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98) 썸네일형 리스트형 [주영하의 음식 100년](17) 생복회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조선요리옥은 1920~30년대 대단히 번창했다.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1940년대에도 그 사정은 변함이 없었다. 해방 이후 민생이 최악의 상태였지만, 고급요정은 오히려 성업을 하였다. 결국 1948년 10월29일에 국회의원 김상돈이 ‘고급요정봉쇄’를 법령으로 제안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한국전쟁이 한반도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던 1951년 12월1일에도 정부에서는 위생감찰단까지 조직하여 고급요정의 음식물을 간소화시키고, 요리 가격도 통제하였다. 당시 자료를 통해서 요정에서 판매되었던 요리 종류를 추정할 수 있다. 그 중에서 ‘한국요리’로 분류된 요리와 가격을 살펴보자. “신선로 1만1천원, 맥운(매운탕) 1만1천원, 생복(生福) 8천원, 닭쁘꿈(닭볶음) 8천원, 게활.. [김남희의 남미 걷기](9) 칠레의 이스터섬 김남희 | 도보여행가·작가ㆍ수백년 전부터 뜨거운 갈등의 불씨 넓은 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배낭을 메거나 슈트케이스를 끌고 서 있는 사람들. 그들의 몸에서 묻어나는 낯선 도시의 냄새. 흔들리는 눈빛과 얼굴에 서린 홍조. 나와 같은 피를 지닌 사람들이 있는 이곳은 내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라면 내 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어떤 사연을 품고 어디로 가는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몇 시간쯤은 그냥 보낼 수 있고, 배낭 속에 넣어온 책을 읽으며 하룻밤쯤은 문제없이 지새울 수도 있다. 어느 날 문득 잠에서 깨어 가방을 꾸려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남은 생을 살 수도 있음을 일러주는 곳. 날개가 없는 내게 날개를 달아주고, 버리지 못한 꿈을 현실로 되돌려주는 곳. 나는 지금 칠레 ..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26) 클로드 모네 ‘임종을 맞는 카미유’ 이주향 | 수원대 교수·철학 ㆍ삶과 죽음의 경계를 그리다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면서 고흐가 말했습니다. “테오, 내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타라스콩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듯이 별들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해.” 아마 그때 그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고, 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별들이 가까웠나 봅니다. 이번 오르세 미술관전에서 눈여겨보게 된 그림 중에는 직접적으로 그 죽음을 그린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모네의 그림, ‘임종을 맞는 카미유’입니다. 꿈처럼 모호하고 환상처럼 아련하기만 한 저 그림은 제목처럼 임종의 순간을 그린 것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고 있는 저 여인 카미유는 임종의 순간에 서른두살이었습니다. 세상에, 그리도 젊은 몸에 들이닥친 혹독한 세파.. 책을 사이에 두고, 우린 사랑을 했지요 책을 사이에 두고, 우린 사랑을 했지요 [2011.01.07 제843호] [한겨레21·YES24 공동기획] 책과 함께 우린 행복한 겁니다! / 가수 이석원, 여행가 김남희, 소설가 김중혁에게 보내는 팬레터, 그리고 그들의 답장‘방콕’이 ‘동경’에게 김남희와 책으로 여러 번 여행한 블로거 설해목이 묻고 싶은 것들 안녕하세요, 작가님. 여행에세이스트인 작가님의 독자이자, 여행자로서 작가님의 팬인 한 사람입니다. 책은 물론 TV와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작가님과의 여행을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해오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고, 또 저같이 용기가 없어 서른이 넘어도 여행 한 번 떠나본 적 없는 이들에게 마음과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는 촌철살인 같은 한마디 조언을 듣고자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2003년에 본.. [주영하의 음식 100년](16) 구절판 주영훈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ㆍ여덟가지 재료 밀전병에 돌돌~ 한입에 쏙~ ㆍ정초 손님접대 음식으로 인기 ‘구절판’은 음식을 담는 그릇이면서 동시에 거기에 담긴 음식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조선후기에 나온 조리서를 아무리 뒤져도 구절판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일제시대, 그것도 1935년이 되어야 비로소 신문에 구절판이란 음식이 나온다. 동아일보 1935년 11월9일자 ‘가을요리(6) 내 집의 자랑거리 음식 구절판, 배추무름’이란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기사는 기자가 윤숙경이란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옮긴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오늘 소개케하랴는 음식은 특별히 술안주에 좋고 또 복잡한 듯하면서 비교적 만들기 좋은 것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기사에서는 구절판이 한자로 ‘九折板’이 된다고 하면서.. [이종민의 음악편지]파격의 아름다움 이종민 | 전북대 교수·영문학 님은 갔습니다. 제자들의 애원의 눈길도 외면한 채 무슨 급한 볼 일이라도 생긴 양 서둘러 떠났습니다. 간절한 손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붙잡히면 큰일이라도 날까 싶은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갑게 술잔을 주고받던 제자들이 갑자기 저승사자라도 된 것일까? 2차로 노래방을 갈 분위기가 감지되자 불에 덴 듯 놀라 자리를 피한 것입니다. 종강 기념으로 한판 놀고 싶어 기회를 엿보던 제자들은 닭 쫓던 견공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번번이 그랬습니다. 개강 때에도 오랜만에 만났으니 한번 취해 봅시다! 하면 사부님은 어느새 종적을 감추어 버렸습니다. 개강이나 종강이나 그 중심에 사부님이 계셔야 제격인데 언제나 사라져 김을 빼는 것입니다. 종강할 때면, 제대로 예습 ..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25)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ㆍ번뇌는 별빛이라 마음 안에 번민이 없을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또 번민이 있으면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번민을 모르고는 인간이 될 수 없고, 번민에 사로잡혀서도 제대로 살 수 없는 거지요. 번민이 자유롭게 흘러 빛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길을 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조지훈 시인의 ‘승무’처럼 세파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고백할 수 있을 테니까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 진짜 번뇌는 별빛, 아닌가요? 고흐는 어떻게 그렇게 거침없는 붓 터치로, 마음을 다 담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전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은 역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있으면 분명히 느낍니다. 고흐에게 그림은.. [시가 있는 플랫폼]돌을 보며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이전 1 ··· 41 42 43 44 45 46 47 ··· 1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