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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물같이 바람같이 흘러간 ‘나만의 해변’ 삼척 | 이로사 기자 ro@kyunghyang.com ㆍ옛 7번국도 따라 떠난 ‘삼척 바다여행’ 옛 7번국도를 따라 삼척을 달렸다. 이 길엔 지금 ‘낭만 가도’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어있다. 길 따라 크고 작은 항·포구와 해변들이 빽빽하다. 8월 둘째주 휴가의 절정기인데, 사람들은 전부 해운대나 경포대에만 모여있는 걸까. 자그마한 해변들은 한적했다. 바다 위론 기암괴석 갯바위가, 바위 위론 암석을 뚫은 낮은 소나무가 고고했다. 이 중 고포·신남·갈남·부남 네 곳의 해변을 추천한다. 혹 해변이 마음에 안 든다면, 옛 7번국도로 내달리다 내키는 데로 들어가 좋은 곳에 눌러 앉으면 될 일이다. 시작은 삼척 맨 아래 끄트머리에 매달린 고포해변. 여기부터 삼척항 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포해변은 강원도 삼척 쪽에..
[김남희의 남미 걷기](15) 잉카제국의 수도 페루 쿠스코 ㆍ길의 끝에서 더 나은 꿈 하나 품고 돌아갈 수 있기를 고도 3399m. 희박한 공기. 푸른 물감을 휙 뿌려놓은 듯 거칠 것 없이 새파란 하늘. 손을 뻗으면 잡힐 듯 내려앉은 구름. 그 너머 안데스 산맥의 능선들. 여기는 고대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 그 이름처럼 한때 ‘세계의 배꼽’이자 우주의 중심이었던 곳.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북부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에 800만의 인구를 거느렸던 대제국 잉카. 그 중 100만의 주민이 거주했던 쿠스코는 잉카인들이 신성시한 퓨마의 형상으로 세워졌다. 1531년, 스페인 용병 출신의 상인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잉카 제국을 침략했을 때 잉카인들은 그를 전설의 창조주 비라코차로 믿었다. 흰 피부를 가진 창조주가 돌아온다는 그들의 오랜 믿음 덕분에 고작 1..
[주영하의 음식 100년](23) 돼지순대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ㆍ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 ㆍ서민들 고달픈 삶 위로했던 단골안주 “흔히들 순대는 돼지나 소의 내장(창자)으로 하는데 물론 맛도 좋지만 이것은 값이 비싸고 쉽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만들기도 쉽고 값이 싸며 맛도 좋은 ‘오징어순대’가 있답니다.” 이 글은 동아일보 1964년 1월19일자에 실렸다. 당시 돼지나 소의 내장으로 만든 순대가 값이 비싸다니 무척 의아스럽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이다. 1960년대 중반만 해도 일반 서민들이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쉽게 먹을 수 없었던 가난한 때였다. 그러니 그 내장으로 만든 순대 역시 지금과는 사정이 달랐다. 알다시피 순대는 보통 북한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까닭인지는 몰라도 1994년 조선료리협회에서 발간..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34)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 ㆍ더없이 편안한 자세 사랑보다 명예가 중요한 사람들은 사랑 앞에서도 겉치레의 옷을 벗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옷을 입고 있지 않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거나 비난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의 사랑을 모독하면서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는, 마음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는 발표되었을 당시(1863),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작품입니다. 프랑스 사회는 저 그림을 불편해하고 증오했습니다. 마네는 오명으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왜 저 그림으로 파리가 발칵 뒤집혔는지 이해되지 않습니까? 신사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부끄러움도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저 여인! 나는 생각합니다. 저 ‘풀밭 위의 식사’나 ‘올랭피아’ 같은 마네의 그..
[낮은 목소리로]농산물은 공공재다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3위를 기록했는데 주범이 농산물값 폭등이랍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농산물값이 예외품목 없이 폭락한 6월 중순에도 물가가 4% 올랐는데 농산물값이 폭등한 지금도 4% 정도 올랐다고 하니 말입니다. 최근 정부가 물가관리 경제장관회의라는 것을 했습니다. 물가를 잘 관리하지 못해 혼난 장관들이 대통령의 명을 받고 1주일마다 회의를 한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하지 않고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했습니다. 이른바 ‘푸성귀 물가 잡기 대책회의’인 셈입니다. 배추값이 보름 사이 2배 오르고, 상추가 3배, 열무가 2배, 오이와 호박이 3배 이런 식입니다. 농산물 생산·수급 예측 시스템을 정밀하게 보완하고..
한여름밤 하동송림 `솔솔 라이브 콘서트`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심었던 소나무숲으로, 모두 750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노송의 나무껍질은 거북이 등과 같이 갈라져 있어 옛날 장군들이 입었던 철갑옷을 연상케 한다. 숲 안에는 활을 쏘는 장소인 하상정(河上亭)이 있어 궁사들의 단련장이 되고 있다. 하동송림은 오늘날 국내 제일가는 노송숲으로 넓은 백사장과 맑은 섬진강물이 어우러진 경치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 기사입력 2011-07-28 09:54 【하동=뉴시스】김오식 기자 = 경남 하동군은 오는 30일 오후 6시30분 천연기념물 제445호 하동송림 숲 작은 무대에서 '하동송림 솔솔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솔솔 콘서트는 '2..
[김남희의 남미 걷기](14) 볼리비아 투피자 김남희 | 도보여행가·작가 ㆍ‘마초들의 계곡’ 위로 달이 떠오른 순간 그대로 멈추고 싶었다 거리는 어두웠다. 가로등도 없는 골목에는 인적마저 끊겨 스산함이 감돌았다. 찬바람에 날리는 쓰레기들만이 골목 사이를 가로지르는 새벽 3시의 도시. 두려움에 심장이 조여들었다. 낯선 도시의 새벽 거리에 혼자 서 있다니. 누군가 내게 “여행할 때 가장 싫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할 수 있다. “어두워진 후에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일”이라고. 겁 많고 소심한 나는 밤 시간을 피하도록 늘 신경을 썼는데 오늘은 제대로 걸린 셈이다. 바짝 긴장한 채 버스에서 내렸다. 여기는 볼리비아의 남쪽 도시 투피자. 과연 이 시간에 택시를 잡을 수 있을지, 그 택시는 안전하기나 할지, 숙소는 문이 열려있을지..
여름 하동에 오시려거든, 푸른 들판 가득 담으러 오시라 하동 | 글 오광수 기자·사진 박성배(사진작가) oks@kyunghyang.com 여름은 대개 휴가로 기억된다. 이 땅에서의 휴가는 운명적으로 짧고 강렬할 수밖에 없다. 꽉 막힌 도로, 넘쳐나는 사람, 살인적인 물가…. 그래도 1년에 한 번 대개의 사람들은 이맘때면 짐을 싼다.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추억을 쌓기 위해 떠난다. 결국 한 장의 사진으로 남지만 ‘그해 여름 어디 있었다’ ‘휴가 때 어딜 다녀왔다’는 중요한 스펙이기 때문이다. 경남 하동은 그러한 ‘여행스펙 쌓기’에 더없이 좋은 휴가지다. 누군가 지리산을 얘기하거나 섬진강을 얘기할 때 뒤로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 또 문학작품을 논할 때나, 숨은 맛집을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섬진강이 휘돌아 흐르는 하동은 벚꽃길과 야생차, 섬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