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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사회학

[주거의 사회학]연간 건설폐기물 17만6447톤,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 매립

특별취재팀

개발은 철거로 이어지고, 철거로 인한 폐기물은 환경을 망가뜨린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설폐기물 연간 발생량은 2008년 기준으로 17만6447t에 달한다. 이는 1999년의 6만2221t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이 이뤄진 탓이다. 이 중에서도 폐콘크리트와 폐아스팔트 비율이 80%에 달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건설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매립지 면적은 여의도 크기와 비슷한 80만평 정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매립지에 뿌려 오염을 막는 데 사용하는 복토재만도 1만t 이상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들은 건설폐기물의 대부분이 재활용되고 매립이나 소각되는 양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복토재 등 단순용도로만 재활용되는 데다 건설현장에서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4%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건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하는 위험한 지정폐기물에 대한 소홀한 관리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성동구의 왕십리뉴타운 철거공사 당시 인근의 한 어린이집 실내 공기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또 민주노동당 이수정 의원실이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지역 3곳에 대한 석면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도4동 11구역의 토양샘플에서도 백석면이 나왔다. 정작 철거업체는 이에 대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해 석면이 공기와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심각한 것은 건설폐기물에 대한 불법투기가 만연하면서 투기로 인한 환경오염과 발생량을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폐기물을 처분할 장소가 부족하다보니 처리 비용이 오르고, 이 때문에 배출업체들은 돈을 아끼려고 폐기물을 불법으로 내다버리는 악순환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서해 백령도에서는 한 건설업체가 옹진군청 공무원과 짜고 지난해까지 5년간 무단 투기를 해온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업체는 옹진군청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2004~2009년 백령면 진촌리의 한 저수지에 콘크리트, 스티로폼과 석면 등 건축폐기물을 불법적으로 매립했다.

철거로 인한 건축폐기물이 발생하는 재개발지역에다 다른 지역의 폐기물까지 불법으로 갖다 버리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강원 원주시 단구동의 한 재개발지역에서 주택을 철거한 후 다른 곳에서 가져온 건설폐기물과 각종 산업폐기물을 대량으로 투기하다 적발된 게 일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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