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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턴키 심의 한 번에 최고 2억 뒷거래… 재개발 수주에 뿌리는 돈만 수십억”
현재 서울시내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이 진행 중인 구역은 155곳,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아파트·연립주택은 25곳에 이른다(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재개발과 재건축은 노후화로 열악해진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심 재생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이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 건설사들의 개발 이익을 따먹기 위한 일감으로 변질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개발 사업에 들어갈 때 시공사 선정 전에 쓰는 돈만 30억~40억원이에요. 사업 못 따면 모두 날리는 거죠. 그러면 시말서고 뭐고 없어요. 회사에서 바로 멱살 잡힙니다.” 최근까지 서울 강북지역에서 재개발 영업소장을 지낸 대형 건설사 직원 이모씨의 말이다. 그는 재개발 사업 수주를 위한 건설업체간 경쟁을 “선거랑 똑같다”고 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OS(아웃소싱)요원’으로 불리는 아줌마들이 매일 오전 8시 출근해 그날의 전략을 짭니다. 전날 경쟁사의 동태, 홍보전략을 분석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홍보할지 작전을 짜는 거죠. 아줌마들은 조합원과 밀착해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홍보하고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일당이 17만원 정도 돼요. 수주를 하면 성공불도 따로 지급하고요. OS는 평소 10명 정도 운영하다 시공사 선정 날짜가 임박하면 70여명, 많으면 100~150명까지도 늘어나요.”
재개발 수주 전에는 보통 3~4개 건설사가 입찰에 뛰어든다. 이씨는 “시공사로 뽑히기 위한 영업대상 1순위가 조합 대의원이고 그중에서도 조합장(추진위원장), 총무, 감사, 그 동네의 ‘빅 마우스’가 A급 관리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람들 자녀가 결혼한다고 하면 ‘원하는 대로’ 도와줘야 하고, 동네에서 행사라도 하면 몇백만원씩 찬조도 한다”며 “다만 문제가 될 수 있어 우리도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시공사로 선정된 후 건설사들이 애초 제시한 것보다 공사비를 올리는 것은 수주 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이씨는 “건설사들은 입찰시 달랑 도면 두 장 보고 들어갑니다. 단지배치도랑 평면도가 전부예요. 조합원들에게 수치로 자료를 제시해야 하니까 그것만 보고 비용을 뽑아 제안서를 만드는 거죠. 제안서는 100페이지가 넘는데 조합원들은 공사비 액수만 보지 내용 다 안봐요. 실제 공사를 하려면 땅이 화강암이냐 모래냐, 마감재는 뭘로 할 거냐 등에 따라 공사비가 천지차이가 되는 거죠. 또 사업심의 들어가면 소방법, 도정법 등에 따라 도면이 더 구체화되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이 요구하는 게 많아집니다. 그러면 처음에 3.3㎡(1평)당 340만원이던 공사비가 440만원이 돼있는 거죠.”
늘어난 사업비는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돼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의 부담이 된다. 추후 공사비가 올라가면 다른 건설사의 로비를 받았던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을 반대하고 이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면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수주가 과열되면 공사비가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것이다.
이씨는 법·제도적 허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가 2003년 300개 이상의 재개발을 한꺼번에 추진하면서 면밀한 수요 조사나 법 정비를 안했다”며 “싸울 수 있는 테두리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만들어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다들 교도소 담벼락 걷는 심정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처음부터 건설사가 사업을 주도하다보니 조합이 끌려다니면서 불법 행위에 엮이는 경우가 많다”며 “재개발 시장 자체가 절차의 투명성이나 주민 권익 보호 등의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또다른 부문은 턴키 시장이다. 턴키는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가 모두 맡는 일괄수주 방식. 공사비 300억원 이상의 대형사업에 주로 적용된다. 가격 위주로 보는 최저가낙찰제 등과 달리 디자인·기술 등 설계분야를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설계심의에 참여하는 교수·연구원 등에 대해 건설사가 ‘상시 관리’하는 게 업계에선 관행처럼 통했다.
지난해 턴키 입찰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건설업체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사실을 고발한 연세대 이용석 교수. 다음은 이 교수의 증언이다.
“몇년 전 턴키 심의위원 후보자 풀단을 모집한다는 공문이 와서 등록을 했어요. 그 후 건설사에서 학교 동문이다, 제자다 라며 찾아와 밥 먹자 하고 자기네 사업을 심사하게 되면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해요. 조달청에 등록된 전문가 풀단이 3000여명이고, 심의 때마다 무작위로 뽑힌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언제 누가 심의위원이 될지 모르니까 평소에 다 관리를 하는 거죠. 심의 한번 나가면 보통 5000만원, 최고 2억원까지 준다고 들었어요. 달러가 부피가 작아 100달러짜리로 5만달러 갖다준답니다. 주로 대기업들이 하는데 어떤 곳은 교수들 관리하는 영업사원만 수백명씩 된다고 해요. 작년 8월 금호건설 상품권 로비를 폭로했는데 이후에도 로비가 들어오더라고요. 기가 막혔죠.”
이 교수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메시지를 기자에게 보여줬다.(사진 참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건설사들이 보낸 것으로, 저장돼 있는 것만 10여건은 됐다. 이 교수는 이런 문자를 한달에 평균 4~5개씩은 받는다고 한다.
“이런 문자 보내는 건 뒷거래하자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국민권익위에 고발했더니 감점사항이긴 하지만 감점할 순 없다고 하더군요. 경찰에서도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내사를 종결했어요. 그랬더니 건설사는 이를 악용해 더 하더라고요. 로비 때문에 원래 공사비보다 25% 정도 비용이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예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오는 거죠.”
한 대형 건설업체 임원은 “심사위원들이 평가시간 2~3시간 동안 모든 회사의 제안서를 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 친분을 만들고 미리 얘기를 해놔야 어떤 제안서를 냈는지 알 수가 있다”며 “턴키에선 설계 점수가 왕인데 평소 교수들을 안 만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5대 건설사의 경우 보통 풀단에 들어있는 교수의 3분의 2 정도는 관리를 한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에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대형 건설사들이 턴키 시장을 주도하다보니 수주를 둘러싼 담합 의혹과 함께 턴키 사업이 대기업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실련 김헌동 단장은 “상위 6개 대형 건설사가 턴키 사업의 70%, 10개사가 95% 가져가는 구조”라며 “지금까지 턴키 공사로 뿌려진 뇌물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등 총체적 비리가 심각한데도 불필요하게 턴키 발주가 남발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해 턴키 설계심사 평가단 규모를 발주기관에 따라 50~70명으로 줄이고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도록 법을 고쳤다. 그러나 이는 건설사들의 로비 대상을 줄여놓은 것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형사처벌을 하고 사업을 박탈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다보니 건설사들이 두려워하질 않는다”며 “업계의 뿌리깊은 관행을 뽑으려면 처벌을 강화하고 내부 제보자에 대한 보호와 포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토해양부와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공공관리제도를 만들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건설업체에 휘둘리고 유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사업이 끝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구청, 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조합별 사업 추진현황과 자금 내역 등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클린업시스템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김선덕 소장은 “공공관리제의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클린업시스템도 껍데기만 만들어봐야 소용 없다”며 “현재 사업자 위주로 돼있는 제도를 개선하고 공무원들이 주민들 입장에서 투명하게 관리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남은경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사업 타당성을 따져 꼭 해야 하는 곳이면 정부가 기반시설, 임대주택 등의 비용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이익이 발생하면 공공이 환수해 다시 주민, 세입자에 투입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현재 서울시내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이 진행 중인 구역은 155곳,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아파트·연립주택은 25곳에 이른다(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재개발과 재건축은 노후화로 열악해진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심 재생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이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 건설사들의 개발 이익을 따먹기 위한 일감으로 변질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개발 사업에 들어갈 때 시공사 선정 전에 쓰는 돈만 30억~40억원이에요. 사업 못 따면 모두 날리는 거죠. 그러면 시말서고 뭐고 없어요. 회사에서 바로 멱살 잡힙니다.” 최근까지 서울 강북지역에서 재개발 영업소장을 지낸 대형 건설사 직원 이모씨의 말이다. 그는 재개발 사업 수주를 위한 건설업체간 경쟁을 “선거랑 똑같다”고 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OS(아웃소싱)요원’으로 불리는 아줌마들이 매일 오전 8시 출근해 그날의 전략을 짭니다. 전날 경쟁사의 동태, 홍보전략을 분석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홍보할지 작전을 짜는 거죠. 아줌마들은 조합원과 밀착해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홍보하고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일당이 17만원 정도 돼요. 수주를 하면 성공불도 따로 지급하고요. OS는 평소 10명 정도 운영하다 시공사 선정 날짜가 임박하면 70여명, 많으면 100~150명까지도 늘어나요.”
재개발 수주 전에는 보통 3~4개 건설사가 입찰에 뛰어든다. 이씨는 “시공사로 뽑히기 위한 영업대상 1순위가 조합 대의원이고 그중에서도 조합장(추진위원장), 총무, 감사, 그 동네의 ‘빅 마우스’가 A급 관리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람들 자녀가 결혼한다고 하면 ‘원하는 대로’ 도와줘야 하고, 동네에서 행사라도 하면 몇백만원씩 찬조도 한다”며 “다만 문제가 될 수 있어 우리도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시공사로 선정된 후 건설사들이 애초 제시한 것보다 공사비를 올리는 것은 수주 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이씨는 “건설사들은 입찰시 달랑 도면 두 장 보고 들어갑니다. 단지배치도랑 평면도가 전부예요. 조합원들에게 수치로 자료를 제시해야 하니까 그것만 보고 비용을 뽑아 제안서를 만드는 거죠. 제안서는 100페이지가 넘는데 조합원들은 공사비 액수만 보지 내용 다 안봐요. 실제 공사를 하려면 땅이 화강암이냐 모래냐, 마감재는 뭘로 할 거냐 등에 따라 공사비가 천지차이가 되는 거죠. 또 사업심의 들어가면 소방법, 도정법 등에 따라 도면이 더 구체화되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이 요구하는 게 많아집니다. 그러면 처음에 3.3㎡(1평)당 340만원이던 공사비가 440만원이 돼있는 거죠.”
늘어난 사업비는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돼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의 부담이 된다. 추후 공사비가 올라가면 다른 건설사의 로비를 받았던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을 반대하고 이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면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수주가 과열되면 공사비가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것이다.
이씨는 법·제도적 허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가 2003년 300개 이상의 재개발을 한꺼번에 추진하면서 면밀한 수요 조사나 법 정비를 안했다”며 “싸울 수 있는 테두리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만들어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다들 교도소 담벼락 걷는 심정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처음부터 건설사가 사업을 주도하다보니 조합이 끌려다니면서 불법 행위에 엮이는 경우가 많다”며 “재개발 시장 자체가 절차의 투명성이나 주민 권익 보호 등의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또다른 부문은 턴키 시장이다. 턴키는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가 모두 맡는 일괄수주 방식. 공사비 300억원 이상의 대형사업에 주로 적용된다. 가격 위주로 보는 최저가낙찰제 등과 달리 디자인·기술 등 설계분야를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설계심의에 참여하는 교수·연구원 등에 대해 건설사가 ‘상시 관리’하는 게 업계에선 관행처럼 통했다.
지난해 턴키 입찰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건설업체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사실을 고발한 연세대 이용석 교수. 다음은 이 교수의 증언이다.
“몇년 전 턴키 심의위원 후보자 풀단을 모집한다는 공문이 와서 등록을 했어요. 그 후 건설사에서 학교 동문이다, 제자다 라며 찾아와 밥 먹자 하고 자기네 사업을 심사하게 되면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해요. 조달청에 등록된 전문가 풀단이 3000여명이고, 심의 때마다 무작위로 뽑힌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언제 누가 심의위원이 될지 모르니까 평소에 다 관리를 하는 거죠. 심의 한번 나가면 보통 5000만원, 최고 2억원까지 준다고 들었어요. 달러가 부피가 작아 100달러짜리로 5만달러 갖다준답니다. 주로 대기업들이 하는데 어떤 곳은 교수들 관리하는 영업사원만 수백명씩 된다고 해요. 작년 8월 금호건설 상품권 로비를 폭로했는데 이후에도 로비가 들어오더라고요. 기가 막혔죠.”
이 교수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메시지를 기자에게 보여줬다.(사진 참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건설사들이 보낸 것으로, 저장돼 있는 것만 10여건은 됐다. 이 교수는 이런 문자를 한달에 평균 4~5개씩은 받는다고 한다.
연세대 이용석 교수가 턴키 심의위원 풀단으로 활동하던 지난해 건설업체 직원들이 로비를 위해 이 교수의 휴대전화로 보낸 문자메시지들. | 이용석 교수 제공
“이런 문자 보내는 건 뒷거래하자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국민권익위에 고발했더니 감점사항이긴 하지만 감점할 순 없다고 하더군요. 경찰에서도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내사를 종결했어요. 그랬더니 건설사는 이를 악용해 더 하더라고요. 로비 때문에 원래 공사비보다 25% 정도 비용이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예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오는 거죠.”
한 대형 건설업체 임원은 “심사위원들이 평가시간 2~3시간 동안 모든 회사의 제안서를 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 친분을 만들고 미리 얘기를 해놔야 어떤 제안서를 냈는지 알 수가 있다”며 “턴키에선 설계 점수가 왕인데 평소 교수들을 안 만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5대 건설사의 경우 보통 풀단에 들어있는 교수의 3분의 2 정도는 관리를 한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에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대형 건설사들이 턴키 시장을 주도하다보니 수주를 둘러싼 담합 의혹과 함께 턴키 사업이 대기업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실련 김헌동 단장은 “상위 6개 대형 건설사가 턴키 사업의 70%, 10개사가 95% 가져가는 구조”라며 “지금까지 턴키 공사로 뿌려진 뇌물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등 총체적 비리가 심각한데도 불필요하게 턴키 발주가 남발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해 턴키 설계심사 평가단 규모를 발주기관에 따라 50~70명으로 줄이고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도록 법을 고쳤다. 그러나 이는 건설사들의 로비 대상을 줄여놓은 것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형사처벌을 하고 사업을 박탈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다보니 건설사들이 두려워하질 않는다”며 “업계의 뿌리깊은 관행을 뽑으려면 처벌을 강화하고 내부 제보자에 대한 보호와 포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토해양부와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공공관리제도를 만들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건설업체에 휘둘리고 유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사업이 끝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구청, 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조합별 사업 추진현황과 자금 내역 등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클린업시스템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김선덕 소장은 “공공관리제의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클린업시스템도 껍데기만 만들어봐야 소용 없다”며 “현재 사업자 위주로 돼있는 제도를 개선하고 공무원들이 주민들 입장에서 투명하게 관리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남은경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사업 타당성을 따져 꼭 해야 하는 곳이면 정부가 기반시설, 임대주택 등의 비용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이익이 발생하면 공공이 환수해 다시 주민, 세입자에 투입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 특별취재팀 = 최민영(사회부)·이주영(산업부)·김기범(사회부)·임아영(전국부) 기자, 김설아·황성호 인턴기자
■ 공식 블로그 = http://whereliv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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