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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엽서]비 내리는 산사 류철 사진작가 비 오는 산사에 가고 싶습니다. 비 오는 산사에 가서, 비 오는 산사에 가고 싶었다고, 흠뻑 젖어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처마 밑에 서 있고 싶습니다. 오는 줄 까맣게 몰랐던, 청춘, 사랑, 기회 같은 것들 뒷모습 보일지라도…. 참, 평창의 꿈이 이뤄지던 밤, 당신의 꿈은 오고 있던가요, 가고 있던가요? 전남 순천 신평리 송광사에서 [ 풍경 엽서 바로가기 ]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주영하의 음식 100년](16) 편육 주영하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음식이 편육 … 돼지머리가 일미 조선시대 사람들이 음식을 상에 차릴 때 어떤 규칙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무척 궁금하지만 불행하게도 19세기 중반 이전의 문헌 중에서 아직까지 이것이 발견된 것은 없다. 다만 19세기 말경에 쓰였을 것으로 여겨지는 의 말미에 ‘반상식도’가 나올 뿐이다. 이 책의 ‘반상식도’에는 구첩반상·칠첩반상·오첩반상·곁상·술상·신선로상·입매상의 상차림 규칙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곁상·술상·신선로상을 제외한 나머지 상 모두에는 한글로 쓰인 ‘숙육’이란 음식이 나온다. 그만큼 이 책의 저자는 숙육을 상을 차릴 때 반드시 내야 하는 음식으로 이해한 듯하다. 숙육이란 어떤 음식인가? 당연히 이 책에 그 조리법이 나온다. 한자로 ‘孰肉’이라 썼지만, 아마도..
[김남희의 남미 걷기](10)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김남희 | 도보여행가·작가 ㆍ탱고 안보고 떠난다면, 그건 범죄다 모든 사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떤 장소에 대해 우리가 품게 되는 사랑 역시. 내 영혼은 거친 들판에 더 어울린다고 믿어온 나였기에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이곳은 과거의 영광으로 살아가는 도시. 밤새 노래하고 춤추며 깨어있는 곳. 모든 방랑자를 품어주는 땅.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엄마 찾아 삼만리’를 기억하는지. 어린 소년 마르코가 돈을 벌기 위해 떠난 엄마를 찾아왔던 곳으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도시. 세기의 불가사의라 불리는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파산한 후 아직 회복되지 못한 도시. ‘좋은 공기’라는 그 이름처럼 바람 들어 함부로 들뜨게 되는 도시. 이쯤에서 당신도 그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으..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28) 조르주 로슈그로스의 ‘꽃밭의 기사’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 ㆍ무드는 감정을 방해한다 의 작가 정인경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등에 지고 태어난다고. 청춘이 지나간 자리에서 자신이 풀어낸 이야기를 돌아보면 살아온 날들이 정말 기적이지요? 살아온 날들의 기적 속에서 살아갈 날들의 기적을 믿으며 두려움 없이 뚜벅뚜벅 걸어갈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삶의 주인공이 아닐까요? 오르세 미술관전에서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저 그림은 살아온 날들이 기적이었던 삶의 주인공, 바로 파르시팔의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꽃밭의 기사’라고 되어 있는데, 신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쉽게 친숙해질 그림입니다. 저 그림은 남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곱씹게 만드는 이야기, 파르시팔 신화를 그린 것입니다. 사내랄 수 있는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
[풍경 엽서]벌써 7월입니다 류철·사진작가 벌써 7월입니다. 붉은 꽃 한번 피우지 못하고,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렸습니다. 장마에 젖어 눅눅한 가슴마다 위로를 전합니다. 약소합니다. 당신께 드리는 백만 두 송이 플로리아입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헤아려 보시든지요. -1911년 초여름, 경남 함양군 용평리 플로리아 밭에서 [ 풍경 엽서 바로가기 ] ⓒ 경향신문 & 경향닷컴
[풍경 엽서]이 땅의 풍경들 류철·사진작가 이 땅의 풍경들, 거짓말처럼 이 땅의 사람들 닮았습니다. 날카로움 없이 뭉실하게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처럼 끊어짐 없이 줄~곧 때론 따스하고 때로는 뜨겁게 때론 선선하고 때로는 차갑게 웅장함 없어도 충분히 넉넉하고 다채로움 없어도 충분히 정겨운. 이 땅에 사는 사람처럼, 마치 당신처럼. 2011년 6월 강원 평창 미탄에서 [ 풍경 엽서 바로가기 ] ⓒ 경향신문 & 경향닷컴
7월, 가지 않은 길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詩 / 피천득 옮김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
[열차여행](6)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곡성 | 글·사진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ㆍ강바람 가르는 기적소리, 과거와 마주치다 길은 강을 따라 난다. 아니, 강을 따라 달릴 때 가장 아름답다. 전남 곡성을 지나는 17번 국도는 섬진강의 강 허리를 한 움큼 베어 안는다. 유하면서 안온하게 흐르는 섬진강처럼 길은 조용하지만 정확하게 강 모양을 빼닮았다. 이 길 위로 철로가 포개진다. 마치 철로도 강을 따라 달릴 때 가장 아름답다는 듯 기찻길은 직선을 포기하고 곡선을 택했다. 모두가 빨리를 외칠 때 느릿느릿 한숨 쉬고 돌아가는 곡성여행이 강따라 길따라 철로따라 펼쳐진다. 열차는 우리에게 과거일까 현재일까 미래일까. 그 해답을 찾는 여정으로 전남 곡성을 택했다. 전남 곡성역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옛 곡성역이 있다. 순서를 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