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짱열차 타고 중국을 맛본다 |
[칭짱열차 타고 티베트 가는 길 ④] 칭짱열차 음식 퍼레이드 |
※ 여름휴가로 다녀온 티베트 열차 여행. 티베트로 향하는 세계 最高의 고원을 유유히 달리는 열차, 이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세간의 화제인 칭짱 열차의 모든 것을 CBS 김필원 아나운서가 생생하게 전한다. 기사를 읽는 동안 여러분은 이미 프런티어! (글 싣는 순서) ① 칭짱열차는? / ② 칭짱열차 밖 비경 / ③ 칭짱열차에서 만난 사람들 / ④ 칭짱열차 음식 퍼레이드 / ⑤ 관광객의 천국 티베트 ‘라사’ 청두에서 출발한 칭짱 열차. 오후 6시 22분발이었으니 타자마자 저녁식사 시간이 됐다. 열차 안 레스토랑을 이용해 본 일이 있는가. 사천성 청두는 핫팟(hotpot)이라고 하는 매콤한 국물요리가 유명하다는 얘길 들었지만 먹지 못하고 열차를 탄 나. 시장이 반찬이라고 다 맛있었던 것 같다. 외국인임을 알아본 열차 레스토랑의 종업원. 커다란 메뉴판을 가져온다. 네글자의 한자. 鳥 肉, 湯..이런 것만 알아보고 대충 찍어서 시키는데 대부분 ‘메이요(없어요, 안돼요)’란다. 그럼 되는 게 무어니! 좀 당황스러워 하자 구깃한 종이를 가져오는데 작은 글씨로 몇 가지 메뉴가 적혀있다. 주방장이 오늘 되는 요리를 적어놓은 듯. 우여곡절 끝에 주문 완료! 우리보다 늦게 온 다른 중국인들 다 먹을 때 음식이 나오는 걸 보고 나는 성경구절마저 떠올랐다. 처음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된 자가 처음 된다는…….약간 까칠해진 마음으로 맞은 메뉴들. 입에 음식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바로 마음이 참 부드러워진다. 사천식 중국 음식의 미스터리!! 기름기가 많아 보이는데 먹어보면 하나같이 개운하다. 레스토랑 백반. 폴폴 날아갈 듯한 쌀밥에 이 빠진 접시 넘치도록 반찬들이 나온다.(사진 1) 반찬 국물은 늘 넘실넘실. 엄마가 해주신 집반찬같이 정겨운 한상. 감자볶음. 오직 감자만을 그냥 볶아만 놨는데 왜이리 고소한지. 빨간 고추가 애교스럽다. 약간 살캉살캉한 느낌의 감자볶음. 센 불에서 금방 볶아낸 모양. 아주 소박한 느낌이었지만 자꾸 젓가락이 가는 바람에 두 끼 내리 시켜먹었다. 빨간 국물 찰랑거리는 제육볶음, 채로 썬 오이가 들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익혀도 이 오이는 아작거린다. 야채탕.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계란탕. 살짝 얼큰. 뒷맛 개운. 야채를 넣은 국이라는데 역시 이것도 개운. 높은 곳에서는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고산증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데 그만이단다. 따끈한 국물을 시키는 것은 필수! 음식 시키는 게 사실 어렵다. 중국말도 모르고 잘못시켰다가 후회할까봐 살짝 염려되니까.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사진 찍느라 레스토랑에 앉아있으면 일하다 못 먹은 승무원끼리 또 뭘 먹는데 맛있어 보여서 찍어 놨다. 있다가 시키려고. 그러나 부질없다. 가능한 메뉴가 매끼 바뀔 줄이야. 승무원들이 먹던 것은 감자조림. 역시 기름 참 많다. 양배추도 그리 볶은 모양인데 야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밥을 비벼먹어도 좋지 않을까.(사진 2) 또 샤우 찌엔? (How much is this?) 반찬 두 가지, 탕 한 가지, 밥 두공기. 이 정도에 얼마일까. 50위엔. 우리 돈으로는 약 6500원 정도다. 두 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양. 열차 안이니 보통 물가보다 더 비쌀 거라는 것을 감안해도 한국 관광객에게는 괜찮은 가격이다. 저녁때가 되면 밥과 반찬을 통에 담은 밥차를 밀고 다니는 승무원이 보이는데 이때는 한 접시에 20위엔 이란다.(사진 3) 밥위에 반찬 서너 가지를 골고루 얹어서 이정도면, 침대칸에 앉아서 룸메이트와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먹기에 부담 없을 듯. 음식을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장점이다. 고급차. 여행 중에는 늘 마실 거리가 중요한 법! 매콤하고 기름진 음식 먹고 나면 이런 차도 한잔 마셔보라. 온갖 좋은 것들(양질의 찻잎파리, 국화꽃) 다 들어간 이 최고급차. 50위엔. (사진4) 한 끼 식사 값이긴 하지만 한잔 시켜놓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당신의 여행품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고소증에도 좋다. 라사비어. 만드는 ‘물’이 어떠냐에 따라 음료의 맛이 결정된다는 것은 상식. 티베트 산속의 물로 만들어진 ‘라사비어’. 중국에서는 칭따오 맥주가 제일 맛나다고 누가 말했던가! 둘 다 마셔본 바로, 진정한 winner는 라사비어다. 칭짱 열차 안에서 꼭 드셔보시라. 8위엔이다. 열차 안에서 보통 이틀밤 정도를 지내게 되니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면 와인도 한번 시켜보시라. 티베트의 포도로 만들었는데 음…….not bad. 적극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참. 잔이 없다고 해서 종이컵에 따라 마셔야했다. 와인 마니아라면 경험삼아 시도해 봐도 좋다. 언제 티베트 와인을 맛보겠는가. 내가 베스트 초이스라고 추천하는 메뉴는 칭짱열차의 아침식사!(사진5) 아침마다 면류와 죽류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하얀 쌀죽이 속을 편안하게 한다. 잘게 썬 고추장아찌를 죽에 타서 훌훌 마시고 흰 빵에 오이, 땅콩 장아찌를 곁들여 먹다가 삶은 계란으로 마무리 하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점심까지는 든든하다. 라면. 마지막 날 아침에 시도해본 중국식 라면. 퉁퉁 불어 보이는 면. 특이하다. 우동과 라면의 중간쯤 되는 면에다 진한 쇠고기 육수가 부어져 있는데,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단 먹기 시작하면 남기고 싶지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ㅅ사의 쇠고기 라면’ 맛이다. 칭짱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식판에 담겨 나왔다. (사진 7) 두 번째 베스트 초이스! 닭다리 바비큐, 오리고기조림, 두부조림, 고기 야채 볶음, 중국식 김치를 얹은 밥과 개운한 미역국. 차가 가끔 정차할 때마다 계란이며 고기 야채가 실리는 것을 보곤 했는데 비닐봉지에 담겨있는 식자재, 열차 칸사이에 쌓여있는 야채더미가 음식들로 변한다니, 요리사들의 바쁜 손놀림이 위대해 보인다. 앳된 얼굴의 요리사가 열심히 손을 놀리기에 한컷트 찍으려고 했더니 무척 쑥스러워 한다. 짬날 때 접시 닦고 거울도 보고 수다도 나누는 칭짱의 여승무원들. 스물 안팎의 때 묻지 않은 그들의 모습이 정겹다. 입을 즐겁게 하는 잘잘한 과일들, 심심풀이로 먹을 마른먹거리들. 며칠 둬도 무르지 않는 것들로 넉넉히 갖고 타서 룸메이트들과 나눠먹자.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많이 난다는 하미과. 큰 참외라고 보면 되고, 란저우에서 살수 있다. 리어카를 발견하면 꼭 사과를 사 먹길 권한다. 새콤 달콤. 맛 지대로다. 승무원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레스토랑. 그들의 빨간 죽그릇. (엄마의 쌀 씻는 주황색 플라스틱 바가지 같은) 차장이 안 된다고 해서 한창 바쁜 시간의 식당 전경을 찍지 못한 것이 그저 아쉽다. 아.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나중에 눈치 챘지만, 이 레스토랑에는 앉아서 가는 중국 사람들은 오지 않는다. 물가가 싸다는 혜택을 톡톡히 보는 한국 관광객의 사치를 자랑한 것 같아 마음 한쪽이 붉게 물든다. ※ 김필원 아나운서는 CBS 음악 FM(93.9 MHz) '김필원의 FM매거진'(월-일 06:00 - 09:00)을 진행하고 있다. 승인일시 : 2006-10-09 오전 10:50: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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