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지는 풍경, 사람... 지난 10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나마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고마운 곳이기도 한데,
제가 마음을 접으면서 비롯된 일들은 여전히 일파만파 혼란스럽고
낯선 풍경들 속에서 상심만 더해갑니다,
이미 저와는 상관없다는 듯...
아침 라디오에 솔깃한 이야기가 있어 옮깁니다.
《나무는 한 번 뿌리를 내리면 누가 억지로 옮기지 않는 한
평생 그 자리에서 살아야 한다.
주변 환경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들고 힘들어도, 다른 곳으로 떠날 수가 없다.
그냥 그 곳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나는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무는 어떤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한 번 뿌리내린 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풍요로우면 풍요로운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고 삶을 개척해 나가는 나무들.
온통 바위투성이 인 황량한 산에 가 보면 그런 나무들이 참 많다.
빛을 받기 위해 자기 몸통을 틀고, 영양분이 부족하면
아래 가지를 일부러 떨어뜨려 에너지를 비축한다.
나무라고 하기엔 모양새가 이상한 그런 나무들, 그걸 이른바 '곡지'라고 한다.
가지나 줄기가 어떤 외부적인 영향 때문에 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곡지는 나무가 남긴 투쟁의 흔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겠다는 모진 다짐의 결과물인 것이다.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설악산 산자락을 오르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노송들이 많이 보인다.
그 나무들을 보면 그간 얼마나 많은 바람이 불었는지,
눈이나 비는 또 얼마나 세차게 쏟아졌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런 노송들이 있기에 설악산 바위들은 수십 년간 온갖 천재지변에도
무너지지 않고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나무 의사 우종영의 '나무에 대한 예의' 중에서》
(2009년 5월 3일 화성시 남양성모성지, 언제부터 꽃은 안보이고
꽃이라고 억지만 부립니다, 마치 힘든데 괜찮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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