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세상의 많은 건축물처럼 우리의 옛 건축에서도 가장 중요한 디자인은 정면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일 처음 시선을 던지는 곳. 그래서 그 정면이 몇 칸인지, 지붕의 무게를 받쳐줄 공포는 어떤 형식인지, 그리고 그 위로 팔작지붕인지 맞배지붕인지가 중요시되었지요.
그런데 사실 나무로 지어지는 전통 건물에서 양 측면은 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구조의 단서입니다. 정면의 기둥 개수는 건물의 규모를 나타내지만 측면에 노출된 기둥들은 지붕을 어떻게 떠받드는지 이야기합니다.
서양 건축에서도 정면은 중요합니다. 특히 가장 공을 들인 성당의 경우 그 정면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웅장한 성당 내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 정면의 뒤쪽에 복잡하게 존재하는 구조체들입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뒤쪽 역시 복잡한 형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덕에 인근의 반듯한 건물과 조합되어 정형적이지 않은 빈 공간들이 생겨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항상 오페라를 열창하는 거리의 가수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주목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열정이 가득했던 그녀는 제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 건축의 뒷모습과 잘 어울렸습니다. 건물의 보이지 않는 면에 대한 관심이 도시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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