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한방’을 노리게 한 특유의 제도
‘집’은 작게는 개인의 사적 공간이지만 크게 보면 주택정책을 통해 자본주의 국가가 노동자인 구성원에게 갖는 가치관이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전상인 교수는 “주택정책은 기본적으로 체제의 안정과 재생산과 관련하여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갖는다”며 “아파트 공급 위주로 전개된 우리나라의 주택정책 또한 이런 시각에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저서 「아파트에 미치다」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열악한 주거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 유지에 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정치적으로 볼 때에는 1980년대 이후처럼 중간계급이 국가 주도의 주택공급정책에 따라 아파트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게 되는 것처럼, 정치체제 유지 수단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그렇다면 2010년 우리는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 몇 가지 현상을 통해 변화를 살펴본다.
■ 청약통장
10년 전 가입한 청약 예금 분양가 비싸 무용지물… 그래도 가입자는 증가
직장인 박모씨(30)는 스무살이 되던 해 부모님이 ‘성년식’ 선물로 가입해준 청약예금통장을 갖고 있다. 300만원을 넣어둔 청약예금통장은 가입한 지 10년이나 된 데다 박씨가 무주택자이기도 해 아파트 청약시 1순위 자격은 떼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해 결혼 후 청약예금을 해지할까 고민 중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최소 3억원이어서 맞벌이를 한대도 절반 가까이 대출을 받아야 해서다. 박씨는 “분양가가 감당이 안 되는데 청약통장이 무슨 소용이냐 싶다”며 “차라리 통장을 깨서 전세보증금에 보탤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매달 몇 만원씩 정기적으로 붓거나 일정액을 은행에 예치해두면 아파트 청약시 1순위, 2순위 등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청약통장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국 특유의 주택제도다. 70년대 산업화로 수도권 인구가 급증하고 주택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도입됐다. 당시 신규주택 공급은 추첨이나 선착순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것이 부동산 투기와 소유의 편중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자 정부는 77년 청약부금 가입자에게 분양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공공주택의 공급 우선 순위를 설정해 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수요자들이 주택청약 상품에 가입해 붓는 예치금은 저리로 공공부문의 주택재원으로 사용됐다. 이후 민영주택까지 청약제도가 확대됐고 부금·예금·저축 세 가지 형태가 운영돼왔다.
오랫동안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곳간 같은 존재였던 청약통장은 2002년 이후 집값과 분양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더 이상 ‘곳간’이 아니다. 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에서 분양하는 주택조차 외환위기 이후 ‘효율’과 ‘이윤’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정부의 정책기조로 자리잡으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상황은 주택의 자가소유를 촉진하는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상 처음 집을 장만하는 이들에게 주택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문제를 낳는다. 지난해 서울시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1평)당 1658만원. “월급은 제자리인데 집값만 오른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고 거의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5월 나이·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청약종합저축이 새로 출시되면서 현재 개설 계좌수는 1400만개에 이른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젊은층에게 직업이 안정되지 않다 보니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마련해 집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노리는 경향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 전세제도
집주인 목돈조달 수단, 세입자 보호는 허술… 정부임대도 중산층 중심
목돈을 보증금으로 걸고 주택을 세내는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주택임대차 제도다. 외국에선 보증금 없이 매달 임차료를 지급하는 월세(미국·일본 등)나 국가에서 장기 임대(프랑스·싱가포르 등)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통계청(2005년)에 따르면 국내 전세가구는 356만가구(22%), 보증금 있는 월세가구는 240만가구(15%)에 이른다.
전세제도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조선시대 말에도 집주인에게 일정액을 맡기고 거주한 뒤 나갈 때 돈을 돌려받는 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60~70년대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전세금은 집주인에게 세입자의 신원을 보증하는 역할을 했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씨는 “주택 관련 금융이 발달하지 않은 가운데 전세는 목돈을 조달할 수 있는 손쉬운 방편이었고, 집값이 계속 올라 누구나 집을 사려는 상황에서 전세를 끼면 가진 돈보다 더 비싼 집을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고 전세제도가 발달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거주기간이 2년밖에 보장되지 않는 민간부문의 전세제도는 임대차보호법이 있어도 실제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임대료를 수천만원씩 올리거나 집을 빼달라는 요구 앞에 속수무책이다.
대안으로 정부가 공공보유주택을 국민에게 임대하는 방안이 모색됐고,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주목을 받았다.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최대 20년까지 빌려 살 수 있도록 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임대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입지가 좋은 곳은 전세보증금이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입주자 모집을 마친 은평3지구의 경우 보증금이 1억582만(59㎡형)~1억5200만원(84㎡형), 상암2지구는 1억900만(59㎡)~2억2400만원(114㎡)에 달한다.
한 주택전문가는 “결국 중산층 중심의 임대정책으로,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생기면 집을 비우고 임차가 필요한 다른 이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주택정책 예산배분을 따져보면 자가주택, 임대주택, 저소득층 영구임대주택 순으로 중산층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 부동산 투기
한때 집값 95%까지 대출, 주택시장은 ‘투전판’…상위 5%가 주택 62% 소유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동산 구매에 나서는 것을 ‘투기’라고 한다. 손정목씨는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 “우리나라 역사상 부동산 투기라는 행위는 적어도 60년대 전반까지는 거의 없던 현상”이라며 “66년 제3한강교 기공으로 양재역 동남쪽, 이른바 말죽거리가 복덕방 집단의 발상지가 됐다”고 적었다. 80년대 아파트 건설 열풍이 불고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투기가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켰다. 특히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터지는 낯익은 쟁점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지만 무주택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경실련에 따르면 현재 주택 보유구조는 상위 5%가 전체 주택의 62%를 갖고 있으며, 토지의 경우 상위 1%가 52%를, 상위 5%가 82%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쏠림현상은 부동산 보유자가 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거두는 현상을 심화시켰다. 2000년 무렵 정부 통계로 약 2200조원이던 우리나라 부동산 총액은 정부 통계로 약 4000조원으로 2배 상승, 경실련 추정치로는 약 8000조원으로 4배가량 늘어났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번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부동산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 아파트 구입비용의 95%까지 대출을 허용한 것이 2006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유지되면서 부동산 투기는 전 사회적 현상이 됐다. 주택시장이 ‘투전판’이 되면서 시중에는 「종잣돈 700만원으로 부동산 투자 200억 만들기」 「부동산투자 베스트비법」 등의 책들이 즐비하고, 30·40대의 모임에서는 부동산 얘기가 교육문제와 더불어 단골 주제가 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과 버블이 확산돼 갑자기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다면 우리 경제 전반에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4대강 개발 등 대규모 토목공사와 함께 집값 부양책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정책’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집’은 작게는 개인의 사적 공간이지만 크게 보면 주택정책을 통해 자본주의 국가가 노동자인 구성원에게 갖는 가치관이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전상인 교수는 “주택정책은 기본적으로 체제의 안정과 재생산과 관련하여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갖는다”며 “아파트 공급 위주로 전개된 우리나라의 주택정책 또한 이런 시각에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저서 「아파트에 미치다」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열악한 주거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 유지에 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정치적으로 볼 때에는 1980년대 이후처럼 중간계급이 국가 주도의 주택공급정책에 따라 아파트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게 되는 것처럼, 정치체제 유지 수단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그렇다면 2010년 우리는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 몇 가지 현상을 통해 변화를 살펴본다.
서울 서초동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주상복합 아파트 청약자들이 당첨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청약통장
10년 전 가입한 청약 예금 분양가 비싸 무용지물… 그래도 가입자는 증가
직장인 박모씨(30)는 스무살이 되던 해 부모님이 ‘성년식’ 선물로 가입해준 청약예금통장을 갖고 있다. 300만원을 넣어둔 청약예금통장은 가입한 지 10년이나 된 데다 박씨가 무주택자이기도 해 아파트 청약시 1순위 자격은 떼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해 결혼 후 청약예금을 해지할까 고민 중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최소 3억원이어서 맞벌이를 한대도 절반 가까이 대출을 받아야 해서다. 박씨는 “분양가가 감당이 안 되는데 청약통장이 무슨 소용이냐 싶다”며 “차라리 통장을 깨서 전세보증금에 보탤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매달 몇 만원씩 정기적으로 붓거나 일정액을 은행에 예치해두면 아파트 청약시 1순위, 2순위 등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청약통장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국 특유의 주택제도다. 70년대 산업화로 수도권 인구가 급증하고 주택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도입됐다. 당시 신규주택 공급은 추첨이나 선착순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것이 부동산 투기와 소유의 편중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자 정부는 77년 청약부금 가입자에게 분양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공공주택의 공급 우선 순위를 설정해 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수요자들이 주택청약 상품에 가입해 붓는 예치금은 저리로 공공부문의 주택재원으로 사용됐다. 이후 민영주택까지 청약제도가 확대됐고 부금·예금·저축 세 가지 형태가 운영돼왔다.
오랫동안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곳간 같은 존재였던 청약통장은 2002년 이후 집값과 분양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더 이상 ‘곳간’이 아니다. 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에서 분양하는 주택조차 외환위기 이후 ‘효율’과 ‘이윤’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정부의 정책기조로 자리잡으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상황은 주택의 자가소유를 촉진하는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상 처음 집을 장만하는 이들에게 주택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문제를 낳는다. 지난해 서울시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1평)당 1658만원. “월급은 제자리인데 집값만 오른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고 거의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5월 나이·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청약종합저축이 새로 출시되면서 현재 개설 계좌수는 1400만개에 이른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젊은층에게 직업이 안정되지 않다 보니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마련해 집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노리는 경향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 전세제도
집주인 목돈조달 수단, 세입자 보호는 허술… 정부임대도 중산층 중심
목돈을 보증금으로 걸고 주택을 세내는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주택임대차 제도다. 외국에선 보증금 없이 매달 임차료를 지급하는 월세(미국·일본 등)나 국가에서 장기 임대(프랑스·싱가포르 등)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통계청(2005년)에 따르면 국내 전세가구는 356만가구(22%), 보증금 있는 월세가구는 240만가구(15%)에 이른다.
전세제도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조선시대 말에도 집주인에게 일정액을 맡기고 거주한 뒤 나갈 때 돈을 돌려받는 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60~70년대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전세금은 집주인에게 세입자의 신원을 보증하는 역할을 했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씨는 “주택 관련 금융이 발달하지 않은 가운데 전세는 목돈을 조달할 수 있는 손쉬운 방편이었고, 집값이 계속 올라 누구나 집을 사려는 상황에서 전세를 끼면 가진 돈보다 더 비싼 집을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고 전세제도가 발달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거주기간이 2년밖에 보장되지 않는 민간부문의 전세제도는 임대차보호법이 있어도 실제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임대료를 수천만원씩 올리거나 집을 빼달라는 요구 앞에 속수무책이다.
대안으로 정부가 공공보유주택을 국민에게 임대하는 방안이 모색됐고,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주목을 받았다.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최대 20년까지 빌려 살 수 있도록 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임대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입지가 좋은 곳은 전세보증금이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입주자 모집을 마친 은평3지구의 경우 보증금이 1억582만(59㎡형)~1억5200만원(84㎡형), 상암2지구는 1억900만(59㎡)~2억2400만원(114㎡)에 달한다.
한 주택전문가는 “결국 중산층 중심의 임대정책으로,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생기면 집을 비우고 임차가 필요한 다른 이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주택정책 예산배분을 따져보면 자가주택, 임대주택, 저소득층 영구임대주택 순으로 중산층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 부동산 투기
한때 집값 95%까지 대출, 주택시장은 ‘투전판’…상위 5%가 주택 62% 소유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동산 구매에 나서는 것을 ‘투기’라고 한다. 손정목씨는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 “우리나라 역사상 부동산 투기라는 행위는 적어도 60년대 전반까지는 거의 없던 현상”이라며 “66년 제3한강교 기공으로 양재역 동남쪽, 이른바 말죽거리가 복덕방 집단의 발상지가 됐다”고 적었다. 80년대 아파트 건설 열풍이 불고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투기가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켰다. 특히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터지는 낯익은 쟁점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집이 투기 대상이 되는 구조는 분양제도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한국도시연구소 서종균 책임연구원은 “70년대 대기업들이 주택을 짓기도 전에 다 팔 수 있게 함으로써 대량 공급의 조건을 만들어준 것이 분양제도의 탄생”이라며 “일단 주택분양을 받으면 집값이 올라 목돈을 챙길 수 있으니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되고 사회 전체적으로 굉장히 비합리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지만 무주택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경실련에 따르면 현재 주택 보유구조는 상위 5%가 전체 주택의 62%를 갖고 있으며, 토지의 경우 상위 1%가 52%를, 상위 5%가 82%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쏠림현상은 부동산 보유자가 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거두는 현상을 심화시켰다. 2000년 무렵 정부 통계로 약 2200조원이던 우리나라 부동산 총액은 정부 통계로 약 4000조원으로 2배 상승, 경실련 추정치로는 약 8000조원으로 4배가량 늘어났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번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부동산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 아파트 구입비용의 95%까지 대출을 허용한 것이 2006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유지되면서 부동산 투기는 전 사회적 현상이 됐다. 주택시장이 ‘투전판’이 되면서 시중에는 「종잣돈 700만원으로 부동산 투자 200억 만들기」 「부동산투자 베스트비법」 등의 책들이 즐비하고, 30·40대의 모임에서는 부동산 얘기가 교육문제와 더불어 단골 주제가 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과 버블이 확산돼 갑자기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다면 우리 경제 전반에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4대강 개발 등 대규모 토목공사와 함께 집값 부양책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정책’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특별취재팀 = 최민영(사회부)·이주영(산업부)·김기범(사회부)·임아영(전국부) 기자, 김설아·황성호 인턴기자
■ 공식 블로그 = http://whereliv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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