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의 그림철학 (48)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42) 번 존스 ‘코페투아왕과 거지소녀’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 ㆍ황금보다 귀한 꽃 스티브 잡스의 매력은 돈이 아니지요? 편리한 컴퓨터 세상도 아니고, 끝없는 혁신도 아닙니다. 그의 매력은 직관입니다. 그는 직관을 따라 산 자, 직관이 살아있는 자였습니다. 나는 잡스를 돈이 덫이 되지 않은 경영자로, IT업계 황제라는 왕관이 덫이 되지 않은 인간으로 기억합니다. 저 그림은 화려한 왕관을 내려놓는 자의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은 낭만적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초라한 거지소녀를 사랑해서 세상에서 제일 화려한 왕관을 내려놓고 있는 왕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지금 사랑 앞에서 쩔쩔매는 저 왕은 원래 여인에게 관심이 없었다지요? 여인에게 관심이 없는 남자, 얼마나 편안하게 살았겠습니까? 그러나 또 얼마나 삭막하게 살았겠습니까? 자기 자신이 ..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41) 폴 세잔 ‘수욕도’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ㆍ스승을 거쳐, 스승을 넘다 음악도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면서요? ‘부활’의 김태원씨의 말입니다. 찬찬히 김태원씨의 태도를 살펴보면 그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체현하고 있는 진정한 멘토입니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진리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입니다. 스승이란 진리를 파는 장사꾼도 아니고, 진리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도 아닙니다. 스승은 스스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승은 산파와 같습니다. ‘나’는 스승의 도움으로 내 안의 진리를 발견하고 낳아야 합니다. 비슷하지 않습니까? 김태원씨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보여줬던 그 태도! “내가 그대를 키운 것이 아니라 그대 자신이 스스로 일군 것이다. 나는 다만 그대 곁에 있었을 뿐!” 그대라는 늙은 말이 그에게..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40) 세잔의 ‘생 빅투아르 산’ 이주향|수원대 교수·철학 ㆍ고독을 잊게 하는 붓 끝의 산 인간은 빵으로 살고, 재능으로 죽는 거라며 화를 낸 사람은 세잔의 아버지였습니다. 그 말만 들어도 알겠습니다. 세잔의 아버지가 얼마나 완강하고 무서웠는지를. 자수성가형의 강한 아버지는 배고픈 화가가 되고자 하는 아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겁니다. 재능으로 죽어도 미련 없이 죽을 수 있는 일의 행복을 인정해주기에는 가족이 너무나 보수적이고 너무나 가깝지 않나요? 세잔이 가족의 환영을 받지도 못하면서 가슴 속에 묻어버리지도 못하고 꺼내 키워야 했던 그림의 불씨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말년에 생 빅투아르 산을 그린 그림을 보면 선명해집니다. 저 그림은 세잔이 그린 생 빅투아르 산 그림들 중의 하나입니다. 산과 하늘과 숲과 성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지요? 움직..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39) 앙리 루소 ‘잠든 집시여인’ 이주향|수원대 교수·철학 ㆍ달빛 한 줌, 지팡이 하나 천국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기보다 지옥에서 홀로 살기를 선택하겠다고 고백한 이는 소로였습니다. 소로는 월든 숲속에다 오두막 한 채를 짓고 스스로 밭을 일궈 먹으며 평생을 고독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갑자기 찾아온 폐렴에 걸려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그렇게 고독하게 세상을 떠났어도 나는 그가 불쌍하거나 안됐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고독이 불안하거나 무섭지 않은, 아니 고독이 ‘나’의 집인 현자였을 테니까요. 저 그림 앙리 루소의 ‘잠든 집시여인’을 보는데 왜 단순하고 담백하게 살다간 소로가 생각이 나는 걸까요? 아마 보이는 것이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일 것입니다. 한 벌의 옷, 지팡이 하나, 만돌린 하나, 물병 하나! 신..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38) 앙리루소 ‘뱀을 부리는 여자’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ㆍ달의 노래, 뱀의 춤! 릴케는 노래했습니다. 사랑은 햇살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온다고. 그런데 앙리루소의 저 그림 ‘뱀을 부리는 여자’(1907년, 캔버스에 유채, 169×189.3㎝, 오르세 미술관, 파리)를 보면 사랑은 달빛을 타고 오는 것 같습니다. 저 그림에서 달이 없다면…? 숲은 얼마나 적막했을까요? 여인은 피리를 불지도 않았을 거고, 그렇다면 뱀도 춤을 추지 않았겠지요? 그나저나 이번 추석에 보름달은 보셨나요,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비셨나요? 달을 보면, 꽉 찬 보름달을 보면 괜히 기원하게 되지요? 루소의 그림을 보니 그 기원은 뜨거운 눈물이 빚은 결핍의 절규가 아니네요. 보름달이 자극하는 것은 심장이어서 거기서 생겨나는 기원은 심장의 두근거림에 걸맞은 것입..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36) 마티스의 ‘원무’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 ㆍ텅 빈 충만의 춤 무엇을 할 때 자유를 느끼십니까?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뻥 뚫리고 호흡이 편안하신가요? 마티스의 ‘원무’는 춤을 출 때 자유로운 여인들을 그렸습니다. 한번 보고 나면 자꾸자꾸 떠오르고 자꾸자꾸 보고 싶은 연인 같은 그림입니다. 그림은 참 단순합니다. 하늘과 땅과 춤추는 5명의 여인들! 색도 단순합니다. 푸른 하늘, 녹색의 대지, 신명 속에 있는 땅 색의 여인들!(앙리 마티스 ‘춤’. 1910년, 캔버스에 유채, 260x391cm, 에르미타주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왜 중세철학자들이 신적인 것일수록 단순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직관이 뛰어나지 않으면 단순미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마티스의 스승은 모로입니다. 오르페우스를, 살로메와 요한을 그렸던 신비..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36) 렘브란트 ‘다윗과 요나단의 이별’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 ㆍ에로스보다 진한 우정 종종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을 봅니다. 다윗이 누구에게나 빛나는 생의 주연이었다면, 요나단은 생각할수록 빛나는 조연이었습니다. 다음 대에 왕이 되어야 할 왕자로서 요나단은 자기보다 빛나고 있는 친구 다윗을 질투할 만도 한데 그는 오히려 아버지의 질투로부터 친구 다윗을 보호하고, 다윗을 위로하며, 다윗과 깊은 우정을 나눈 인간 중의 인간이었습니다. 렘브란트의 저 그림은 사울왕의 질투로 목숨이 위태롭게 된 다윗을 요나단이 사울왕 몰래 빼돌려 떠나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그림입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남자가 요나단입니다. 친구를 위로하는 따뜻한 손이 듬직합니다. 그런데 요나단이 생각보다 나이 들었지요? 우정을 아는 듬직함을 그리기 위해 렘브란트는 요나단의 표..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35) 오처드슨의 ‘아기도련님’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ㆍ당신은 사랑받고 자랐습니까 아이는 생각보다 눈치가 빠릅니다. 누울 자리를 보지 않고는 발을 뻗지 않습니다. 영국 화가 오처드슨이 그린 ‘아기도련님’을 보십시오. 아기 기분이 참 좋은 것 같지요? 아기가 저렇게 엄마가 부쳐주는 부채에 반응하며 천사처럼 노는 건 아기의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아버지’라는 말에서 권위를 벗기면, ‘엄마’ ‘아빠’가 됩니다. “엄마” “아빠”라는 말은 지극한 사랑의 말입니다. 지금 저 상황의 아기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빨리 배우게 되는 바로 그 말도 “엄마”일 것입니다. 그 말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가슴에서, 배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말이면서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말이기도 합니다. 그림 속 엄마와 아기의 관계를 보..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