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짓고 부수고 버리는 동안 멍든 산·바다, 석회석 채굴 26년 자병산, 110m 깎여
ㆍ돌산 깎아 자갈 만들고 마구잡이 바닷모래 채취, 생태계 파괴 심각
아파트를 지으려면 콘크리트가 필요하다. 콘크리트는 산을 깎고 파헤쳐 만들어진 석회석과 골재, 강과 바다에서 빨아올린 모래로 만들어진다.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동안 산과 해안선은 되돌릴 수 없도록 파괴되고 있다. 집들이 100년 이상 사용된다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재개발·재건축은 20~30년 단위로 되풀이된다. 이러한 주택개발문화는 환경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땅도 병들게 하고 있다.
봄은 왔지만 자병산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지난 4월 초 찾은 자병산에는 나무는커녕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고, 뿌연 흙먼지만 피어올랐다. 석회석 채굴이 시작된 지 26년. 백두대간의 한 자락이었던 자병산은 본모습을 잃고 황폐한 돌산처럼 보였다. 자병산 능선에서 석회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환경단체 회원들은 ‘자병산의 눈물’이라고 표현했다.
강원 정선에서 동해로 넘어가는 첩첩산중 속 꼬불꼬불한 42번 국도를 지나는 관광객들은 왼편으로 나타나는 헐벗은 산자락에 놀란다. 녹음이 짙어가는 다른 산들과 달리 자병산은 26년째 석회석 채굴이 이뤄지고 있다. 1985년부터 올해까지 (주)라파즈한라가 이곳에서 채굴한 석회석은 1억4000만~1억5000만t이다. 약 220㏊에서 이 같은 양을 채굴하면서 원래 해발 872.5m의 자병산은 2010년 현재 760m 정도로 깎여나갔다. 시멘트 채굴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30여년 후에는 50m가량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병산이 헐벗게 된 것은 아파트 건설에 필수적인 시멘트 때문이다. 70년대와 80년대 말 신도시 건설 등 전국적인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시멘트업체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석회석이 매장된 백두대간을 파들어갔다. 백두대간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아예 제재조차 없었던 탓이다.
산림골재 채취량은 연도별 주택공급 실적에 따라 오르내렸다. 연도별 주택공급실적이 58만5382가구로 크게 늘어났던 2003년을 기점으로 살펴보면 2002년 5835만1000㎥, 2003년 6478만1000㎥, 2004년 6365만2000㎥에 달했다. 그나마 현장확인이 가능한 자병산의 경우 환경단체와 라파즈한라의 노력을 통해 석회석 채굴이 끝난 지역 중 일부를 주변 산림 수준으로 복구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주민, 환경단체와 협의해 허가받은 부분만 채굴한다. 백두대간보존회 김경한 사무국장은 “동해시 인근에서 ㅆ업체, ㄷ업체 등이 대규모로 석회석 채굴공사를 하면서도 현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자병산과 달리 쉽게 볼 수 있는 곳도 아니어서 얼마큼 환경파괴가 진행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골재 채취로 인한 환경파괴는 자병산과 같은 큰 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작은 돌산들 역시 깎여나가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콘크리트 재료로 강에서 퍼올리던 자갈이 80년대 들어 고갈되자 아예 산을 깎아내 건설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 양주에서는 (주)삼표산업이 86년부터 가납리 도락산 일대 59만여㎡에 대해 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파작업으로 인한 소음과 환경훼손 등으로 인해 주민들이 공사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삼표 측이 2037년까지 총 133만여㎡를 개발하는 안을 새로 추진하면서 주민들과 업체, 양주시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도락산을 추가로 개발하는 것은 산을 그대로 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양주시도 ‘추가 개발은 안 된다’는 의견을 한강유역환경청에 전달한 바 있다. 김경한 사무국장은 “이름 없는 돌산 중에는 사라진 채 아무런 복원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곳도 있다”며 “강원도 동해 인근의 한 돌산은 소규모 업체가 개발하다 부도가 나면서 그대로 방치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폐해는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80년대 건설붐에 따른 무리한 채취로 강모래가 소진되자 바닷모래까지 채취하기 시작했다. 염분을 없애면 건축자재로 쓸 수 있다지만 노태우 정부 당시 지어진 분당 신도시의 경우 소금기가 빠지지 않은 모래가 사용되면서 콘크리트 균열이 발생해 ‘불량자재’ 논란이 일었다. 현재 서해안의 모래 채취현장에서는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근 섬 해변의 백사장이 축소되면서 주민들의 생활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찾은 인천의 송도신도시 인근 해변에서는 바닷모래 채취선이 한창 모래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인천 옹진군 앞바다에서 채취한 바닷모래가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옹진군 앞바다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한강 하구의 특성과 서울로 운송하기가 편리한 장점 때문에 바닷모래 전체 생산량의 약 60%를 쏟아내고 있다. 인근 섬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운동으로 2003년 한때 작업이 중단됐으나 2006년 초부터 채취가 재개됐다.
바닷모래 채취 작업이 바다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이유는 바지선에서 파이프를 통해 모래를 빨아올리고 바닷물은 그대로 흘러내리도록 하는 방식 때문이다. 어폐류의 주요 산란처인 모래가 빨아올려지면서 어폐류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고, 물이 빠지면서 2차 오염까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국장은 “바닷모래 채취 이후 인근 해역의 어류가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6·2 지방선거 인천지역의 후보를 단일화해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넣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ㆍ돌산 깎아 자갈 만들고 마구잡이 바닷모래 채취, 생태계 파괴 심각
아파트를 지으려면 콘크리트가 필요하다. 콘크리트는 산을 깎고 파헤쳐 만들어진 석회석과 골재, 강과 바다에서 빨아올린 모래로 만들어진다.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동안 산과 해안선은 되돌릴 수 없도록 파괴되고 있다. 집들이 100년 이상 사용된다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재개발·재건축은 20~30년 단위로 되풀이된다. 이러한 주택개발문화는 환경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땅도 병들게 하고 있다.
2004년 9월 위성촬영된 자병산의 모습. 당시 20년째 석회석을 채굴하면서 주변 산림과 달리 헐벗은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 | 구글어스 제공
봄은 왔지만 자병산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지난 4월 초 찾은 자병산에는 나무는커녕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고, 뿌연 흙먼지만 피어올랐다. 석회석 채굴이 시작된 지 26년. 백두대간의 한 자락이었던 자병산은 본모습을 잃고 황폐한 돌산처럼 보였다. 자병산 능선에서 석회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환경단체 회원들은 ‘자병산의 눈물’이라고 표현했다.
강원 정선에서 동해로 넘어가는 첩첩산중 속 꼬불꼬불한 42번 국도를 지나는 관광객들은 왼편으로 나타나는 헐벗은 산자락에 놀란다. 녹음이 짙어가는 다른 산들과 달리 자병산은 26년째 석회석 채굴이 이뤄지고 있다. 1985년부터 올해까지 (주)라파즈한라가 이곳에서 채굴한 석회석은 1억4000만~1억5000만t이다. 약 220㏊에서 이 같은 양을 채굴하면서 원래 해발 872.5m의 자병산은 2010년 현재 760m 정도로 깎여나갔다. 시멘트 채굴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30여년 후에는 50m가량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병산이 헐벗게 된 것은 아파트 건설에 필수적인 시멘트 때문이다. 70년대와 80년대 말 신도시 건설 등 전국적인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시멘트업체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석회석이 매장된 백두대간을 파들어갔다. 백두대간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아예 제재조차 없었던 탓이다.
강원 강릉시 옥계면과 정선군 임계면에 걸쳐있는 자병산에서 특수차량들이 석회석을 채굴하고 있다. 백두대간 보호법률이 제정 되기 전까지 석회석 개발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졌다. | 백두대간보존회 제공
산림골재 채취량은 연도별 주택공급 실적에 따라 오르내렸다. 연도별 주택공급실적이 58만5382가구로 크게 늘어났던 2003년을 기점으로 살펴보면 2002년 5835만1000㎥, 2003년 6478만1000㎥, 2004년 6365만2000㎥에 달했다. 그나마 현장확인이 가능한 자병산의 경우 환경단체와 라파즈한라의 노력을 통해 석회석 채굴이 끝난 지역 중 일부를 주변 산림 수준으로 복구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주민, 환경단체와 협의해 허가받은 부분만 채굴한다. 백두대간보존회 김경한 사무국장은 “동해시 인근에서 ㅆ업체, ㄷ업체 등이 대규모로 석회석 채굴공사를 하면서도 현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자병산과 달리 쉽게 볼 수 있는 곳도 아니어서 얼마큼 환경파괴가 진행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골재 채취로 인한 환경파괴는 자병산과 같은 큰 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작은 돌산들 역시 깎여나가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콘크리트 재료로 강에서 퍼올리던 자갈이 80년대 들어 고갈되자 아예 산을 깎아내 건설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 양주에서는 (주)삼표산업이 86년부터 가납리 도락산 일대 59만여㎡에 대해 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파작업으로 인한 소음과 환경훼손 등으로 인해 주민들이 공사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삼표 측이 2037년까지 총 133만여㎡를 개발하는 안을 새로 추진하면서 주민들과 업체, 양주시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이작도 인근 해역에서 모래 채취선이 바닷모래를 퍼올리면서 바닷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 인천환경운동연합 제공
주민들은 “도락산을 추가로 개발하는 것은 산을 그대로 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양주시도 ‘추가 개발은 안 된다’는 의견을 한강유역환경청에 전달한 바 있다. 김경한 사무국장은 “이름 없는 돌산 중에는 사라진 채 아무런 복원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곳도 있다”며 “강원도 동해 인근의 한 돌산은 소규모 업체가 개발하다 부도가 나면서 그대로 방치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폐해는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80년대 건설붐에 따른 무리한 채취로 강모래가 소진되자 바닷모래까지 채취하기 시작했다. 염분을 없애면 건축자재로 쓸 수 있다지만 노태우 정부 당시 지어진 분당 신도시의 경우 소금기가 빠지지 않은 모래가 사용되면서 콘크리트 균열이 발생해 ‘불량자재’ 논란이 일었다. 현재 서해안의 모래 채취현장에서는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근 섬 해변의 백사장이 축소되면서 주민들의 생활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찾은 인천의 송도신도시 인근 해변에서는 바닷모래 채취선이 한창 모래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인천 옹진군 앞바다에서 채취한 바닷모래가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옹진군 앞바다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한강 하구의 특성과 서울로 운송하기가 편리한 장점 때문에 바닷모래 전체 생산량의 약 60%를 쏟아내고 있다. 인근 섬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운동으로 2003년 한때 작업이 중단됐으나 2006년 초부터 채취가 재개됐다.
바닷모래 채취 작업이 바다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이유는 바지선에서 파이프를 통해 모래를 빨아올리고 바닷물은 그대로 흘러내리도록 하는 방식 때문이다. 어폐류의 주요 산란처인 모래가 빨아올려지면서 어폐류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고, 물이 빠지면서 2차 오염까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국장은 “바닷모래 채취 이후 인근 해역의 어류가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6·2 지방선거 인천지역의 후보를 단일화해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넣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최민영(사회부)·이주영(산업부)·김기범(사회부)·임아영(전국부) 기자, 김설아·황성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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