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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집시의 수난 김택근 논설위원 입력 : 2010-08-30 21:52:37ㅣ수정 : 2010-08-30 23:01:27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않고 떠도는 사람들. 동방에서 왔지만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사람들. 낮보다는 밤이 더 어울리는, 까만 눈에 별빛을 담고 웃는 사람들. 그 옛날 유목민의 포효는 사라지고 이제 유랑민의 노래로 남은 사람들. 그래서 뿔나팔 대신 현(絃)의 선율에 애환을 싣는 사람들. 집시를 떠올리면 이런 생각들이 튀어나온다. 인류에게 집시라는 존재는 특이한 영감을 주었다. 그동안 집시족이 보여준 무소유의 삶과 자유로운 영혼은 인류의 자산이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과 무용은 특히 ‘집시풍’으로 인류의 사랑을 받았다. 음악에는 푸른 달빛이 스며들었고, 무용에는 갈망이 배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박자가 ..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 -뉴욕 오영욱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입력 : 2010-08-26 21:38:47ㅣ수정 : 2010-08-26 21:38:47 이른 아침에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이 시각의 여행자는 보통 초라한 신세가 됩니다.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커다란 가방을 들고 방황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예약해둔 방을 찾아가기에도 너무 이릅니다. 여정이 주는 피로는 구경 다니는 걸 귀찮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뉴요커처럼 아침이라도 먹어보기 위해 식당을 찾았습니다. 어느 높은 건물 1층에 있는 작은 카페테리아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방이 유리로 된 거대한 로비 공간이었는데 입구에는 친절하게도 ‘1층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공공 공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캔 아이 해브 어, 어, 디스 앤드 디스. 앤드 커피 플리즈.” 진열대를 가리..
[이철수의 돋을새김]민심을 생각하시기를…
[이종민의 음악편지]다양한 감성으로 충만한 음악 이종민|전북대 교수·영문학입력 : 2010-08-26 21:40:25ㅣ수정 : 2010-08-26 21:40:25 ㆍ볼프강 림의 ‘비문’ 저는 지금 모차르트의 고향 ‘소금의 성’ 잘츠부르크에 와 있습니다. 어제 빈을 거쳐 카라얀의 고향 아니프에 위치한 아담한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창밖으로 영화 의 상징 산, 우리나라라면 틀림없이 ‘문필봉’으로 불렸을 삼각산이 푸른 풀밭의 배경으로 잡힐 듯 보입니다.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매우 한적하고, 새벽 산책에서 확인한 골목길이 아기자기한, 아름답고 정겨운 곳입니다. 지금 시내는 음악축제가 한창이라 호텔은 초만원. 이곳을 택한 것이 불가피한 일일 터인데 마치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이번 ‘유럽축제 기행’에 참여한 저희 부부를 위한 특별 배려인 것 같아 마냥 흐뭇..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27) 소망이 두려움보다 커지는 그날 공지영 | 소설가ㅣ경향신문입력 : 2010-08-24-21:14:39ㅣ수정 : 2010-08-24 21:20:35 ㆍ“스님들 안주는 식물성으로 준비하나” “고기 채 썰어 드려” 마흔이 되던 해 어느 날 아침 대기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강병규는 출근길의 밀리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곧 마흔이었다. 비교적 평탄한 인생이었다고 그는 스스로 자부해 왔었다. 친구들은 이 회사 저 회사로 이직을 하고 혹은 벌써 퇴직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대학 졸업 후 줄곧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고 평가도 좋은 편이었다. 회사는 그의 성실성과 능력을 높이 사고 있었다. 이제 마흔이니 뭐 기어이 승진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앞으로 15년 정도는 무난히 근무할 수 있었다. 그 사..
예외는 없다! `하루키 월드`의 노예가 되든가 혹은… [프레시안 books] 에서 까지, 당신의 선택은?기사입력 2010-08-20 오후 7:11:44 1978년 4월, 도쿄의 진구(神宮) 야구장. 29세의 청년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외야에 앉아 야쿠르트와 히로시마의 경기를 관전하며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찰나였다. '소설을 쓰고 싶다'. 그 강렬한 욕구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하늘에서 깃털이 내려와 앉는 것처럼 그의 머릿속에 들어섰다고 한다. 학생 시절 '1968년'을 경험하고 이른 결혼을 한 후엔, 생활비를 벌기 위해 20대의 대부분을 육체노동으로 보내야 했던 그였다. 그때까지 소설가가 될 생각은커녕, 자신에게 소설을 쓸 능력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던 그는, 이듬해 첫 번째 소설 를 발표하고 '소설가'가 된다. 1979년,..
[이철수의 돋을새김]‘지름길’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프라하(체코)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여행지에서 카페에 들어갔다면 모름지기 창가에 앉아야 합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창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여행자는 커피 한 잔 값을 담보로 잠시 낯선 세상을 관조합니다. 비를 맞으며 걷다 들어간 프라하의 카페에서도 창가에 앉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젖는 사람이었다가 젖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몸은 따뜻해지고 맘은 편안해집니다. 서서히 프라하 시민들의 상세한 모습들을 관찰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와 잘 어울렸고, 도시의 정취는 비와 잘 어울렸습니다. 우산을 잘 쓰지 않는 유럽인들이라지만 우산을 든 행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창가 자리는 한정적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창을 포기해야 합니다.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