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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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철의 풍경엽서
류철의 풍경엽서_이른아홉번째
여기까지라 생각 마십시오 돌아서면..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길의 끝_ 2010, 간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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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그림마당
[이철수의 돋을새김]낙엽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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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여적]첫눈
김태관 논설위원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첫눈이 지나갔다고 한다. 올 첫눈은 누구의 가슴도 적시지 않고 도둑처럼 왔다 갔다. 지난 8일 밤에 내렸다고 하는 서울의 첫눈은 작년보다 7일, 예년보다는 14일이나 이르다. 그러나 첫눈은 그렇게 쉽게 와서는 안 된다. 단풍이 미처 지기도 전에 느닷없이 내려서는 안 된다. 가을이 미처 떠나기도 전에 겨울을 알리는 고지서처럼 무심히 첫눈이 배달돼서는 안 된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네가 지키려 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쌓인다.” 최영미 시인에게 첫눈은 치한과도 같다. 미처 피할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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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철의 풍경엽서
류철의 풍경엽서_여든번째
허연 뼈마디살 드러내고 온몸으로 분신하던 가을 자작자작자작자작자작 활활 영혼을 태우는 소리 다시 겨울이면 돌아와 내내 흩뿌려 주리라고 온 산하에 은빛 유골 하얗게.. 수북히.. 자작나무 _ 2009, 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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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그림철학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39) 앙리 루소 ‘잠든 집시여인’
이주향|수원대 교수·철학 ㆍ달빛 한 줌, 지팡이 하나 천국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기보다 지옥에서 홀로 살기를 선택하겠다고 고백한 이는 소로였습니다. 소로는 월든 숲속에다 오두막 한 채를 짓고 스스로 밭을 일궈 먹으며 평생을 고독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갑자기 찾아온 폐렴에 걸려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그렇게 고독하게 세상을 떠났어도 나는 그가 불쌍하거나 안됐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고독이 불안하거나 무섭지 않은, 아니 고독이 ‘나’의 집인 현자였을 테니까요. 저 그림 앙리 루소의 ‘잠든 집시여인’을 보는데 왜 단순하고 담백하게 살다간 소로가 생각이 나는 걸까요? 아마 보이는 것이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일 것입니다. 한 벌의 옷, 지팡이 하나, 만돌린 하나, 물병 하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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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100년
[주영하의 음식 100년](23) 돼지순대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ㆍ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 ㆍ서민들 고달픈 삶 위로했던 단골안주 “흔히들 순대는 돼지나 소의 내장(창자)으로 하는데 물론 맛도 좋지만 이것은 값이 비싸고 쉽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만들기도 쉽고 값이 싸며 맛도 좋은 ‘오징어순대’가 있답니다.” 이 글은 동아일보 1964년 1월19일자에 실렸다. 당시 돼지나 소의 내장으로 만든 순대가 값이 비싸다니 무척 의아스럽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이다. 1960년대 중반만 해도 일반 서민들이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쉽게 먹을 수 없었던 가난한 때였다. 그러니 그 내장으로 만든 순대 역시 지금과는 사정이 달랐다. 알다시피 순대는 보통 북한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까닭인지는 몰라도 1994년 조선료리협회에서 발간..
내가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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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이정희와 이정희
강광석|전농 강진군 정책실장다음(daum)에 ‘이정희’를 입력하면 많은 ‘이정희’가 나옵니다. 대학교수, 현대무용가, 연극인, 스포츠 선수, 기업인 등 다양합니다. 흔한 이름이죠. 제 인생에는 이정희가 두 명 있습니다. 학생시절 같은 과에 이정희 선배가 있었습니다. 1학년 때, 한 시대를 풍미한 민중가요 ‘가야 하네’를 처음 가르쳐준 선배입니다. 그는 모르는 노래가사가 없었습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가사를 불러주는, 말하자면 가사 도우미였습니다. 가사 도우미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노래의 흐름과 분위기,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상태까지 파악해 때론 축약하고, 때론 음률을 섞어가며 추임새처럼 넣는 고난도 기술의 소유자였습니다. 고향이 부산이었고 재수를 했던 것 같고 살집이 풍부하고 얼굴에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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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농민 울리는 비료값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며칠 있으면 3월입니다. 벌써 한 해 농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고추 모종은 하우스에서 잘 크고 있습니다. 논과 밭에 퇴비를 뿌리는 농민들도 있습니다. 보리를 간 농민들은 1차 웃거름을 주었습니다. 농기계 수리 센터에서 트랙터와 관리기를 손보는 농민들도 늘었습니다. 친환경 우렁이농법 신청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직 겨울 뒤끝인지라 마을회관은 붐빕니다. 후보자들 자신이 직접 쓴 것 같지 않은, 출판기념회에 동원되었을 책들이 나뒹굴고 명함이 수북이 쌓여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보고 마냥 웃습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곳 시골에도 거센 정치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 말하는 민주통합당 후보와 ‘이제는 과거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 말하는 통합진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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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사람이 사람에게 복무하는 세상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아픔은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사람관계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 인생이 칭찬도 배려도 위로도 없이 메마른 잎사귀처럼 나부끼다 누구의 눈물도 없이 진다는 것입니다. 올해도 수없이 많은 어르신들이 자식들 없이, 친·인척들의 무관심 속에 설을 보냈습니다. 전화는 왔는지, 제사비용이나 용돈은 받았는지, 매년 받던 내복은 도착했는지, 이것저것 걱정하며 까치설날 저녁 8시, 안방 불이 꺼져 있는 이웃의 집들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습니다. 동네 선배의 집이, 후배의 집이 홀로 계신 어머니의 찬 신음소리를 삼키며 정월 한풍을 견디고 있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고, 겨울밤은 잠들지 못했습니다. 한방에서 예닐곱명이 살던 시절, 싸래기 가래떡을 해서 서로 엉겨붙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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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농민 시름’ 먹고 크는 한우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동네 앞 밭에서 배추는 한 해를 보내지 못하고 얼차려 받는 자세로 찬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배추파동에 놀란 정부가 한 포기 더 심기 운동을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추를 심은 농민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대파, 양파가 흙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요즘 시골에서 가장 어영부영 돈을 까먹는 것이 소입니다. 하는 일 없이 팽팽 놀면서 주는 밥은 어찌 또 그렇게 잘 먹는지 모릅니다. 소가 사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가 소를 먹고 있습니다. 한우가 어찌된 일인지 양식만 먹습니다. 사료가 거의 100% 외국산입니다. 사료값은 국제 금융위기 이후 선물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만 30% 정도 올랐습니다. 내년 초 8% 인상될 요인도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