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29) 루벤스의 ‘삼손과 델릴라’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ㆍ위험한 사랑 “사내란 제 아내를 좋아하지 않고는 힘이 나지 않는 법이다.” 아사다 지로의 를 홀린 듯 읽었습니다. 는 달빛 아래 오솔길을 뚜벅뚜벅 걸을 줄 아는, 사무라이 세상의 끄트머리를 살았던 한 하급무사의 이야기입니다. 분노를 삭일 줄 알고, 단장(斷腸)의 심정을 알고, 나라와 맞바꾸어도 절대 죽게 해서는 안되는 목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죽을 자리를 찾아갈 줄 아는 사내의 이야기가 찡했습니다. 사내가 없습니다, 이 시대엔. 왜 사내가 없는 거지요? 내가 좋아하는 사내는 루벤스의 저 그림(‘삼손과 델릴라’, 1609~1610년경, 목판에 유채, 185×205㎝, 내셔널 갤러리, 런던) 속의 사내, 삼손입니다. 사내다운 사내였지요, 삼손은. 그는 싸울 줄 알고 사랑할 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