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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사회학

[주거의 사회학](2부)우리 안의 욕망…④욕망을 부추기는 사회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건설재벌 광고주에 길들여진 언론, 집값 상승 부채질

“언론이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지는 않고 투기심리를 조장해 국민을 ‘고분양가 아파트’의 제물로 삼아야겠습니까? 한국 언론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메피스토펠레스’란 생각이 듭니다. 건설재벌에 영혼을 저당잡히고 광고를 따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는 모두 마찬가지입니다.”(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부동산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가 건설사와 부동산업자의 입장에 편향됐다는 지적은 오래된 얘기다. 하지만 사실을 왜곡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관행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신문·방송이 사회 부조리를 감시·고발하는 기능을 하는 ‘언론’인 동시에 ‘사기업’으로서 수입의 절대량을 광고에 의존하는 이중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는 부동산 기득권 세력의 입장만 대변하고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도외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정도(正道)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거래 증가와 가격 상승세가 2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중략) 강남 개포 주공1단지 51㎡도 12월 최고가 11억원에 육박하는 10억9800만원을 기록해 상승세를 유지했다. 송파구 가락동 시영1단지 41㎡도 최고가 5억7000만원을 보여 12월 최고가 5억5000만원보다 2000만원 상승했다.”

지난 2월17일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1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경제신문이 쓴 기사다. 기사만 보면 강남지역 아파트가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로 큰 상승세를 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토부 자료에는 기사와는 다른 사실도 많다. 1월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이 전달에 비해 25% 감소하며 3개월 연속 줄었다거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다른 단지에선 가격이 한달 전보다 3000만~1억원씩 떨어져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는 내용이다. 통계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강남 집값 상승에만 초점을 맞춰서 부동산시장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사다.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주로 언급하는 ‘공급부족론’도 부동산 보도의 대표적인 왜곡 사례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은 공식 집계된 것만 12만가구가 넘었다.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이보다 두 배는 많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는 건설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썼다.

조선일보는 ‘지난 정부때 집 덜 지어…공급부족이 원인’이라는 제목의 기사(2009년 9월7일자)에서 “일부 지역이지만 단기 조정후 급반등하는 것은 주택공급 물량 감소의 영향이 크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재건축 규제, 분양가 상한제, 소형평형의무제 등 각종 규제를 가해 주택 공급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문화일보는 ‘주택공급 부족해 3년뒤 집값대란 우려’라는 기사(2009년 7월9일자)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대한건설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양도세 감면연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고, 일단 돈을 빌려 아파트를 지은 뒤 상황이 나빠지면 규제를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일부 언론은 건설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헤럴드경제는 ‘세제 혜택·금융 지원 자금숨통 틔워야’(2010년 3월4일자) 기사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곧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엄습할 것”이라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PF사업장 자금지원 등을 제시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사설(2010년 2월12일자)을 통해 “양도세 감면조치는 극심한 어려움에 빠진 주택건설 업계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주고 경기의 추가 침체를 막는 데 도움이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선대인 부소장은 “언론은 집값 거품이 더 커지기 전에 꺼뜨려야 할 시기에도 정부에 끊임없이 각종 주택 사업 및 은행 대출 관련 규제완화를 주장해 집값 거품을 키우는 데 일조해왔다”며 “기득권 언론들은 건설업체들을 살려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문제나 개발사업에 대해 언론이 정치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언론사마다 각기 자기가 좋아하는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기사를 쓰다보니 개발 공약이나 사업에 대해서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편향적으로 다루고 있다”면서 “중립적인 이야기나 대안 제시는 들으려 하지 않으며, 어떻게 푸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이 건설업체나 부동산업자의 주장에 편향된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은 광고 수익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국내 신문사의 경우 일간지의 광고수익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부동산 광고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1998~2005년 6월 전국 신문사 광고수익자료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전체 광고수익의 11~12%를 부동산광고가 차지했다. 지방신문들은 부동산 광고 비중이 최고 47%를 넘는 등 의존도가 더욱 높았다. 또 조·중·동의 경우 광고지면의 20% 이상을 부동산광고로 채웠다(민언련 2005년 자료). 신문사로선 광고주인 건설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고, 이는 광고성 기사 게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수도권 일대의 ‘밀어내기 분양’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대거 늘어났지만 해당 건설사들이 지면광고 물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면서 경향신문을 비롯한 주요 신문에 미분양아파트 투자를 권장하는 기사가 쏟아졌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선분양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후분양제(집을 일정정도 지은 후 분양하는 것)에 대해 신문사들이 환영하지 않는 것도 후분양을 할 경우 아파트를 짓는 몇년 동안 광고수익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와 무관치 않다.


한국언론재단 김성해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광고비의 90%를 해외에서 지출하는 등 소위 잘 나가는 수출기업들은 한국에서 광고를 많이 하지 않는다”며 “먹고 살 것이 점점 없어지는 신문사들로선 그나마 광고할 만한 내수 산업이 건설, 금융 등밖에 없다보니 노골적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갑부’인 언론사 사주들의 영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서울 흑석동 단독주택은 공시지가만 79억5000만원(지난해 4월 기준)으로 삼성 이건희 전 회장 자택에 이어 두번째로 비싸다. 미디어오늘(2006년 10월29일자)에 따르면 방 사장 가족은 코리아나호텔, 흑석동 주택, 의정부 미군기지내 땅, 남양주 부동산, 가평 별장 등을 증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역시 경기 양주, 이천, 충남 태안 등에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을 2005년 주미대사 재임 시절 공개한 바 있다. 선 부소장은 “기득권 신문들의 종부세 비판 기사들은 고가 부동산 소유주인 구매력 있는 독자층에 영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 = 최민영(사회부)·이주영(산업부)·김기범(사회부)·임아영(전국부) 기자, 김설아·황성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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