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898)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16) 다정도 병인 양 (2) 공지영 | 소설가ㅣ경향신문 ㆍ“등불아, 이놈 저놈 찾아다니지 말고 큰놈 하나 낚아” 세상에 불행한 일이 가지가지로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애로를 겪는 사람들을 보면 저것도 참 불행이다 싶긴 하다. 나 같은 사람은 책 읽는 것 외에 거의 취미가 없으니 나하고 책만 있으면 그런대로 행복하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은 길하고 나하고만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바둑을 두려면 나 빼고 다른 사람 한 명, 골프를 하려면 최소한 3명이 더 동의해야 하고 이게 농구나 야구, 축구 등으로 가면 문제가 더 복잡해져서 수많은 사람이 시간과 장소를 맞추어야 한다. 내 친한 친구는 축구를 유일한 취미로 가지고 있는데 한 번 그 취미를 즐기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모른다. 최소한 22명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만약 ..
[이철수의 돋을새김]‘야채 한접시’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서울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잘 늙은 사람의 얼굴은 아름답습니다. 선한 웃음과 삶의 인내로 빚어진 주름살은 보기에 좋습니다. 열정의 땀방울로 노화된 피부는 흉하게 보일 리 만무합니다. 진정성을 가진 눈빛은 변하지 않기에 감동적입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람의 얼굴이 변하는 것처럼 도시의 모습도 바뀝니다. 한 도시가 어떤 주름살과 어떤 피부, 어떤 눈빛을 갖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도시의 모습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닮기 때문입니다. 도시 풍경에 여유가 묻어난다면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분명 여유로울 것입니다. 반듯반듯한 도시의 사람들은 성격도 반듯할 게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의 모습은 깍쟁이 같습니다. 깍쟁이라는 것이 좋..
[이철수의 돋을새김]‘새소리’
‘유령작가’, ‘포스트 이라크전’ 다룬 히치콕 풍 스릴러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ㅣ경향신문 ㆍ내달 3일 개봉 앨프리드 히치콕이 살아서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이 동조한 이라크전을 봤다면 이런 영화를 만들려 하지 않았을까. 9·11 테러의 희생자를 애도하거나 잘못된 이라크전을 비판하는 영화들도 나올 만큼 나왔으니, 당시 전쟁을 주도한 정치인들의 뇌구조를 음모론적으로 살펴볼 차례가 된 듯하다. 는 히치콕 풍의 근사한 ‘포스트 이라크전’ 스릴러다. 영화 끝까지 본명이 밝혀지지 않는 유령작가(이완 맥그리거), 즉 대필작가는 전 영국 총리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회고록 집필을 맡는다. 랭의 측근이자 회고록 초고를 썼던 전임자는 익사체로 발견된 상태다. 유령작가는 석연치 않은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임기중 테러리스트들을 불법으로 구..
[주거의 사회학](4부) 대안을 찾아서…④ 새로운 주거문화를 위하여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공공임대주택 늘리고, 재개발 아닌 ‘도시재생’을 ㆍ토지공개념 바로 세워 불로소득 환수시스템 갖춰야 ‘부동산 불패신화’가 공고했던 한국의 주택시장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대량 보급과 자가보유가 중심이 돼왔던 주거문화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향후 10년 안으로 큰 폭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앞으로 ‘집’은 어떤 곳이 되어야 할까. 그런 ‘집’을 만들기 위해서 경제·정치·사회부문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주거의 사회학’ 마지막회로 전문가들과 함께 그 방향을 가늠해봤다.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임대제도 개선 지금까지 한국의 주택정책은 ‘자가보유’를 늘리는 공급만능주의였다. 하지만 집값과 서민주..
[주거의 사회학](4부) 대안을 찾아서…③ 우리는 이런 정책 원한다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20대 - 비싼 월세 부모님 신세… 세입자 배려 정책을 ㆍ30대 - 민간아파트 너무 비싸, 공공주택 대폭 늘려야 ㆍ40대 - 임대주택 오래 거주할수록 인수 조건 유리하게 ㆍ50대 - 안정적인 노후 보내도록 소형임대 많이 지어야 소위 재테크 전문가들은 ‘20대에 20평, 30대에 30평, 40대에 40평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들 한다. 나이와 비례해서 집을 키워야 성공한 삶이라는 얘기다. 현실에선 꿈 같은 얘기에 불과하다. 20대에 취업전쟁을 치르고 30·40대에는 내 집 마련에 허덕이다 50대에 일자리를 잃는 게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삶이다. 집 때문에 고민하는 그들은 어떤 주택 정책을 원하는가. 6·2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은 그..
마음을 통하여 ‘입시의 짐’ 덜어내니 아이들의 가슴에 ‘파란 꿈’이 움텄다 금산 |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ㅣ경향신문 ㆍ대안학교 첫 졸업생 배출 후 10년… 간디학교 설립자 양 희 규 교장 6·2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 언제나 그랬듯 ‘교육’과 관련한 공약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교육의 미래가 어느 한순간 누구나 인정하는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서로 다른 주장과 제도로 싸울 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꿔보려는 한 축의 노력들이 있어왔다. 그중 ‘대안학교’는 남다른 상징성을 갖는다. 올해는 대안학교 첫 졸업생들이 세상에 발을 내디딘 지 꼭 10년 되는 해다. 덕분에 우리는 교육의 다양성에 대해 얘기할 ‘살아있는 보고서’가 생겼다. 진정으로 원하는 자기 삶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가는 대안학교 제자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