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짱열차'서도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웠다 |
[칭짱열차 타고 티베트 가는 길 ③] 열차서 만난 사람들 |
※ 여름휴가로 다녀온 티베트 열차 여행. 티베트로 향하는 세계 最高의 고원을 유유히 달리는 열차, 이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세간의 화제인 칭짱 열차의 모든 것을 CBS 김필원 아나운서가 생생하게 전한다. 기사를 읽는 동안 여러분은 이미 프런티어! (글 싣는 순서) ① 칭짱열차는? / ② 칭짱열차 밖 비경 / ③ 칭짱열차에서 만난 사람들 / ④ 칭짱열차 음식 퍼레이드 / ⑤ 관광객의 천국 티베트 ‘라사’ 티벳으로 가는 지상최대의 여행코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지, 경치를 보기 전 사람을 보러 열차의 이끝에서 저끝까지 카메라를 들고 열차 안 여행을 떠났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는가! 먼저, 청두역에서 만난 귀염둥이 아가씨, 무슨 일 난것처럼 붐비는 청두역에서 만난 중국 대학생. M사에서 나온 최신형 휴대폰 액정에 ‘비’ 사진을 걸어놓고 있었다. 노래 조금 안다며 부끄러워 하면서 말하길, 라사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나홀로 열차를 탄다고 했다. 1등칸을 주욱 지나다 보면 어느새 2등칸. 여섯명이 한방. 3층 침대 쓰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올라간단 말인가. 네명이 한 방일때는 1층 침대에 둘씩 앉아서 풍경도 보고 도란도란 얘기도 할 수있지만 여섯명이 한방일 경우는 좀 애매해진다 .열차 여행 내내 이런 칸의 복도에는 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누군가는 나가줘야 좀 숨통이 트일테니 말이다. 자 그나마 여섯명이 한방인 사람은 이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의자에 앉아서 마흔여덟시간 가야 하는 경우. 와. 이건 관광이 아니라 고통이 된다. 3등칸에서 제일 먼저 찍은 이 녀석. 음료수를 병째로 마시는 어린이. 너무 귀여워서 한컷 찍은 후에 이게 너라고 보여줬더니 무척 즐거워했다. 이 아이의 사진을 부모님에게 보여주자 그들은 무척 즐거워했는데 덕분에 나는 그 칸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로 촬영을 할 수있었다. 대부분 처음에는 사진찍는 것을 거부했으나 찍은 사진을 보이고 웃어보이면, 나도 찍어줘 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찰칵찰칵. 한국에서 왔다고. 한번만 찍자고 알아듣든 못알아듣든 부탁을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무례함이 없다면. 나 이런 사진 하나도 못 찍었을지도… 그런데 꼭 이런 불편한 자리 쪽으로 가면 아기를 안은 엄마와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어린이들의 눈망울이 많이 보인다. 이런 아이들이 사실은 내가 있는 1등석에 있어야 하는 건데, 마음이 짠하다. 그러다 만난 티벳 청년. 라사 메디컬 컬리지에 다닌단다. 가이드로 일하고 있고. 영어도 꽤 잘했다. 조금 얘기를 나눴지만 생각이 깊고 똑똑한 친구같았다. 티벳인으로서 칭짱열차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더니, 대답하기가 무척 어렵다면서 일장 일단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었다. 역시 신중하다. 낮엔 일하고 밤엔 학교 다니는 청년. 열차를 타고 티벳에 들어가서도 이런 청년들을 많이 봤다. 식민지배를 당하던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이렇게 치열하게 사셨겠구나. 티벳에 가기도 전에 최초로 만난 티벳인. 허리춤에 달라이 라마 사진을 차고 있다. 비닐주머니에 든 건 뭔지 궁금했으나 물어보지 못했다. 사진을 보여줬더니 나중에 가족이 다 내가 있는 식당칸으로 왔다. 나중에 봤는데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도 한명 더 있더라. 착하고 순수해 보이는 티벳인들. 대화 중에도 계속 그런 느낌이었다. 사진을 제대로 찍고 싶다면, 칼이 없어도 껍질 두꺼운 (하미과 같은) 과일 문제없이 깎아먹고 싶다면, 절경을 vip룸에서 따로 관람하고 싶다면 열차 승무원과 친해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또 열차안에는 공안이 많았는데 공안인줄도 모르고 부담없이 대했다가 정말 친구가 됐다. 휴대전화를 다꺼내보라고 했더니 90퍼센트가 한국산! 어딜가나 이런 아저씨들이 꼭 있다. 열차 타자마자 날이 저물었으니 할게 무어있겠는가. 나야 외국인이었으니 사람만나는게 신기했겠지만 이 아저씨들은 입장이 다르다. 아저씨. 나도 한판만! 여러분도 알아서 준비하시라. 열차 안 레스토랑 음식이 좀 비싸다고 느껴서였을까. 중국 컵라면 맛 좋다. 좀 바꿔먹을걸 그랬다. 마흔 여덟시간동안 간혹 이 사람 생각이 났다. 정확히는 이사람의 ‘컵라면’이!! 서른다섯의 칭짱철도 차장. 한국 여자에 대한 무한한 환상을 품고 있었으나 차마 깰 수 없었다. 레스토랑에 앉아있으면 승무원들 조회 종례하는것, 잡담하거나 그릇 닦는것 다 볼 수있다. 이 깜찍한 아가씨 아까만 해도 목걸이랑 팔찌 잘 못판다고 왕언니한테 엄청 야단맞았다. 앳되고 순진해 보이는 것이 장사에 능할 것 같진 않다. 이런 언니들이 쭈뼛쭈뼛해도 하나 사 주자. 자석으로 된 건강목걸인데 가격은 팔찌 10위엔, 둘둘 감을수 있는 목걸이 38위엔. 가격대비 만족도 good! 기념품으로 그만이다. 웃고 즐기면서도 한편 마음 한구석 아파오는 것은 티벳으로 가는 열차 안에 티벳인들은 별로 없었으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란 말인가. 이 얘기는 ‘관광객의 천국, 라사’편에서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 ※ 김필원 아나운서는 CBS 음악 FM(93.9 MHz) '김필원의 FM매거진'(월-일 06:00 - 09:00)을 진행하고 있다. 승인일시 : 2006-10-04 오전 10: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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