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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흔적 남기기/ Photo by Clemensjin

길고도 길었던 그 험난한 여정(4월 28일 백운산)|

5월 1일 화요일은 근로자의 날, 월요일이 샌드위치데이여서직장인에겐황금같은 그것도 4일간의 연휴였습니다.

그간 어려워진 회사사정으로 지난 연말에만 무려 50여명의 임원이 회사를 떠나야했고 저 역시 올 해 안에 그리 될 것이라는 짐작으로 하루하루가 살 떨리는 그야말로 살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

그런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이라도 했는지 지리산을 다녀오겠다는 말에 마눌님은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고

미리 참석신청을 했던 지리산학교에서의 수업은 저녁에나 참석하면 되는 것이여서 전날 대숲샘께 걷기반 수업 청강여부를 문의하고선 광양터미널에 9시 20분까지 도착하려고 새벽 5시 50분 군포 집을 나섰습니다.

고속도로에서의 140~160km,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인데 사실은 만 10년이 넘은 제 차가더 놀랐었겠지요.

8시 50분 광양터미널에 도착,'세상에 광양으로 출근도 가능하구나!'하며

안전한 곳에 주차시키고 터미널을 둘러봅니다.

모두가 가벼운 등산차림인데다 대숲샘말고는 인사를 나눈 적이 없어 담배 한대 물고 기다리는데 울리는 제 전화기,

대숲샘입니다. "진주네아빠 어디세요?"

"전 벌써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어유."

"어디시라구요?"

"광양터미널이유."

"아!" 대숲샘의 짧은 탄식소리에 이어 광양엔 버스터미널이 두군데인데 거기가 아니라 동광양터미널이라는...

쎄가 빠지게 동광양터미널로 달려가서주위를 둘러 봅니다. 시간은 약속시간인 9시 20분인데

대숲샘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다시 전화를 겁니다.

"샘, 동광양터미널인데 안 보이시네요!"

"(잠시 침묵 후) 죄송합니다, 아까 거기입니다..."

나 때문에 차시간을 놓치지나 않는지 걱정돼서 먼저 출발하시라고 해도 10시 10분 차니 걱정말고 오시랍니다.

가는 내내 '여기가 구례라고 서울촌놈 신고식치고는 좀 빡센데' 하면서 광양터미널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대숲샘과 나머지 일행, 치치엄마와 하나임님을 만납니다.

"지난 주 비때문에 연기했더니 이번 주는 선약들이 있어 많이 빠졌네요. 10시 10분 차잉께얼른 이동합시다."

광양농협 앞 버스정류장, 시간은 11시를 넘어 가는데 논실마을행 버스는 올 생각을 안합니다.

당황한 대숲샘, "인터넷에 시간표가 잘못됐나?"하면서 주위 분들에게 여쭤봅니다.

"아~ 21-3번,버스배차가 바뀌어서앞차는 9시 40분에 떠났고다음 차는 더 기다려..."

'아~ 오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하며대숲샘께 제안을 합니다.

"제 차로 가시죠."

마침 인원도 4명이라 그제서야 광양읍을 떠납니다.

"어디로 가야하나요? 네비가 있으니..."

"백운산자연휴양림!" 네비에 입력을 합니다. '이젠 문제없겠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봄과 여름의 길목에 선 계절, 풍경은 온통 연두빛으로 푸르고바람도 시원합니다.

떠나오기 전까지의 무거운 마음이나 광양에 도착해서의 빡센 신고식은 금새봄바람에 실려갑니다.

백운산자연휴양림 도착, 더 이상 차로는 갈 수가 없어 '여기가 입구인가'하는데 대숲샘 한마디하십니다.

"이상하다, 여기가 아닌데...내비에 논실마을이라고 함 쳐봐유."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 논실마을, 그리 멀지않은 곳이라 내비가 가리키는대로 차를 몹니다.

길은 점점 좁아지고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무렵, 이번엔 내비가 한마디 내뱉습니다.

"유턴!"

'아~ 그랬었지, 내비는 좁은 길에서 턴을 할 수 없으면 턴을 할 수 있는 곳까지 직진해서 유턴이라고 안내했었지!'

유턴을 해서 다시 내려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온 것 같고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 오른쪽 개울 건너를 보니

큰 길 인 듯한 도로구조물들이 보입니다.

"저 길이 나을 겁니다. 길이란게 어디든 통하는 법이거든요."

나름 의기양양하게 얘기하곤 아슬아슬 개울을 건너 큰 길로 들어섰더니 포장은 안됐지만

나름 올라왔던 길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래, 이 길이 훨씬 빠르고 좋을 거야!'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자갈투성이에 4륜차가 아니면

도저히 다닐 수도 없을 것 같은 길이 펼쳐집니다.그래도 어쩝니까? 제가 가자고 했던 길인데다

내리막 길은 내려가도 4륜차도 아닌 가스차로는 어른 4사람을 태우고 오르막 길을 오를 수 없는 것을...

쿵쾅거리며 바닥도 몇 번 찌~익 긁으며 그렇게 내려갔더니 다시 백운산휴양림 입구입니다.

'구례가 온 몸으로 나를 거부하는 구나, 나 사실은 구례에 정착할 마음도 있는데 네가 이렇게까지...'

미친 놈처럼 중얼거리며 도착한 논실마을, 21-3번의 종점입니다.

(아는 버스시간도 다시 보자, 버스시간표를 찍는 대숲샘과 치치엄마)


여기부터 시작입니다, (속으로) '시작은 무슨~쳇!'


에~ 여기부터가서울대하교 남부학술림 백운산지역으로서~~어쩌구 저쩌구~ '배고파요, 밥묵고 합시다!'


계곡 속은 연두빛 터널입니다. 이제서야 점심 먹으려고 계곡에 자리를 잡습니다.

까칠했던 기분,몰라유, 밥먹는다는데~^^


마, 대충 김밥이나 사가려고했던 것이 전날 제가 올린호박선을 보고 기대하겠다는 대숲샘의 말씀에 12시가 넘도록

준비한 한식조리사표 유부초밥이유, 맛? 오셨던 분들께 여쭤보셔유^^(멸치볶음과 양념한 명란젓갈이 반찬)


배도 부르겠다, 오늘의 주제인 '신록속으로' 고고씽~


아! 숲도 나무도 새싹도 모두 연두빛...


오리나무 그늘 드리워진 신록의 숲을 거닐다!


광양에서 구례로 넘어온 어느 순간, 멀리 지리산의 주능선이 보입니다.


신록 속에서의 망중한!


이상으로 3시간여, 광양 옥룡 논실마을에서 출발해서 구례 도장동까지의 아름다운 길 걷기였습니다.


이날의 걷기수업은 끝났어도 길은길에 연하여 이어지므로 저 길의 끝을 다 알거나 가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봄과 여름의 길목에서 신록의 한가운데를 좋은 분들과걸었던 추억,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구례시내로 향하는 섬진강변, 여기도 온통 연두빛 신록의 세상입니다. (동행했던 하나임님)


그 유명한 구례 동아식당,계란후라이를 비롯한 밑반찬이며 가오리찜, 꼬막...음식들에 놀라고, 맛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고 그렇게 놀라다보니 저녁 지리산에서의 수업은 까맣게 잊고 구례에서의 밤이 깊어갑니다.

다시 한 번 청강을 허락해주신 대숲샘께 감사드리고 다음엔 좀살살 약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