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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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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경향]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조명애 | 불문학 박사·소설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로베르 델피르 외·까치 세계 사진사의 신화적 인물 브레송은 자신의 라이카 소형 카메라를 ‘내 눈의 연장’이라고 했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 감각기관의 연장’이라고 했던 마셜 맥루한의 말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맥루한이 ‘핫 미디어’로 분류했던 사진과 함께 또 다른 의미로 ‘핫’한 삶을 살다간 브레송. 그의 예술혼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사진집으로, 여러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의 작품세계를 논한 글들도 함께 실려 있다. 특히 그를 ‘카이로스’에 비유한 장 클레르의 글은 깊은 통찰력이 느껴진다. 사진작가로서의 브레송의 삶은 ‘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로 축약된다. 그는 세계 곳곳을 찾아갔다. 거기서 자신의 ‘연장된 눈’을 통해 시..
[열차여행](6)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곡성 | 글·사진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ㆍ강바람 가르는 기적소리, 과거와 마주치다 길은 강을 따라 난다. 아니, 강을 따라 달릴 때 가장 아름답다. 전남 곡성을 지나는 17번 국도는 섬진강의 강 허리를 한 움큼 베어 안는다. 유하면서 안온하게 흐르는 섬진강처럼 길은 조용하지만 정확하게 강 모양을 빼닮았다. 이 길 위로 철로가 포개진다. 마치 철로도 강을 따라 달릴 때 가장 아름답다는 듯 기찻길은 직선을 포기하고 곡선을 택했다. 모두가 빨리를 외칠 때 느릿느릿 한숨 쉬고 돌아가는 곡성여행이 강따라 길따라 철로따라 펼쳐진다. 열차는 우리에게 과거일까 현재일까 미래일까. 그 해답을 찾는 여정으로 전남 곡성을 택했다. 전남 곡성역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옛 곡성역이 있다. 순서를 따지..
책을 사이에 두고, 우린 사랑을 했지요 책을 사이에 두고, 우린 사랑을 했지요 [2011.01.07 제843호] [한겨레21·YES24 공동기획] 책과 함께 우린 행복한 겁니다! / 가수 이석원, 여행가 김남희, 소설가 김중혁에게 보내는 팬레터, 그리고 그들의 답장‘방콕’이 ‘동경’에게 김남희와 책으로 여러 번 여행한 블로거 설해목이 묻고 싶은 것들 안녕하세요, 작가님. 여행에세이스트인 작가님의 독자이자, 여행자로서 작가님의 팬인 한 사람입니다. 책은 물론 TV와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작가님과의 여행을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해오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고, 또 저같이 용기가 없어 서른이 넘어도 여행 한 번 떠나본 적 없는 이들에게 마음과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는 촌철살인 같은 한마디 조언을 듣고자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2003년에 본..
[시가 있는 플랫폼]돌을 보며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시가있는 플랫폼]이 닦기 공부
[열차여행](5) 강릉 ~ 삼척 ‘바다열차’ 글·사진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ㆍ“꺅~” 바다와 눈이 마주쳤다 여름이 오기 직전, 바다는 달뜬 표정이다. 그 바다에 뛰어들 듯 열차가 내달린다. 강릉에서 삼척까지 동쪽 땅을 따라 58㎞. 열차의 창은 바다를 집어삼킬 것처럼 해안선을 향했다. 앞을 봐야 할 열차가 옆을 보고 달음질치는 격. 열차는 그렇게 동해안의 금싸라기 땅을 훑는다. 이곳의 열차는 원래 사람을 태우지 않았다. 영동선과 삼척역이 절묘하게 결합된 구간. 동해역부터 삼척역까지의 구간은 일제강점기 당시 동해선 건설 과정에서 추진된 노선이다. 일제의 삼척 시멘트 공장을 연결하기 위해 1944년 완공된 노선이 지금의 삼척선이 됐다. 동해의 절경을 품고 있지만 과거 통일호 등이 운행됐을 뿐 화물 전용 노선으로만 활용됐다. 해..
[열차여행](4) 정선5일장 정선 | 글·사진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보들보들 봄나물이 소쿠리 한가득 정선5일장에 신토불이 상인 할머니들이 봄나물을 들고 나왔다.한반도의 중추인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고을, 정선. 이곳에는 두 가지가 서 있다고 한다. 하나는 ‘산’이다. 은 “정선에서 바라보는 하늘이란 마치 깊은 우물에 비치는 하늘만큼이나 좁다”며 정선의 가파른 산세를 말했다. 다른 하나는 ‘장’이다. 두메산골의 장터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물물교환이 이뤄졌던 곳이다. 끝자리가 2·7인 날마다 열리는 정선5일장에는 고랭지 산나물과 채소가 감질나게 비어져 나온다. 서울에서 차를 몰고 간다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 제천, 영월을 지나야만 다다르는 산골 정선. 한나절로 부족한 이 여정을 자동차 대신 기차에 맡긴다...
[열차여행](3) 전남 구례~경남 하동 ‘꽃 피는 화개’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ㆍ섬진강 줄기따라 흐드러지는 봄·봄·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쌍계사 십리길.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두 손을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 해서 ‘혼례길’로도 불린다. 사진은 지난해 촬영한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물길은 곧 꽃길이 된다. 섬진강가 ‘꽃 피는’ 봄마을 화개(花開). 섬진강의 봄은 지리산을 감싸고 하동에 둥지를 틀었다. 물 흐르는 곳마다 연초록 새잎이 돋고, 노란 산수유가 봉우리를 틔웠다. 섬진강 물길은 전남 구례에서 경남 하동까지 19번 국도를 따라 봄소식을 전한다. 화개의 봄은 4월이 절정이다. 이때쯤 화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변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향하는 그 십 리의 길. 하늘과 땅이 온통 연분홍빛이다. ‘일제히 피었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