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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스케치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모로코

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천장에 창이 있는 집은 낭만적입니다. 방에 누워서 둥둥 떠다니는 구름을 구경할 수도 있고, 자기 전에 유성이 떨어지는 걸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비라도 오면 유리를 치는 빗방울 소리가 감성을 마구 자극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많이 괜찮아졌지만 어쨌든 지붕에 난 창은 벽에 난 창보다 물이 샐 확률이 높습니다. 침대 위에서 빗방울을 직접 맞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유리창 위에 볼품없는 낙엽이나 새똥 하나가 떨어져 있으면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신경이 거슬릴 게 분명합니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전형적인 북아프리카식 건물로 지어진 여관에 묵은 적이 있습니다. 유리로 된 창 대신에 아무것도 막혀있지 않은 작은 중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세 개 층의 모든 방들이 이 안마당을 향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그 공간은 잠시나마 내게 완벽했습니다. 비가 잠시 올 땐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좁고 긴 형태는 시원한 바람의 통로가 되어준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네모 모양의 빈 공간을 통해 보이는 파란 하늘이 일품이었지요. 밤이 되어 모든 방에 불이 꺼지면 작은 하늘에는 별들이 가득 빛났습니다. 혼자여서 조금 외로웠지만 한편으로 많이 행복했던 새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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