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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 에스프레소는 평등해야 해요!” 김중혁 소설가ㅣ경향신문 ㆍ소설가 김중혁의 커피에세이 에스프레소 비밀결사(이하 ‘에비!’-느낌표가 붙은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장 그럴듯하다) 서울지부 조직은 의외로 방대하다. 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에서 비밀결사는 금지돼 있음에도 1995년 이후 활발한 활동을 보이더니,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커피를 모르는 미개한 사람들’-‘에비!’의 용어다-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으며 세계본부와 상관없는 독자적인 행보를 보였다. ‘에비!’가 가장 공을 들인 사업은 커피체인점의 종업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에스프레소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커피체인점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할 때가 있는데..
[허시명의 우리술 이야기](17) ‘인심은 덤’ 통영 다찌집 허시명 술 평론가ㅣ경향신문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을 줄인 말이다. 충무공 이순신이 임진왜란 때 통영 앞바다에서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것을 기념하여 충무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통영시가 되었다.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해협을 끼고 있어서, 바닷가 산언덕에 층층이 올라붙은 집들이며, 물살을 가르며 오가는 배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항구다. 이 서정적인 풍경이 유치환, 박경리, 김춘수, 윤이상과 같은 걸출한 예술인들을 배출하였다. 통영 다찌집의 상차림. 술병이 얼음을 가득 채운 통에 담겨 나온다.바닷가라 물산이 풍부하다. 소문난 음식으로 통영복국, 통영굴요리 그리고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들어선 충무김밥이 있다. 그런데 내가 궁금해하는 것은 통영 다찌집이다. 마산 통술집, 전주 막걸리집과 같은 계통의 ..
[주거의 사회학](3부) 주거와 정치·사회…② 경기는 지금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경기 속 외딴 섬’ 묵현리… “정치가 뭘 해줄 수 있는데?”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묵현리. 4~5층 빌라와 단독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지만 아파트는 좀체 보이지 않았다. 화도읍 인구가 8만5000여명인데 묵현리 인구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만7120명(1만233세대)이다. 화도읍 전체 면적 가운데 묵현리가 차지하는 면적은 11.65%에 불과하지만 인구 수는 전체의 3분의 1 가까이 된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저층 빌라촌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어서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세입자 비율이 50%를 넘는다고 한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묵현리의 빌라촌에 5층 미만의 소규모 다가구 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서성일기자 지난달 10일 묵현리에 있는 남양..
[주거의 사회학]서울 외곽으로 밀려난 사람들 ‘김상곤 벨트’ 형성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뉴타운 개발과 경기교육감 선거결과 2000년대 중반 들어 서울 전역에서 진행된 동시다발적인 재개발로 밀려난 사람들의 상당수가 정착한 곳이 경기도다. 이들은 서울에서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생계를 위해 대도시 인근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야당 성향이 강한 저소득층과 무주택자들의 유입은 경기도의 경제적 계급분포와 정치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4월 경기도교육감 선거 결과는 경기의 ‘변화’ 조짐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이다. ‘MB식 교육정책 심판’을 내걸고 진보개혁 진영의 단일 주자로 나선 김상곤 후보는 당시 현역 교육감으로 보수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던 김진춘 후보를 제치고 경기의 첫 직선 교육감에 당선됐다...
[주거의 사회학]“삶의 질 높이려는 건강한 이기주의” 특별취재팀 ㆍ지역 커뮤니티 활발한 남양주 호평-평내·덕소·화도 일대 ㆍ“아파트만 달랑 지어놓고 기반시설 나몰라라하니 주민들이 나서야지요” 서울 떠나온 30~40대 주축 경기도의 개발은 주로 ‘택지개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논밭 등 ‘빈 땅’에 기반시설 없이 아파트만 달랑 지어놓은 형식이었다. 도로·학교·은행·병원 등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삶의 질’도 열악했다. 남양주에서는 이러한 개발 형식이 주민들의 정치의식을 발전시켰다. 스스로 ‘내 동네를 잘 가꾸고 발전시켜보자’고 움직인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매개다. 호평동·평내동의 ‘호평·평내 사랑’, 화도읍의 ‘화도 사랑’, 와부읍의 ‘덕소 사랑’이 그것이다. ‘호평·평내 사랑’은 2005년도에 아파트 입주자들이 만든 커뮤니티다. 가입 회원이..
[정동 에세이]아이들을 살리는 길 윤구병 | 보리출판사 ‘아이들이 놀아야 나라가 산다.’ ‘교실에 열 시간 앉아 있으면 살아있는 미라가 되지만, 그 시간 절반만이라도 쪼개서 도서관에 가 보고 싶은 책 마음대로 보면 강시나 좀비도 사람으로 되살아난다.’ ‘하루에 세 시간 이하만 학과공부 하면 원하는 대학 갈 수 있지만, 다섯 시간 이상 교과서에 코를 박고 있으면 십중팔구 떨어진다.’ ‘마음껏 뛰어놀면서 춤추고 노래하고 재잘대는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쓰일 곳이 없다.’ ‘부지런히 손발 놀리고 몸 놀리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그 나라는 잘사는 나라가 되고, 머리만 굴리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그 나라는 골병이 든다.’ ‘내가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 학교 수업일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아이들을..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브라질리아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우리에게 남미 대륙은 여전히 미지의 땅입니다. 단순히 물리적 거리가 멀어서만은 아닐 겁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이뤄지는 삶의 모습은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가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다릅니다. 정열적인 태양이 북쪽에서 내리쬐는 남미의 여러 장소들 가운데서 더욱 특별한 미지의 세계 한 곳이 있다면 바로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입니다. 1960년에 대륙의 한가운데 불쑥 생겨난 이 도시에는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루시우 코스타라는 도시계획가와 오스카 니마이어라는 건축가가 종이와 연필을 이용해 천지를 빚어내듯 도시를 만들어냈습니다. 비행기를 닮은 도시의 모양이나 기하학적으로 생긴 도시의 건축물들은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비인간적인 계획도시라는 악명을 수십 년 ..
[이철수의 돋을새김]‘사대강 살리기’ ⓒ 경향신문 &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