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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선정 ‘가볼 만한 농촌마을’](4)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과거로의 여행’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 경북 경주 세심마을 청산(靑山)이 빙 둘러 서 있다. 유수(流水)가 쉼없이 노래한다. 마음의 묵은 때가 홀연히 씻기는 듯하다. 구름처럼 머물다 가고 싶은 곳이다. 경북 경주의 세심(洗心)마을이다.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인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 선생은 경치가 빼어난 세심마을 주변을 사산오대(四山五臺)라고 불렀다. 사산은 마을을 둘러싸고 우뚝 솟은 화개산·자옥산·무학산·도덕산 등 4개의 산을, 오대는 마을 앞 옥계천 주변의 세심대·관어대·탁영대·징심대·영귀대 등 경관이 수려한 곳을 말한다. 경북 경주시 세심마을 체험프로그램의 하나인 과거시험 무과에 응시한 어린이들이 활쏘기를 겨루고 있다. | 경주시 제공세심마을 주변에는 유네스코 ..
[농촌진흥청 선정 ‘가볼 만한 농촌마을’](3) 느림·올레·둘레…길에서 찾은 여유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전남 완도군 청산도 빨리 가려 해도 도저히 속도를 낼 수 없단다. 길이 험해서가 아니란다. 아름다운 풍광이 너무 많아 발길을 재촉할 수 없는 섬이 있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다. 청산도는 영화 로 스타섬이 됐다. 돌담이 구불구불 이어진 황톳길이 주요 배경이 됐다. 등짐을 멘 아버지 유봉과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의붓딸 송화, 북을 등에 멘 동호. ‘진도 아리랑’을 절창하며 언덕을 내려오던 그 길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바로 그 옆에서 인기 드라마 가 촬영됐고, 그 세트가 그대로 서 있다. 21일 청산도 제1명품길로 알려진 제1코스 당리마을길을 따라 남녀 관광객이 걷고 있다. 바로 뒤편에 촬영지인 초가가 있다. | 완도군 제공세월이 가도..
[김남희의 남미 걷기](12) 볼리비아 라파스와 우유니 김남희 | 도보여행가·작가 ㆍ하늘이 땅으로 내려와 몸을 섞다 볼리비아라는 나라가 내게 처음 다가온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별이 유난히도 밝은 오늘 이 시간이 가면 그대 떠난다는 말이…”,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 ‘약속’. 염소창법이라 불리던, 간드러지는 바이브레이션으로 노래를 부르던 임병수가 볼리비아 교포라고 했다. 철이 든 후 볼리비아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체 게바라 덕분이었다. 혁명을 꿈꾸던 그가 마지막으로 들어갔던 곳이 볼리비아의 밀림이었고, 7명의 동료와 함께 눈을 뜬 채 죽은 곳도 볼리비아였다. 그를 살해한 도시의 시장이 체 게바라의 자취를 따라가는 ‘체의 길’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씁쓸해한 기억도 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나라이면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1..
바렌보임 27년 만에 내한… 광복절 임진각서 ‘베토벤 합창’ 지휘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ㆍ“인간은 모두 형제, 서로 포옹하라” ‘클래식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69·사진)이 내한 연주회를 연다. 1984년 파리 오케스트라와 한국을 방문한 지 27년 만이다. 이번에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DO)와 함께다. WEDO는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의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1999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여러 중동지역에서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 창단한 오케스트라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동서양의 소통을 지향하며 쓴 ‘서동시집’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지역 출신의 젊은 음악인들의 조합이기에 ‘기적의 오케스트라’ ‘평화의 오케스트라’라고도 불린다. 특히 2005년..
[농촌진흥청 선정 ‘가볼만한 농촌마을’](2) “정 듬뿍 찍어 드세요” 남도 맛고을 나영석 기자 ysn@kyunghyang.com 더위에 지친 심신을 추스르는 데에는 ‘먹을거리’만한 게 없다. 고즈넉한 나무그늘 밑에서 갓 만들어 낸 손두부에 시원한 동동주로 목을 축이거나, 직접 치즈와 피자를 만들어 ‘한입’ 먹어보는 기쁨.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 전남 광양 도선국사마을 전남 광양시에 위치한 도선국사마을(http://dosun.go2vil.org)에선 백운산 자락에서 자란 다양한 농산물로 만든 농촌 음식을 맛보고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이 마을은 신라 풍수지리 대가인 도선국사(827~898)가 35년가량 이곳에 머물렀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전남 광양시 도선국사 마을 ‘매화랑 매실이랑’ 주인 오정숙씨(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찾아온 관광객을 상대로 매..
[농촌진흥청 선정 ‘가볼만한 농촌마을’](1) 찰칵, 옛 추억의 ‘풍경’을 찍다 김영이 기자 kye@kyunghyang.com 농촌진흥청은 19일 올여름 휴가 때 가볼 만한 농촌마을 1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농촌진흥청은 올여름 휴가는 걷기와 체험 여행, 환경 친화적 여행,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정(公正) 여행 등 3대 요소가 중시되고 있으며 농촌마을 여행은 이 같은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마을 여행은 다채로운 풍광, 특산물, 향토음식 등 그린투어리즘을 즐길 수 있다. 경향신문은 16개 농촌마을을 풍경·길·먹거리·체험·전통 등 주제별로 나눠 5회에 걸쳐 소개한다. ■ 충주 재오개 하니마을 충북 충주의 재오개 하니마을과 경남 창녕의 가시연꽃마을, 충남 태안의 볏가리마을은 멋진 풍경과 자연을 간직한 마을이다. 올 여름 휴가철에 그린투어리즘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 ..
[책읽는 경향]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조명애 | 불문학 박사·소설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로베르 델피르 외·까치 세계 사진사의 신화적 인물 브레송은 자신의 라이카 소형 카메라를 ‘내 눈의 연장’이라고 했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 감각기관의 연장’이라고 했던 마셜 맥루한의 말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맥루한이 ‘핫 미디어’로 분류했던 사진과 함께 또 다른 의미로 ‘핫’한 삶을 살다간 브레송. 그의 예술혼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사진집으로, 여러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의 작품세계를 논한 글들도 함께 실려 있다. 특히 그를 ‘카이로스’에 비유한 장 클레르의 글은 깊은 통찰력이 느껴진다. 사진작가로서의 브레송의 삶은 ‘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로 축약된다. 그는 세계 곳곳을 찾아갔다. 거기서 자신의 ‘연장된 눈’을 통해 시..
[주영하의 음식 100년](20) 탕평채 주영하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ㆍ“사색당쟁 버리고 화합하라” 영·정조의 탕평음식 유래설 요사이 한정식당에 나오는 음식 중에서 탕평채(蕩平菜)만큼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없을 듯하다. 칼럼리스트 이규태(1933~2006)는 탕평채를 두고 “노란 창포묵에 붉은 돼지고기, 파란 미나리, 검은 김을 초장에 찍어먹는 3월의 시식(時食)이다. 노랗고 붉고 파랗고 검은 사색 당쟁을 탕평코자 정조는 도처에 탕평비를 세우고 이렇게 음식까지 만들어 먹게함으로써 파당을 화합토록 했던 것이다”(조선일보 1987년 3월17일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빗대어 “지금 야당의 속사정으로 미루어 손가락을 생각말고 손바닥을 생각할 때며 탕평채를 푸짐하게 버무려 서로 나누어 먹을 바로 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