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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의 음악편지]일상의 기적, 꽃별과 웅산을 만나다 이종민|경원대 교수·영문학 입력 : 2010-11-11 19:47:50ㅣ수정 : 2010-11-11 19:47:50“작은 돌멩이들이 산을 이루듯 빗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꼭 그렇게 어느 날 문득 변화가 시작됩니다. 당신과 나와 더불어 일상의 기적이 도처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일상의 기적들’ 노랫말입니다. 이런 변화가 시작되는 곳에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에로스)은 생명의 원동력으로 모든 생성변화를 주재합니다. 하여 “흐르는 것이 어디 물뿐이랴!” 하는 것일 터. 그 사랑이 우리 모두의 가슴 안에 있지만 종종 깊은 곳에 숨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변화가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대학 교정도 나날이 기적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노란 은행잎이 꽃비..
[오기사의 여행스케치]공간의 프레임-화암사 오영욱|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개인적으로 지난 몇 주간은 무척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괴로움들이 내게 온 것 같았지요. ‘10분만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고 싶은’ 소망만이 가득했습니다. 도망간다고 해결되는 건 없을 겁니다. 나의 부재로 누군가가 대신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미안합니다. 혹은 내가 없어도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돌아가는 것도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어차피 사는 건 상처받고 치유되는 과정의 반복일 겁니다. 한숨을 크게 내쉬고 마음속으로 기합을 넣은 다음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화암사에 다시 한 번 가봐야지.” 전국에는 화암사가 몇 있는데 여기서의 화암사는 전북 완주에 있는 겁니다.
[여적]첫눈 김태관 논설위원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첫눈이 지나갔다고 한다. 올 첫눈은 누구의 가슴도 적시지 않고 도둑처럼 왔다 갔다. 지난 8일 밤에 내렸다고 하는 서울의 첫눈은 작년보다 7일, 예년보다는 14일이나 이르다. 그러나 첫눈은 그렇게 쉽게 와서는 안 된다. 단풍이 미처 지기도 전에 느닷없이 내려서는 안 된다. 가을이 미처 떠나기도 전에 겨울을 알리는 고지서처럼 무심히 첫눈이 배달돼서는 안 된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네가 지키려 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쌓인다.” 최영미 시인에게 첫눈은 치한과도 같다. 미처 피할 새..
[이종탁이 만난 사람]‘IT 한국의 미래’ 안철수 교수에게 묻다 이종탁 사회에디터 입력 : 2010-10-25 21:51:41ㅣ수정 : 2010-11-01 21:02:58 ㆍ “소셜 네트워크 갈수록 강화…개인이 사회구조 바꾸는 토대 될 것” 꼭 1년 전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경향신문 자매지인 위클리경향 845호(2009년 10월13일 발행)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때 안 교수와의 묻고 답하기에서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혹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단어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제와 알고 보니 안 교수는 당시에도 외국에서 진행되는 그 흐름을 좇아가고 있었지만 질문자가 나라밖 세상물정을 몰라 물어보지 못한 것이다. 질문이 없었으니 얘기가 나올 리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 TGIF 혹은 SNS는 우리 사회 화두가 돼 있다...
[손동우가 만난 사람]제10회 고바우만화상 받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 손동우 | 기획에디터 sdw@kyunghyang.com 입력 : 2010-11-08 21:31:08ㅣ수정 : 2010-11-09 18:47:59 ㆍ“권력이 대중을 억압할수록 시사만화는 더욱 강력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호의나 연대의식은 무슨 거창한 세계관이나 정치노선의 일치 따위로 인해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믿는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와 마찬가지로 만화·당구·바둑을 좋아하고, ‘애수의 소야곡’ ‘사랑밖에 난 몰라’ ‘망향’ ‘Five Hundred Miles’ 등 대중가요·가곡·팝송을 가리지 않고 즐겨 부르며, 고향에 정 많은 당숙모가 계신다면 그와 나는 직접 대면하기도 전에 지기가 된 듯한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58·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
[손동우가 만난 사람]‘동백아가씨-k 스탠더드’ 펴낸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손동우 기획에디터 sdw@kyunghyang.com 입력 : 2010-10-18 22:03:00ㅣ수정 : 2010-10-18 22:03:00 ㆍ“전통가요에 재즈의 옷 입혀 새로운 감흥 주고 싶었어요” 이 땅의 상당수 중년 남자들이 ‘동백아가씨’류의 전통가요를 좋아하는 것은 그 노래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 어떤 역사성 때문일 터이다. 이때의 역사성이란 무슨 거창한 역사적 사건·현상이라기보다는 한 시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상황과 체험이 노래가 주는 애절함과 처연함의 정서에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동백아가씨’의 가사를 살펴보자. ‘가신 님’을 그리워하며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아파하던 화자(話者)가 가슴이 ‘빨갛게 멍이 들었다’는 내용뿐이다. 그런데 가슴이 동백꽃잎처럼 빨갛게 멍이 든 그 아가씨는 떠..
[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길·人·생](5) 천태산 은행나무 ‘詩祭’ 이원규 | 시인 입력 : 2010-11-09 21:29:40ㅣ수정 : 2010-11-09 21:29:41 ㆍ‘생명의 소리’로 우는 천년수 품에서 시인들은 울고 또 울었다 시절이 하수상하다보면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세상의 안부를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지리산이나 계룡산의 도사에게도 묻고 싶고, 곰팡내 나는 을 훔쳐보며 ‘산 아래 핏빛이 돈다(山下血光)’는 등 경인년(庚寅年)의 불길한 예언 ‘백호쟁명살’에 한 갑자 전인 한국전쟁 때와 비슷한 위기의 국운을 생각하며 몸서리를 치는 것이다. 예언은 그저 불운과 불행의 경계일 뿐이라지만, 당대의 큰 어른들이 다 떠나고 온 산하가 위기에 처한 불통의 시절에 도대체 누구의 무릎 아래 엎드려 길을 물어나 볼 것인가. ‘사람만이 희망’이 아니라 요즘의 실세 위정자..
[이철수의 돋을새김]분신 이철수 | 판화가 입력 : 2010-11-04 19:58:31ㅣ수정 : 2010-11-04 19:58:32 ⓒ 경향신문 &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