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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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인종·종교·영토 분쟁 등 ‘장벽에 갇힌 세계’
이청솔기자 taiyang@kyunghyang.comㅣ경향신문 동독·서독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흘렀다. 그러나 분쟁을 상징하는 많은 장벽이 여전히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최근 들어 시작된 갈등으로 새롭게 장벽이 설치되고 있는 지역도 있다. 중동분쟁의 상징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장벽부터 국부의 원천을 지키기 위한 ‘석유 장벽’, 곳곳에서 세워지고 있는 밀입국 방지용 장벽, 냉전체제의 유물인 한반도의 휴전선까지…. BBC 방송은 지난 5일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갈등의 상징이 된 세계의 장벽 12곳을 소개했다. ①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장벽 = 이스라엘은 2002년부터 요르단 강 서안지역과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 등 팔레스타인 영토와의 경계선에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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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lemensjin
길고도 길었던 그 험난한 여정(4월 28일 백운산)|
5월 1일 화요일은 근로자의 날, 월요일이 샌드위치데이여서직장인에겐황금같은 그것도 4일간의 연휴였습니다. 그간 어려워진 회사사정으로 지난 연말에만 무려 50여명의 임원이 회사를 떠나야했고 저 역시 올 해 안에 그리 될 것이라는 짐작으로 하루하루가 살 떨리는 그야말로 살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 그런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이라도 했는지 지리산을 다녀오겠다는 말에 마눌님은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고 미리 참석신청을 했던 지리산학교에서의 수업은 저녁에나 참석하면 되는 것이여서 전날 대숲샘께 걷기반 수업 청강여부를 문의하고선 광양터미널에 9시 20분까지 도착하려고 새벽 5시 50분 군포 집을 나섰습니다. 고속도로에서의 140~160km,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인데 사실은 만 10년이 넘은 제 차가더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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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그림철학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39) 앙리 루소 ‘잠든 집시여인’
이주향|수원대 교수·철학 ㆍ달빛 한 줌, 지팡이 하나 천국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기보다 지옥에서 홀로 살기를 선택하겠다고 고백한 이는 소로였습니다. 소로는 월든 숲속에다 오두막 한 채를 짓고 스스로 밭을 일궈 먹으며 평생을 고독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갑자기 찾아온 폐렴에 걸려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그렇게 고독하게 세상을 떠났어도 나는 그가 불쌍하거나 안됐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고독이 불안하거나 무섭지 않은, 아니 고독이 ‘나’의 집인 현자였을 테니까요. 저 그림 앙리 루소의 ‘잠든 집시여인’을 보는데 왜 단순하고 담백하게 살다간 소로가 생각이 나는 걸까요? 아마 보이는 것이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일 것입니다. 한 벌의 옷, 지팡이 하나, 만돌린 하나, 물병 하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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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100년
[주영하의 음식 100년](15) 당면잡채
주영하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ㆍ중국의 당면·일본의 간장·한국의 손맛 ㆍ삼국 합작으로 무친 잔칫상 단골 음식 1923년 10월28일자 동아일보 3면에는 ‘우리 손으로 제조하는 재래지나제 당면·분탕·호면’에 대한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를 낸 업체는 경의선 사리원역전에 있던 광흥공창 제면부였다. 대리점으로 평양에 있는 삼정정미소를 별도로 표기해 둔 것으로 보아, 광흥공창은 생산 공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 광고는 그 후 10월28일, 11월5일, 그리고 다음해인 1924년 4월24일과 5월9일에도 같은 신문에 실렸다. 그런데 1939년 5월23일자 매일신보의 사리원 특집면에서 이 광흥공창의 사장이 양재하라는 인물임을 밝혔다. 그 기사에 의하면, 당면 제조의 원조인 광흥공창의 사장 양재하가 사리원상업학교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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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100년
[주영하의 음식 100년](11) 조선요리옥의 탄생
주영하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ㆍ광화문 인근 ‘명월관’이 효시… 일본·청요리옥과‘맛 삼국지’ ※ 우리 음식의 역사, 그 음식에 깃든 문화와 삶을 풍성한사료를 토대로 맛있게 요리해온 ‘주영하의 음식 100년’이 두 번째 주제를 시작합니다. ‘가장 오래된 외식업, 국밥집’을 주제로 설렁탕 등 9개 음식을 소개한 데 이어, 18일자부터는 ‘조선요리옥의 탄생’을 주제로 신선로에서 묵까지 새로운 아홉 가지 음식을 들고 찾아갑니다. “삼사십여년 과거지사나 그때에 우리 조선은 그윽이 적막하야 인정(人定)을 진 후면 사람의 왕래가 끊어지고 국도(國都)에 내외국인간 여인교제(與人交際)할 자리가 없었으니 이천만 민중지국으로서 이러한즉 한심한 생각을 하고 보니 어느 나라를 물론하고 외국인이 다녀갈 적엔 그 나라 정도(定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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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100년
[주영하의 음식 100년](9) 배추김치
주영하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ㆍ“진수성찬도 김치 없으면 허전”… 켜켜이 감칠맛…그립다 ‘조선배추’ “김치라 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밥 다음에는 김치 없이 못 견디나니 만반진수가 있더라도 김치가 없으면 음식 모양이 못될 뿐 아니라 입에도 버릇이 되어 김치 못 먹고는 될 수 없나니 어찌 소중하다 아니 할까부냐.그런고로 봄과 여름과 가을은 일기가 춥지 아니한 고로 조금씩 담가 먹어도 무방하거니와 겨울은 불가불 한데 하여야 오륙삭을 먹나니 그런고로 진장(珍藏)이라 하는 말은 긴할 때 먹기로 보배로 감춘다는 말이라.” 이 글은 이용기가 1924년에 펴낸 근대조리서인 에 나온다.여기서 만반진수는 한자로 ‘滿盤珍羞’ 곧 상 위에 가득히 차린 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가리킨다. 김치가 없으면 밥 먹을 맛이 나지 않는..
내가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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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이정희와 이정희
강광석|전농 강진군 정책실장다음(daum)에 ‘이정희’를 입력하면 많은 ‘이정희’가 나옵니다. 대학교수, 현대무용가, 연극인, 스포츠 선수, 기업인 등 다양합니다. 흔한 이름이죠. 제 인생에는 이정희가 두 명 있습니다. 학생시절 같은 과에 이정희 선배가 있었습니다. 1학년 때, 한 시대를 풍미한 민중가요 ‘가야 하네’를 처음 가르쳐준 선배입니다. 그는 모르는 노래가사가 없었습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가사를 불러주는, 말하자면 가사 도우미였습니다. 가사 도우미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노래의 흐름과 분위기,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상태까지 파악해 때론 축약하고, 때론 음률을 섞어가며 추임새처럼 넣는 고난도 기술의 소유자였습니다. 고향이 부산이었고 재수를 했던 것 같고 살집이 풍부하고 얼굴에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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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농민 울리는 비료값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며칠 있으면 3월입니다. 벌써 한 해 농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고추 모종은 하우스에서 잘 크고 있습니다. 논과 밭에 퇴비를 뿌리는 농민들도 있습니다. 보리를 간 농민들은 1차 웃거름을 주었습니다. 농기계 수리 센터에서 트랙터와 관리기를 손보는 농민들도 늘었습니다. 친환경 우렁이농법 신청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직 겨울 뒤끝인지라 마을회관은 붐빕니다. 후보자들 자신이 직접 쓴 것 같지 않은, 출판기념회에 동원되었을 책들이 나뒹굴고 명함이 수북이 쌓여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보고 마냥 웃습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곳 시골에도 거센 정치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 말하는 민주통합당 후보와 ‘이제는 과거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 말하는 통합진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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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사람이 사람에게 복무하는 세상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아픔은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사람관계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 인생이 칭찬도 배려도 위로도 없이 메마른 잎사귀처럼 나부끼다 누구의 눈물도 없이 진다는 것입니다. 올해도 수없이 많은 어르신들이 자식들 없이, 친·인척들의 무관심 속에 설을 보냈습니다. 전화는 왔는지, 제사비용이나 용돈은 받았는지, 매년 받던 내복은 도착했는지, 이것저것 걱정하며 까치설날 저녁 8시, 안방 불이 꺼져 있는 이웃의 집들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습니다. 동네 선배의 집이, 후배의 집이 홀로 계신 어머니의 찬 신음소리를 삼키며 정월 한풍을 견디고 있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고, 겨울밤은 잠들지 못했습니다. 한방에서 예닐곱명이 살던 시절, 싸래기 가래떡을 해서 서로 엉겨붙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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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에 대하여
[낮은 목소리로]‘농민 시름’ 먹고 크는 한우
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동네 앞 밭에서 배추는 한 해를 보내지 못하고 얼차려 받는 자세로 찬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배추파동에 놀란 정부가 한 포기 더 심기 운동을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추를 심은 농민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대파, 양파가 흙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요즘 시골에서 가장 어영부영 돈을 까먹는 것이 소입니다. 하는 일 없이 팽팽 놀면서 주는 밥은 어찌 또 그렇게 잘 먹는지 모릅니다. 소가 사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가 소를 먹고 있습니다. 한우가 어찌된 일인지 양식만 먹습니다. 사료가 거의 100% 외국산입니다. 사료값은 국제 금융위기 이후 선물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올해만 30% 정도 올랐습니다. 내년 초 8% 인상될 요인도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