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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실크로드

[칭짱열차 타고 티베트 가는 길 ⑤-1] 티베트 도심 풍경

티베트의 아픔 간직한 주인 잃은 포탈라궁
[칭짱열차 타고 티베트 가는 길 ⑤-1] 티베트 도심 풍경
※ 여름휴가로 다녀온 티베트 열차 여행. 티베트로 향하는 세계 最高의 고원을 유유히 달리는 열차, 이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세간의 화제인 칭짱 열차의 모든 것을 CBS 김필원 아나운서가 생생하게 전한다. 기사를 읽는 동안 여러분은 이미 프런티어!

(글 싣는 순서) ① 칭짱열차는? / ② 칭짱열차 밖 비경 / ③ 칭짱열차에서 만난 사람들 / ④ 칭짱열차 음식 퍼레이드 / ⑤ 관광객의 천국 티베트 '라사'




9월 5일 저녁 7시경. 칭짱 열차는 라사에서 멈췄다.

바로 앞에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든 키 큰 남자가 서 있다. 먼저 밝힌 대로 티베트에 들어갈 때는 영어구사가 가능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우리의 가이드 철트림?(Tsultrim). 오! 'nice to meet you' 인사를 하니 길고 하얀 인조견 머플러를 목에 둘러준다. 'everything will go on very well'의 뜻이란다. 행운의 머플러를 해도 덥지 않을 만큼 라사의 기온은 선선하다.

짐 들고 아기 업은 사람들과 함께 설래설래 빠져나온 라사역. 그런데 옆에 더 멋진 역사가 건축 중이다. 티베트식인 듯 보였는데 다 지어지면 멋질 것 같다.

역을 빠져나오자마자 우측으로는 훤칠하고 인공적인 느낌의 광장과 탑이 보였다.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티베트가 중국 땅이라는 상징이란다. 유감스러운 것 같은 티베트 가이드의 표정.

기차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데 가는 길이 이상하다. 멀리 도는 느낌. 가만 보니, 역과 도심사이에 강이 있는데 다리가 하나다. 고개를 돌리면 사방이 힘찬 산맥이요 강인데 그 풍경을 보면서 가니 둘러가도 느낌 좋다.

근데 어째, 강물 색은 좀 탁하다. 푸른빛 도는 초록에다 우유를 타놓은 듯 밀키한 느낌. 나중에 이유를 물으니 가축들의 배설물을 강에 버려서 그렇다나.

열차에서 마셨던 그 맛 좋은 라사맥주를 설마 이물로?!!

시내로 들어가기도 전에 나는 감탄부터 했다. 아니 저건!! 티베트의 상징 포탈라 궁전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포탈라궁전은 티베트의 정치와 종교의 상징 아닌가.

나는 무슨 산 속 깊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네 어디서도 보이는 좋은 위치에 있었다. 시 중심에, 그것도 산 위에.

달라이 라마는 지금 인도로 망명해 있으니 그 이미지 때문에 포탈라 궁도 산 속에 숨어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다음날 오전. 포탈라 궁에 들어가기 위해 가이드가 미리 예약해 놓은 시간은 11시. 그전에는 조캉사원에 먼저 가잔다. 조캉사원은 라사 중심가에 있고 호수를 메워 만들었다는 아주 유명한 사원 중에 하나라고 한다. 어딜 가든 이 사원으로 길은 뚫려 있다.

라사의 최고 번화가 베이징 중루를 제외한 모든 길은 거의 다 고만고만한 난전이 양쪽으로 좌라락 펼쳐져있다.

‘빠’ 라고 불리는 이들의 아침전용 빵을 파는 가게, 정육점, 모자가게, 이불가게, 때수건 이쑤시개 등 모든 자잘한 생필품을 파는 가게, 가방가게 옷가게, 과일 가게. 그야말로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사람들과 어깨 스쳐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인데 가만있자. 행인의 90퍼센트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것도 제법 잰걸음으로.




원통형에 세모꼴 지붕을 얹은, 손잡이 잡고 뱅글뱅글 돌리게 돼있는 그 무엇을 하나씩 들고 다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어느새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알고 보니 조캉사원 주변을 돌며 아침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다. 그 뱅글거리며 돌아가는 건 기도할 때 쓰는 것으로 그 안에 죄를 담아 돌린다는 것.

한 가지 한 가지 마음에서 고백하며 돌리면 마음이 깨끗해 질 것도 같다. 조캉사원으로 가는 동안 어느새 주변은 연기로 뿌옇다. 도무지 앞이 안보일정도로 어느새 연기는 짙어진다.

진한 향냄새와 더불어 무슨 마른풀이 타는 것처럼 매캐한 느낌에 콧물, 눈물이 난다. 조캉사원 앞에 굴뚝이 여러 개 있다. 입구 앞에 있는 이 굴뚝에서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옆에 쌓여있는 마른풀들을 던져 넣는다.

마치 구약시대의 성막 앞, 물두멍 같은 느낌이다.

조캉사원 앞에는 순례자들이 많다. 빨간 옷을 입은 라마불교 스님부터 손바닥에 뭔가 딱딱한 것을 붙이고 걸어가면서 계속 절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보인다. 오체투지. 몸을 던져서 기도하는 그들의 이마는 이미 부르트고 먼지에 절어서 회색빛으로 부풀어 있다. 무엇을 두고 저렇게 기도하는 것일까.

조콘 템플 주변에 아예 자리 깔고 절을 계속 드리는 사람들의 경우, 절은 이미 하나의 생활인 듯 했다. 절하다 하품도 하고 팔도 돌리고 자기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시선도 맞춰주고. 신앙생활이 아니라 '생활신앙'이 이런 건가.

절안은 컴컴하다. 현지인들은 줄을 서서 들어가지만 관광객은 그냥 들어간다. 서양인들도 많이 눈에 띈다. 우리 절 입구와 비슷하게 칼들고 있는 보살들이 눈에 띈다.

오직 양초만으로 조명이 되어있어서 무척 컴컴하고 후끈했다. 향냄새에 섞여 묘한 버터냄새도 함께 난다.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긴 노란 고체에, 심지가 여러 개 타고 있는데 그 노란 고체, 야크버터란다. 어쩐지 조캉사원 앞으로 갈수록 크고 노르스름한 덩어리를 끊어 파는 곳을 많았는데 그게 바로 야크 버터였던 모양이다.

라마불교에 대해 책이라도 한권 읽고 왔으면 훨씬 더 좋았으련만. 가이드의 영어설명을 들으니 더 모르겠다. 우리와 다른 영어발음탓으로 돌리긴 했으나. 일단 무지한 관광객의 눈으로 봤을 때 조캉사원은, 조그만 방이 여러 개 있고 각 방마다 불상이나 달라이 라마 사진, 조각상들이 있었는데

그 앞에서 사람들은 참배를 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찍을 수 없다고 했다. 여기 불상들은 옆에 아내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인도쪽 느낌이 많이 나는 얼굴들.

사원은 미음자로 지어졌는데 가운데는 아까 봤던 그 돌리는 것이 크게 양옆으로 늘어서 있어서 걸어가며 손을 대면 주르르 돌아가게 돼있다.

마음속으로 내가 미워했던, 혹은 두려워했던 나의 죄들을 생각해 보며 나도 주르르 돌려보았다.

조캉사원에서 만난 할머니. 돈 1위엔 정도 드려야 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주신다. 할머니 넘 야무지시다~~

좀 답답한 느낌의 컴컴한 절을 빠져나와 옥상으로 올라갔다. 부처의 우산이라는 커다란 종모양의 조형물, 부처의 사랑이 담겨있다는 조형물. 나는 '사랑'이라는 말에 그 사랑 좀 어떻게 배우고 받아볼까 열심히 그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조캉사원에서 바라본 라사 골목광장. 사실 여기가 베이징 중루보다 더 생활에 맞닿아있는 중심가인 것 같았다.

꿈에서 본 거리. 탁발하는 라마 승려와 한컷 찍을 때 까지는 환상이었는데 정말 깨는 것은 이런 꿈에서 본 거리에 늘 있는 현실!

공안! 중국 공안이 앉아있다. 하도 무게 잡고 있기에 아예 무작정 사진찍자고 들이대 보았다. 이 사람. 나에게야 친절하지만 글쎄 티베트 사람들에게는…….

조캉 사원에서 나와 포탈라 궁 앞에서 시간이 되길 잠깐 기다리는 사이 가게에서 물을 샀다. 가게 앞에 이영애 씨가 선전한 중국 녹차광고 포스터가 붙어있다. ‘한류’가 티베트도 접수했다.

미리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포탈라 궁. 한참 성수기 때는 예약이 꽉 차서 못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다는데, 나는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파란 하늘을 이고 있는 포탈라 궁. 들어가니 역시 침침하다. 불친절한 공안이 여권을 세세히 조사한다. 공항보다 더하다. 티베트 가이드도 쩔쩔 맨다. 11시에 들어갔으니 12시면 나와야 한단다. 참 깐깐하다.



포탈라 궁.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궁전. 들어가는 과정도 힘들지만 들어가서도 문제다. 높은 궁전을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 오르는 게 좀 힘든게 아니다.

얼마나 숨이 차는지 무슨 킬리만자로 올라가는 듯 자주 쉬어갔다. 관광객들이 예상대로 바글거리는데 다행히 나만 쉬어가는 건 아니었다.

이곳에는 중국 정부가 직접 지정한 라마불교 스님들이 열다섯명있다. 명색이 라마교 교주가 살던 궁인데 좀 약하다. 반면 중국 공안은 500명있단다.

주인 잃은 포탈라 궁. 처연하다. 겉으론 여러 층인 듯 보여도 뒤로 돌아가면 2층짜리 집들이 비탈에 층층이 모여 있다.

거의 달라이 라마의 방들이다. 공부하는 방, 자는 방, 정사를 논하는 방. 임자를 잃은 방은 때 묻은 비단 배게와 보료, 방석들이 말해주듯, 그저 박물관이나 민속촌의 텅 빈 한옥방을 연상시킨다. 주인 내쫓고 구경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조캉사원처럼 이안에는, 부처상들과 달라이 라마의 묘, 대대로 내려오는 휘장, 의자, 살림살이들이 많다.

이곳도 어김없이 곳곳에 야크 버터초가 타고 있고 아내를 거느린 불상과 달라이 라마, 벤체이 라마 사진들이 걸려있다. 내부 사진 촬영은 물론 금지다.

소위 숭상을 받았다는 달라이 라마는 이 궁에 무덤이 있는 것 같다. 달라이 라마가 정치와 종교를 모두 관장한다면 벤체이 라마는 종교만 관장하는데 가이드 말로는 벤체이 라마가 중국에 의해 제거됐고 그 후 중국의 지도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데 아직 안 나타났단다.

멋져 보이는 포탈라 궁. 안에 들어가 보면 티베트의 슬픔이 느껴진다.

tip! 야크뼈 목걸이나 팔찌를 이 앞에서 싸게 살 수 있다. 팔찌와 목걸이 두개 합쳐서 20위엔 정도로. 바가지 조심! 순진해 보이는 소녀도 ‘관광객 대상 바가지 씌우기 급수’는 9단!

관광객의 천국 티베트 ‘라사’ 2편에서는 야크와 산맥, 강이 어우러진 라사 근교의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 김필원 아나운서는 CBS 음악 FM(93.9 MHz) '김필원의 FM매거진'(월-일 06:00 - 09:00)을 진행하고 있다.




승인일시 : 2006-10-18 오후 3:4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