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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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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암스테르담 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여행을 다니다보면 이름조차 모른 채 지나쳐버리는 도시들이 있습니다. 특히 그 도시가 어떤 관광 유산도 없이 현대 사회의 기능적인 측면에만 치중해 있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서울 주변의 많은 위성도시도 그 운명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서울 여행을 온 외국인 여행자가 구리나 하남, 성남이나 고양을 추억거리로 만들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도시에는 저마다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서의 삶과 경기도 부천시에서의 삶에 위계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경험하는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도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다니며 혹 시간이 나면 이름모를 동네에 다녀오는 걸 좋아하는..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바르셀로나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세상의 많은 건축물처럼 우리의 옛 건축에서도 가장 중요한 디자인은 정면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일 처음 시선을 던지는 곳. 그래서 그 정면이 몇 칸인지, 지붕의 무게를 받쳐줄 공포는 어떤 형식인지, 그리고 그 위로 팔작지붕인지 맞배지붕인지가 중요시되었지요. 그런데 사실 나무로 지어지는 전통 건물에서 양 측면은 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구조의 단서입니다. 정면의 기둥 개수는 건물의 규모를 나타내지만 측면에 노출된 기둥들은 지붕을 어떻게 떠받드는지 이야기합니다. 서양 건축에서도 정면은 중요합니다. 특히 가장 공을 들인 성당의 경우 그 정면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웅장한 성당 내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 정면의 뒤쪽에 복잡하게 존재하는 구조체들..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로마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로마제국에는 수많은 경기장이 있었습니다. 콜로세움으로 대표되는 원형 경기장이나 영화 에 나오는 전차 경기장 같은 것입니다. 2000년 전의 유물이니 온전히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지요. 하지만 긴 세월 동안 사라져버린 것이 더 많은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그 흔적이나마 남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현대 로마의 나보나 광장이 좋은 예입니다. 옛 전차 경기장 자리는 광장이 되었고, 관중석이던 곳은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로 대체되었습니다. 광장이 이상하리만큼 길고 좁은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도시들에도 희미하게나마 옛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대구는 재미있는 예가 됩니다. 조선시대 작은 읍성이던 곳이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