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여행스케치 (51) 썸네일형 리스트형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상하이 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도시는 산업화의 산물입니다. 물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다른 목적을 가진 도시들이 계획에 의해 탄생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도시들은 근대 이후의 산업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장이 도시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도시는 공장과 노동자와 그 노동자들의 주거공간으로 채워져 갔습니다. 필연적으로 공해와 오염이 밀려왔지요. 시대가 흘러 이제 공장은 도시 밖이나 나라 밖으로 밀려납니다. 도시는 순차적으로 재개발의 열풍에 휩싸이곤 합니다. 그런데 몇몇 도시들은 그들의 공장들을 부수는 대신 재활용을 했습니다. 기계가 있던 자리를 문화로 채웠습니다. 상하이의 M50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낡은 공장들이 젊은 예술가들의 터전으로 바..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푸껫 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바다를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냥 서서 보는 것과 어디 들어가서 보는 것. 각각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추위나 더위 등의 기후적인 요소들은 배제해 봅니다. 우선 그냥 서서 보는 것. 대자연 속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집니다. 인간의 존재가 모래 한 알 정도로 느껴집니다. 자연의 위대함이 다가옵니다. 조금 고독하기도 합니다. 우주의 긴 시간 가운데 한 사람의 생애는 찰나임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어디 들어가서 보는 것. 건물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조금 만만합니다. 건축은 대개 우리 편입니다. 그런 만큼 바다와는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같은 공간에 다른 사람이라도 있다면 어쩐지 바다를 공유한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합니다. 무엇보다 인간도 건축..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네스 호 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건물에는 으레 창이 있습니다. 내부공간에 바깥의 빛을 들이기 위한 것입니다. 한편으로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창을 어느 위치에 어떤 크기로 뚫느냐에 따라 빛의 양이 달라지고, 그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집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네스 호에서 B&B에 묵은 적이 있습니다. B&B는 Bed & Breakfast의 약자로 이를테면 민박집입니다. 집주인의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방에서 잠을 자고 나름대로 푸짐한 영국식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지요. 내가 묵은 방은 2층의 구석에 위치했고 화려한 꽃무늬로 치장되어 있었습니다. 그 방에는 서북향의 작은 창이 하나 뚫려 있었는데 낡고 추운 지방의 집이라 창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 창 밖으로는 영..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서울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잘 늙은 사람의 얼굴은 아름답습니다. 선한 웃음과 삶의 인내로 빚어진 주름살은 보기에 좋습니다. 열정의 땀방울로 노화된 피부는 흉하게 보일 리 만무합니다. 진정성을 가진 눈빛은 변하지 않기에 감동적입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람의 얼굴이 변하는 것처럼 도시의 모습도 바뀝니다. 한 도시가 어떤 주름살과 어떤 피부, 어떤 눈빛을 갖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도시의 모습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닮기 때문입니다. 도시 풍경에 여유가 묻어난다면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분명 여유로울 것입니다. 반듯반듯한 도시의 사람들은 성격도 반듯할 게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의 모습은 깍쟁이 같습니다. 깍쟁이라는 것이 좋..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마추픽추(페루) 오영욱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어린 시절 내게는 커다란 별명이 없었습니다. 성이 ‘오’라서 오징어 정도로 불렸지요. 한편 친구들 중에는 제법 멋진 별명을 지닌 녀석들이 있었습니다. 당사자는 그 별명을 싫어했을지 몰라도 내겐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별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고만고만한 아이들 사이에서 어쩐지 만인의 관심을 받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몇몇 도시들에도 별명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도시가 별명을 갖고 있을 겁니다. 보통 시 정부 차원에서 홍보 목적으로 별명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별명을 스스로 정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설사 그런다 해도 친구들이 그렇게 불러줄 리 만무합니다. 도시의 경우 역시 스스로 정하는 별명은 어쩐지 어색합니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들어도 알 만한 도시의 별명이..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튀빙겐(독일) 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색을 정하는 일입니다. 색의 종류는 그야말로 다양하고 그 색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취향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이지요. 옷을 고르거나 집의 인테리어를 바꾸며 개인의 입맛에 맞춰 색을 선택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당사자에게 국한된 문제일 뿐입니다. 그런데 도시에 색을 칠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색이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세계의 평화만큼이나 요원할 겁니다. 튀빙겐은 독일 남서부의 작은 대학도시입니다. 중세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그곳의 첫인상은 강변에 나란히 서있는 남부 독일식 건물들의 다양한 색채에서 결정됩니다. 비슷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색을 갖고 있습니다. 자세한 연유야 모르겠지만 최소한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칠해지지는 않았을..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브라질리아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우리에게 남미 대륙은 여전히 미지의 땅입니다. 단순히 물리적 거리가 멀어서만은 아닐 겁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이뤄지는 삶의 모습은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가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다릅니다. 정열적인 태양이 북쪽에서 내리쬐는 남미의 여러 장소들 가운데서 더욱 특별한 미지의 세계 한 곳이 있다면 바로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입니다. 1960년에 대륙의 한가운데 불쑥 생겨난 이 도시에는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루시우 코스타라는 도시계획가와 오스카 니마이어라는 건축가가 종이와 연필을 이용해 천지를 빚어내듯 도시를 만들어냈습니다. 비행기를 닮은 도시의 모양이나 기하학적으로 생긴 도시의 건축물들은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비인간적인 계획도시라는 악명을 수십 년 ..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루카(이탈리아) 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충남 서산에는 해미읍성이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조선시대의 성입니다. 기록을 찾아보니 1491년에 처음 축조됐고, 1973년까지는 성 안에 관공서와 초등학교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삶의 흔적들이 모두 철거되고 옛 관아 등의 건물들이 복원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의 복원이 썩 내키지는 않습니다. 삶의 모습을 철거하고 단지 구경거리가 될 옛 건물로 복원하는 것은 역사를 박제로 만드는 일입니다. 오히려 성 안에 있던 초등학교가 지금도 존재했다면 꽤 근사했을 것 같습니다. 15세기의 성 안에 20세기의 초등학교가 있는 21세기의 모습인 셈이죠. 이탈리아 피렌체 서쪽으로 루카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가이드북의 지도에서 발견한 타원형의 광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