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ㆍ지역 커뮤니티 활발한 남양주 호평-평내·덕소·화도 일대
ㆍ“아파트만 달랑 지어놓고 기반시설 나몰라라하니 주민들이 나서야지요” 서울 떠나온 30~40대 주축
경기도의 개발은 주로 ‘택지개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논밭 등 ‘빈 땅’에 기반시설 없이 아파트만 달랑 지어놓은 형식이었다. 도로·학교·은행·병원 등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삶의 질’도 열악했다.
남양주에서는 이러한 개발 형식이 주민들의 정치의식을 발전시켰다. 스스로 ‘내 동네를 잘 가꾸고 발전시켜보자’고 움직인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매개다. 호평동·평내동의 ‘호평·평내 사랑’, 화도읍의 ‘화도 사랑’, 와부읍의 ‘덕소 사랑’이 그것이다.
‘호평·평내 사랑’은 2005년도에 아파트 입주자들이 만든 커뮤니티다. 가입 회원이 1만5000명을 넘는다. 전체 인구가 7만5000여명이니 큰 커뮤니티다. 고규원씨(43)는 “택지 개발로 2004~2005년에 인구 유입이 급작스럽게 늘었다. 인구가 2000명에서 2만명이 됐으나 시청은 ‘나몰라라’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주민들이 직접 민원을 넣는 등 지역을 위한 활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윤용건씨(42)도 “대부분 서울에서 온 젊은 사람들이다. 서울로 돌아갈 형편은 아니니까 ‘남양주를 서울처럼 만들어보자’ 해서 ‘커뮤니티의 힘’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가 7만1601명인 와부읍의 ‘덕소 사랑’은 1만3500명 정도가 회원이다. 오프라인 회장인 백경택씨(42)는 서울 강동에서 살다가 2002년에 남양주로 이사왔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서울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백씨는 “살아보니까 아주 좋아요. 이웃사촌이 있고, 시골 풍경이 남아 있고, 텃밭이 있어서 아이들이 흙을 밟을 수도 있고요. 이제 서울로 돌아갈 생각 안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덕소 사랑’을 ‘지역 이기주의가 넘치는 커뮤니티’라고 표현했다. 주민들의 권리의식이 부족한 다른지역에 비해 주민 스스로 나서서 목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와부읍에 서울 시민들을 위한 구의자양취수장이 들어서자 거부하는 대신 덕소에서 강남 가는 1700번 버스를 만들어달라고 요구, 성공했다. 요즘은 ‘경춘고속도로 요금 인하 투쟁’을 벌이고 있다.
‘화도사랑’은 어려운 가정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많아서다. 2009년 말 기준으로 18.7%(1404명)에 이른다. 이경인씨(45)는 “화도읍에는 남양주 안에서도 소외받거나 가난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재작년 12월 묵현리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을 열었다. 2013년까지 들어설 묵현역의 위치를 정할 때도 묵현리 사람들을 가장 고려했다. 이들이 대중교통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세 커뮤니티는 대부분 30, 40대 젊은 층이 만들었다. 2008년 총선 당시 3개 커뮤니티는 각 정당 후보들에게 공약 질의서를 보냈고, 후보들의 답변서를 커뮤니티에 공개해 회원들이 평가·판단하게 했다. 당시 승리한 후보는 자신의 86개 공약에 세 커뮤니티가 제안한 42개를 포함시켰다. 이경인씨는 “남양주에 와서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이웃’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내 일상이 제일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세 커뮤니티는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낼 계획이다. 백경택씨는 “객관적 시각으로 ‘시민 입장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답변서가 오면 있는 그대로 커뮤니티에 실을 계획이다. ‘누구를 찍으라’는 식의 선거 운동이 아니라 누가 동네 발전을 위해 애써줄 것인가를 회원 스스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화도 사랑’을 분석했던 송경재 교수(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는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시민참여문화는 정치와 행정 과정의 조정자로, 견제자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커뮤니티에서 e-사회적 자본(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뢰에 바탕을 둔 시민참여와 협력의 공공재적 속성을 가지는 사회적 자본)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지역의 풀뿌리 전자민주주의의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ㆍ“아파트만 달랑 지어놓고 기반시설 나몰라라하니 주민들이 나서야지요” 서울 떠나온 30~40대 주축
경기도의 개발은 주로 ‘택지개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논밭 등 ‘빈 땅’에 기반시설 없이 아파트만 달랑 지어놓은 형식이었다. 도로·학교·은행·병원 등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삶의 질’도 열악했다.
남양주에서는 이러한 개발 형식이 주민들의 정치의식을 발전시켰다. 스스로 ‘내 동네를 잘 가꾸고 발전시켜보자’고 움직인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매개다. 호평동·평내동의 ‘호평·평내 사랑’, 화도읍의 ‘화도 사랑’, 와부읍의 ‘덕소 사랑’이 그것이다.
‘호평·평내 사랑’은 2005년도에 아파트 입주자들이 만든 커뮤니티다. 가입 회원이 1만5000명을 넘는다. 전체 인구가 7만5000여명이니 큰 커뮤니티다. 고규원씨(43)는 “택지 개발로 2004~2005년에 인구 유입이 급작스럽게 늘었다. 인구가 2000명에서 2만명이 됐으나 시청은 ‘나몰라라’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주민들이 직접 민원을 넣는 등 지역을 위한 활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윤용건씨(42)도 “대부분 서울에서 온 젊은 사람들이다. 서울로 돌아갈 형편은 아니니까 ‘남양주를 서울처럼 만들어보자’ 해서 ‘커뮤니티의 힘’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가 7만1601명인 와부읍의 ‘덕소 사랑’은 1만3500명 정도가 회원이다. 오프라인 회장인 백경택씨(42)는 서울 강동에서 살다가 2002년에 남양주로 이사왔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서울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백씨는 “살아보니까 아주 좋아요. 이웃사촌이 있고, 시골 풍경이 남아 있고, 텃밭이 있어서 아이들이 흙을 밟을 수도 있고요. 이제 서울로 돌아갈 생각 안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덕소 사랑’을 ‘지역 이기주의가 넘치는 커뮤니티’라고 표현했다. 주민들의 권리의식이 부족한 다른지역에 비해 주민 스스로 나서서 목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와부읍에 서울 시민들을 위한 구의자양취수장이 들어서자 거부하는 대신 덕소에서 강남 가는 1700번 버스를 만들어달라고 요구, 성공했다. 요즘은 ‘경춘고속도로 요금 인하 투쟁’을 벌이고 있다.
‘화도사랑’은 어려운 가정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많아서다. 2009년 말 기준으로 18.7%(1404명)에 이른다. 이경인씨(45)는 “화도읍에는 남양주 안에서도 소외받거나 가난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재작년 12월 묵현리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을 열었다. 2013년까지 들어설 묵현역의 위치를 정할 때도 묵현리 사람들을 가장 고려했다. 이들이 대중교통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세 커뮤니티는 대부분 30, 40대 젊은 층이 만들었다. 2008년 총선 당시 3개 커뮤니티는 각 정당 후보들에게 공약 질의서를 보냈고, 후보들의 답변서를 커뮤니티에 공개해 회원들이 평가·판단하게 했다. 당시 승리한 후보는 자신의 86개 공약에 세 커뮤니티가 제안한 42개를 포함시켰다. 이경인씨는 “남양주에 와서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이웃’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내 일상이 제일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세 커뮤니티는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낼 계획이다. 백경택씨는 “객관적 시각으로 ‘시민 입장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답변서가 오면 있는 그대로 커뮤니티에 실을 계획이다. ‘누구를 찍으라’는 식의 선거 운동이 아니라 누가 동네 발전을 위해 애써줄 것인가를 회원 스스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화도 사랑’을 분석했던 송경재 교수(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는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시민참여문화는 정치와 행정 과정의 조정자로, 견제자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커뮤니티에서 e-사회적 자본(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뢰에 바탕을 둔 시민참여와 협력의 공공재적 속성을 가지는 사회적 자본)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지역의 풀뿌리 전자민주주의의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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