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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규의 길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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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길·人·생](4) ‘오이소’ 화개면민 체육대회 이원규 | 시인 입력 : 2010-11-02 21:32:11ㅣ수정 : 2010-11-03 00:55:23 ㆍ“여자가 씨름을 한다꼬… 어데 아무데서나 자빠지노” “말만 잘하면 공짜라카이. 어서 오이소~.” 사시사철 시끌벅적하던 화개장터가 왠지 조용하다. 장터뿐만이 아니라 연인과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화개십리 벚꽃길’(혼인길)도 썰렁하고, ‘겨울에도 꽃이 핀다’는 하동군 수류화개동천(水流花開洞天)의 9개 리 20여개 마을 전체도 텅 비었다. 단풍놀이 온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고 없는 11월 첫째주 월요일, 어른들은 모두 장터에서 가까운 섬진강변 남도대교 아래 체육공원에 모였다. 제11회 화개면민의 잔칫날이자 22회 체육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
[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길·人·생](3) ‘낙동강 소녀가수’ 강언나 이원규 | 시인 입력 : 2010-10-26 21:43:24ㅣ수정 : 2010-10-26 21:52:31 ㆍ낚시꾼도 올갱이도 모두 떠나고 없는 저 강이 정녕 강일까 지리산 정신의 사표로 경남 산청에 남명 조식 선생이 있다면 전남 구례에는 매천 황현 선생이 있다. 매천 선생은 100년 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절명시(絶命詩) 3수를 남기고 자결했으며, 남명 선생은 끝끝내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다. 은둔처사로서 신랄한 상소문을 올리며 후학을 양성하는 등 결코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요즘 같은 ‘역주행의 난세’에 이분들의 기개를 생각하면 부끄럽다 못해 자꾸 뒷골이 땅긴다. 참으로 고약한 시절에 뻣뻣해진 뒷골을 잠시나마 풀어준 가수가 있으니, 지난 23일 산청에서 열린 ‘제5회 지리산 문화제’의 마지막을 장식..
[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길·人·생](2) 순천만 갈대밭과 벌교장터 이원규 | 시인 입력 : 2010-10-19 21:24:41ㅣ수정 : 2010-10-19 23:20:45 ㆍ“밥은 묵고 댕기냐” 국밥집 할매 사투리에 문득 어머니 생각이 30년 넘게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먹어왔으니 아침 식사는 내 생에 없는 밥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문 밖의 식구들인 말똥가리 ‘천’과 세 마리 강아지 ‘얼씨구’ ‘지화자’ ‘좋다’의 밥부터 챙기고는 냉수 한 사발을 마신다. 강아지 ‘얼씨구’ ‘지화자’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지난 겨울이었다. 산중 외딴집에 ‘고아르피엠 여사’와 단둘이 살다보니 둘 중 하나만 집을 비워도 말 그대로 적막강산이었다. 그러던 차에 말똥가리가 오고 강아지 두 마리까지 키우게 되었다. 한 마리는 중국종인 차우차우와 진돗개 황구의 혼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시각..
[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길·人·생](1) 연재를 시작하며 입력 : 2010-10-12 21:27:36ㅣ수정 : 2010-10-12 23:15:54 ㆍ외날개 ‘말똥가리’와 ‘아픈 곳’ 서로 감싸며 장터 길동무가 되어 옛말에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 오래 걷다보면 주머니 속의 동전이나 볼펜마저 거추장스럽고 자꾸 무거워지니 참으로 절묘한 속담이다. 그런가 하면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는 말도 있으니 이 또한 절창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들어 ‘길동무’라는 말이 새삼 가슴을 친다. 길벗이라는 좋은 우리말도 있고 도반(道伴)과 더불어 동지·동행·동반·반려자 등도 있다. 하지만 길벗은 한껏 멋을 내는 것 같고, 도반은 왠지 품격이 높아 보이고, 동지는 또 너무 어금니를 꽉 깨물게 하니, 정겹고도 눈물겨운 어감의 ‘길동무’라는 말에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