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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공정여행 메콩강을 가다](下)태국 치앙라이 반 로르차

글·사진 설원태 선임기자 solwt@kyunghyang.com경향신문
ㆍ춤과 음식…마음을 나눈7일간의 동행

아카족 여성들이 ‘착한 여행자’들의 방문을 환영하는 춤을 추고 있다. 일부는 긴 막대기를 땅에 대고 춤추었고 일부는 꽹과리 같은 것을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착한 여행’ 태국 방문단은 태국 북부 치앙라이의 반 로르차에 있는 아카족 마을, 메파 루앙 문화예술공원,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차 재배단지 등을 둘러보았다. ‘치앙라이 마을식당’에서는 태국 요리를 직접 만들어 점심을 해결했고, 메파 루앙 문화예술공원에서는 현 국왕의 모친이 펼친 숭고한 선행을 배웠으며, 왓 롱쿤 사원(백색 사원)에서는 대다수의 황금색 사원들과 다른 백색 외벽의 신비로움을 느껴보았다. 태국 여정의 막바지에는 방콕의 왕궁, 차오 프라야 강, 여행자들의 천국인 카오산 로드 등을 돌며 그들만의 정취와 문화를 몸속 깊이 담았다.

치앙라이 지역 반 로르차의 아카족 마을

치앙라이 지역의 반 로르차(Ban Lorcha) 마을은 태국 내에서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태국의 대표적인 소수민족으로는 카렌족, 리수족, 몽족, 아카족 등을 꼽을 수 있다.

고산족인 아카족이 사는 이 마을은 NGO인 ‘인구 및 공동체 개발협회(PDA·Population and Community Development Association)’가 공적 목적을 위한 계획 아래 보존해 관광객들에게 공개한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안동 하회마을이나 용인 민속촌 같은 곳이다. 현지주민들은 전통적 삶을 보존하면서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이를 보여주고 있다.

PDA의 안내문은 반 로르차 마을에 대해 “살아 있는 아카족 사람들을 보여주기만 하고 관광객과 현지사람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동물원과 다를 것이 없지 않으냐”면서 “관광객과 마을주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산악의 소수민족 주민들이 관광객들에게 조그마한 장신구나 기념품을 강매하거나 사진촬영을 허락하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면 여행이 즐겁지 않다. 반 로르차 마을은 그 대신 개인별 입장료 80바트(달러당 35바트)를 받아 마을의 개발·유지를 위해 쓰고, 고아·미망인·노인 등을 보살피면서 소수민족의 전통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마을주민과 관광객에 동시에 유익하다는 얘기였다.

여행에 참가한 어린이가 치앙라이 마을 레스토랑에서 태국요리 만들기 실습 중 태국인 여성 요리사 (검은 옷)의 시범을 지켜 보고 있다.

반 로르차 아카족 마을에 들어서자 아카족의 한 여성은 마을 입구에 설치된 상징물, 동물을 잡는 덫, 대장간 등 여러 시설과 작업장에 관해 설명했다. 아카족은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지역에 5만명 거주하고 있으며, 반 로르차 마을에는 이들 가운데 400여명, 60여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은 중국 남부의 윈난성 등지에서 메콩강을 따라 건너온 소수민족이다.

해발 1000m의 고산지대에 사는 아카족은 화전을 일구거나 야채, 콩 따위를 재배한다. 여성들은 “악령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머리에 항상 은색의 모자를 쓰고 다니며, 이 모자는 잘 때도 벗지 않는다. 아카족은 또한 물의 영혼을 무서워해 잘 씻지 않으며 물에서 말라리아나 박테리아가 나온다고 믿는다. 이런 미신은 물이 절대 부족한 아카족의 환경적 필요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됐다.

아카족은 전통적으로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자들이 가옥의 인근 지역에서 일하는 동안 남자들은 집을 보면서 자녀를 보살핀다. 이렇게 남녀의 역할이 나눠진 것에 대해 “남자들이 이웃부족의 마을 침입을 막기 위해 집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남자들이 아편을 피웠기 때문에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공존한다. 아카족의 경우 남자는 15세부터, 여자는 13세부터 결혼할 수 있다. 결혼식은 통상 여자가 임신한 다음에 하며, 남자는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여성의 노동력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남자는 결혼날에 연회를 열어 마을주민 400여명을 모두 대접해야 한다. 이런 비용 때문에 부유한 남성만이 여러 아내를 거느린다. 두 번째나 세 번째 아내는 첫 번째 아내가 친분 있는 주변 여성에게 “좋은 아저씨니까 오라”며 추천해 성사된다고 한다.

아카족 주민들은 산에서 나오는 자원이 고갈되면 인근의 산으로 부족을 이끌고 이동한다. 아카족은 예전엔 아편을 재배했으나 요즘엔 다른 작물을 경작하며 삶을 꾸린다. 태국은 ‘왕실 계획(Royal Project)’을 통해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세 얼굴의 골든 트라이앵글

방콕의 한 사원에서 승려가 어린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들 중 총명한 어린이들이 나중에 승려로 성장한다.

태국, 버마, 라오스 등 3개국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이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골든 트라이앵글’이 마약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솝 루악(Sop Luak)’ 지역으로 불러주기를 원한다. 착한 여행자들은 작은 배를 전세내 태국 쪽의 메콩강 지점에서 출발해 강을 따라 버마 쪽에 접근한 다음 다시 방향을 돌려 라오스령인 돈 사오 섬에서 잠시 하선했다. 가이드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저쪽 강 너머에는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카지노 건설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돈벌이와 관광은 어디서나 중요한 사업인 듯했다. 직접 건너가 본 돈 사오 섬은 또다른 별천지로 느껴졌다. 가게마다 코브라 술, 전갈 술 등 수많은 종류의 기이한 술이 진열돼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병에 든 코브라술은 100바트(약 3달러) 정도였다. 이곳의 여러 상점은 라오스에서 만들어진 여러 특산품도 팔고 있었다. 그러나 섬에 도착하면서 마주친 맨발의 어린 아이들을은 관광객들에게 손을 내미는 어린 걸인들이었다.

메살롱 차 재배단지

솝 루악 지역의 차 재배단지는 ‘도이 메살롱 녹: 101 차 플랜테이션’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다. 이곳은 국민당 군대가 1930년대 말 국공 내전 중 공산당 군대에게 쫓겨 내려왔을 때 점령한 지역이다. 그들은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차(우롱차)를 갖고 와서 재배했다. 태국 정부는 1939년 대만군에 메살롱 지역을 내주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메살롱의 차 재배 단지.

이곳에서 재배되는 우롱차는 최상품으로 치는데 국민당 후예가 많이 살고 있는 대만으로 수출된다. 차나무는 4~5년 되면 가장 생산성이 높다. 차 수확은 사람의 손으로 차잎을 하나하나 채취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따라서 차는 사람의 허리만큼 크도록 유지·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 나무의 키가 크면 사람이 차잎을 채취하는 데 힘들기 때문이다. 이곳 차 재배지는 한때 ‘마약왕’으로 알려진 쿤사(본명 장시푸)가 마약 재배를 위해 장악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태국 요리 만들어보니

‘치앙라이 마을 레스토랑4’라는 식당 겸 회관에서 태국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았다. 이 레스토랑은 식당, 연회장, 요리 실습장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곳이다. 태국요리 만들기 체험에는 외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태국인들도 참여한다.

태국요리 가운데 자주 먹었던 것이 ‘톰카가이(Tom Kha Gai·Chicken Coconut Soup)’라는 흰색의 새콤달콤한 수프다. 여행자들은 요리사의 설명에 따라 태국 요리에 도전했다. 톰카가이에는 닭고기, 코코넛 우유, 설탕, 레몬 풀 등이 재료로 들어간다. 코코넛 우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국물의 색깔은 희다. 참가자들은 또한 ‘파드 프리아오 완(Pad Priao Wan·Sour and Sweet Stir-Fry)’이라는 튀김 요리를 만들어 보았다. 새우와 돼지고기를 으깬 뒤 튀길 때 잘 익도록 얇은 둥근 모양 또는 도넛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어 기름에 튀기자 동그란 모양의 튀김 요리가 만들어졌다. 이 두 가지 요리와 찰기 없는 밥으로 오찬을 즐겼다. 레스토랑 측은 요리강습을 받았다는 수료증을 여행객들에게 보내주었다.

이번 여행은 태국 북부지역을 돌며 관람에 더해 체험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일주일간의 여행 중 참가자들은 “현지인과 현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착한 여행의 정신을 존중했다. 여행자들은 눈으로만 보았다면 쉽게 잊어버릴 현지 체험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