에 대해 더 많이 과세하는 것이 선진국 방식이다. 부동산값이 올라 불로소득이 늘어날수록 열심히 일하는 이들의 근로소득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남기업 위원은 “부동산값이 오를수록 부동산을 임차하거나 구입할 때 더 많은 돈이 드는데, 사실상 노력으로 얻은 소득 중 더 많은 부분이 부동산을 가진 이의 불로소득으로 건네지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사유재산’을 보장받으려면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시스템을 갖춘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소유 및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얻는 이익 중 일정 부분을 공공부문에서 환수하는 독일 뮌헨의 재개발 사례(4부 1회 ‘독일’ 편 참조)와 같은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도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과 관련한 각종 법은 건설업계가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반면 개발이익의 공공환수 개념은 크게 미흡하다. 도시주택과 관련된 법이 한결같이 ‘촉진법’이나 ‘특별법’이라는 사실은 빨리 부수고, 빨리 짓는 우리의 주택건설 문화를 대변한다.

구체적으로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2009년)은 택지개발촉진법보다 규제가 덜해 지구 지정만으로도 그린벨트 해제를 할 수 있다.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2005년)은 재정비 촉진지구 내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할 수 있어 개발 속도를 올렸다.

전두환 군사정부 때 지정된 ‘택지개발촉진법’(1980년)은 정부가 택지를 지정해 싼값에 매입함으로써 사실상 민간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다. 참여정부 때는 부동산개발 관련 특별법이 무더기로 만들어지면서 토지의 공공성을 실현하려던 당초의 계획이 뒤틀렸다.

김용창 교수는 “왜곡된 공공복리,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국책사업을 추진하려고 특별법을 남발하다 보니 법제도 시행이라는 점에서도 큰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토지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대한 기준을 일관성 있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금융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리금을 만기에 일시상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집값이 오른다는 ‘가정’ 하에 주택 구입을 위한 개인의 무리한 대출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장영희 박사는 “현 주택금융 방식은 집값이 오를 때나 가능한 얘기”라며 “외국식 모기지는 20년 동안 원리금을 조금씩 갚아나간다. 이 경우 DTI(총부채상환비율)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되고 무리한 부동산 구입을 막을 수 있어 주거안정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 특별취재팀 = 최민영(사회부)·이주영(산업부)·김기범(사회부)·임아영(전국부) 기자, 김설아·황성호 인턴기자
■ 공식 블로그 = http://whereliv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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