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98) 썸네일형 리스트형 [고은과의 대화](6)인간은 문화의 분절을 몸으로 겪는 ‘시간 속의 양서류’와 같다네 김형수(소설가·평론가)=이제까지 선생님은 인간의 신체에 쌓인 거대한 시간의 크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 속에서 당대 문명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패러다임에 불과하다는 것, 또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고 정신의 크기는 작아졌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양 세기의 달빛’을 말씀하시는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고은=양 세기에 걸친 삶이란 내가 내 부모의 자식인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선택 불가능한 삶이겠지. 또한 인간의 시간관념이 만든 시대라든가 세대라든가 세기라든가 하는 것이 우연하게 적용됨으로써 단(單) 세기를 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에 지나지 않겠지. 그럼에도 그저 20세기만이 아니라 두 세기에 걸친다는 것은 시간관념의 차원을 넘어서 복합적 역사단위가 되지 않을 수..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44) 고흐 ‘선한 사마리아인’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ㆍ누가 이웃인가? 운명에는 목격자가 있고, 목격자의 운명이 있습니다. 혹 상처 입고 쓰러져 위기를 맞고 있는 누군가를 목격하신 적 없으신가요? 그 때 어떻게 하셨나요? 포대기에 쌓인 아기가 길가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아기의 목숨이 위태롭기만 한데 한 사람, 두 사람…, 마침내 열일곱 번 째 사람이 그 아기를 지나칩니다.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지나치는 사이 아기는 목숨 줄을 놓아버렸습니다. 얼마 전 중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입니다. 그 사건이 어찌 중국만의 문제겠습니까? 나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내가 이웃의 위기에 무디고 무딘 피폐한 영혼이고, 그럼으로써 나의 위기에도 아무에게도 손 내밀 수 없는 고립된 영혼인지도 모른다고. 그 상황에 떠오르는 그림이 바로 고흐의 ‘선한 사마..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43) 쿠르베 ‘상처 입은 남자’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ㆍ총 맞은 것처럼! 눈은 마음에 창이지요? 화가 나면 열이 눈으로 올라오고, 불안하면 눈빛이 흔들립니다. 사랑에 빠지면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안정적인 사람은 눈빛이 맑습니다. 총 맞은 것처럼, 아니, 저 그림의 남자처럼 칼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프면 어떤 눈빛일까요? 쿠르베의 ‘상처 입은 남자’는 쿠르베의 자화상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감고 있기는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은 저 남자의 눈매, 매력적이지요? 묘합니다. 저 눈매는 상처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의 눈매가 아닙니다. 저 남자, 상처를 오히려 소중한 연인인 양 느끼고 있나 봅니다. 의연하게 상처를 품고 있는 남자의 고통스러운 평화가 단박에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작품이 바로 저 작품, 쿠르베의 ‘상처 입은 남자’입니다..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42) 번 존스 ‘코페투아왕과 거지소녀’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 ㆍ황금보다 귀한 꽃 스티브 잡스의 매력은 돈이 아니지요? 편리한 컴퓨터 세상도 아니고, 끝없는 혁신도 아닙니다. 그의 매력은 직관입니다. 그는 직관을 따라 산 자, 직관이 살아있는 자였습니다. 나는 잡스를 돈이 덫이 되지 않은 경영자로, IT업계 황제라는 왕관이 덫이 되지 않은 인간으로 기억합니다. 저 그림은 화려한 왕관을 내려놓는 자의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은 낭만적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초라한 거지소녀를 사랑해서 세상에서 제일 화려한 왕관을 내려놓고 있는 왕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지금 사랑 앞에서 쩔쩔매는 저 왕은 원래 여인에게 관심이 없었다지요? 여인에게 관심이 없는 남자, 얼마나 편안하게 살았겠습니까? 그러나 또 얼마나 삭막하게 살았겠습니까? 자기 자신이 .. [신영복의 변방을 찾아서](4) 홍명희 문학비·생가 신영복 | 성공회대 석좌교수 ㆍ약자 임꺽정의 피신처 ‘산’… 내 겨울 감방을 추억한다 ‘벽초 홍명희문학비’는 1998년 홍명희 30주기, 연재 70주기를 기념한 제3회 홍명희문학제 때 건립되었다. 그때는 글씨만 써 보내고 제막식에는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이 초행이었다.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문학비는 주차장이 되어 있는 텅 빈 제월대 광장 가장자리에서 혼자 가을볕을 안고 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 간 붓으로 글자에 먹을 넣기 시작했다. 비문은 먹빛이 바래고 빗물에 씻기어 읽기 어려울 정도였다. 취재팀 일행 세 사람도 작업에 동참하였다. 작업이 거의 끝날 무렵에 문학비 건립 추진위원회의 운영위원이기도 한 도종환 시인이 당도했다. “1998년 비를 세울 땐 도지사와 군수도 참석하고 제월리 마을 사람들이 .. 하늘 올려다 보기(45)/사진 한 장의 여유 하늘 올려다 보기(44)/희망과 꿈을 품습니다 하늘 올려다 보기(43)/가을이 깊어갑니다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1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