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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사회학

[주거의 사회학]60, 70년대부터 ‘경관 보존’ 노력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일, 고도보존법 등 제정, 역사·전통 미관 지키기… 건물 높이·색채 등 제한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도시인 교토는 인구 147만명의 대도시다. 시청 주변과 교토역 주변 등 일부 중심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층 건물들로 이뤄져 있다. 주택가는 대부분 단층이나 4~5층 이하의 저층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기온신바시(祇園新橋), 산네이자카(産寧坂) 등의 지역은 근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교토시 토박이인 시게모토 나오토(60)는 “중심지는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많이 들어서서 걱정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며 “교토는 다른 대도시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와 역사경관이 잘 보존돼 있어서 주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목조가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일본 교토 기온신바시(祇園新橋)의 한 거리를 관광객들과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교토 |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일본에는 교토처럼 비교적 경관이 잘 보존된 도시가 많은 편이다.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경관보존을 위해 일찍부터 관련 법규를 제정한 노력을 기울였을 뿐 아니라 개발에 맞서 마을경관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함께 존재했던 덕분이다.

1966년 일본 정부는 교토, 가마쿠라, 나라 등 문화재가 많고, 경관보존의 필요성이 높은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고도보존법을 제정했다. 역사적 풍토보존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개발행위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2004년에는 경관법을 제정해 문화재 보존이나 건물 높이 제한뿐 아니라 마을 분위기와 자연풍경 등도 보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가마쿠라(鎌倉) 등 모두 28곳의 지자체가 관련조례를 만들어 마을 분위기와 풍경 등 경관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경관보호조례를 제정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도시경관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교토시는 70년대부터 도시 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72년에는 ‘시가지경관조례’를 제정해 미관지구 지정, 역사지구 보존, 옥외광고물 규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오카야마현(岡山縣) 구라시키시(倉敷市)는 68년부터 전통미관보존조례를 만들어 건축물 규제뿐 아니라 거리 형태를 보호하고 있다. 이시카와현(石川縣) 가나자와시(金澤市)도 같은 해 역사적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통환경보존조례를 제정하는 등 현재 500여개의 지자체가 경관보존을 위한 조례를 두고 있다.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인 일본 교토 산네이자카(産寧坂) 지역에 약 200년의 역사를 가진 목조가옥들이 들어서 있다. | 국토연구원 세계도시정보 제공


주민들의 노력도 현재의 경관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교토에서는 1980년대 거품경제 시기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되면서 전통가옥이 사라지고, 60m 높이의 교토역 등 고층 건물이 들어서자 이른바 경관논쟁이 시작되었다. 높이 규제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민들과 경관규제가 지역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기업들의 논쟁이 진행된 후 교토시는 95년 풍치지구조례와 시가지경관정비조례 등을 개정했다. 이 개정조례들에 따라 교토시는 건축물이 마을 정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미관지구 제도를 정해 건물을 지을 때 적합성을 허가받도록 하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산림 등 풍경과 조화로운 디자인을 만들도록 공공기관과 협의하는 내용도 도입했다.

교토 내 기온신바시 지구는 70년대 주민들이 보존운동을 펼친 사례다. 고층건물로 새로 짓고, 땅값이 오르는 것보다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는 인식을 갖게 된 주민들이 시에 지역 경관을 보존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 지구는 76년에 중요전통적건조물군보존지구로 지정돼 현재까지 예전의 경관이 보존돼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단순히 건물의 높이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풍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지자체와 시민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효고현(兵庫縣) 아시야시(芦屋市)의 경우 시에서 만든 경관조례를 통해 개발업자들의 고층 건물 건설을 막고 있다. 지방자치총합연구소 스가와라 도시오 연구원은 “아지야시의 경관조례는 건물 높이 제한뿐 아니라 건물의 색채에 대한 규정도 들어 있어 일본에서도 독특한 사례 중 하나”라며 “지자체의 노력을 통해 경관을 보존하게 된 좋은 사례여서 일본 전역으로 전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최민영(사회부)·이주영(산업부)·김기범(사회부)·임아영(전국부) 기자, 김설아·황성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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