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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튀빙겐(독일) 오영욱|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색을 정하는 일입니다. 색의 종류는 그야말로 다양하고 그 색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취향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이지요. 옷을 고르거나 집의 인테리어를 바꾸며 개인의 입맛에 맞춰 색을 선택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당사자에게 국한된 문제일 뿐입니다. 그런데 도시에 색을 칠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색이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세계의 평화만큼이나 요원할 겁니다. 튀빙겐은 독일 남서부의 작은 대학도시입니다. 중세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그곳의 첫인상은 강변에 나란히 서있는 남부 독일식 건물들의 다양한 색채에서 결정됩니다. 비슷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색을 갖고 있습니다. 자세한 연유야 모르겠지만 최소한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칠해지지는 않았을..
[주거의 사회학]“도시만이 희망은 아니었는데… 너무 늦게 깨달았어” 유상오 | 환경계획학 박사 ㆍ‘2020년에 되돌아본 도시와 주거’ 가상 시나리오 2020년 5월7일. 한국대 석좌교수 한국인씨는 ‘21세기 도시주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의 사회자다. 지난 20여년의 21세기 한국도시와 주거를 결산하는 행사로 국영디지털방송국에서 생중계를 했고 국민들의 관심도 컸다. 행사에서는 수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다 정리할 순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10여개의 키워드로 지난 20년을 회고해 보았다. 개발과 성장, 빈부격차, 저출산 고령화, 참여와 협력, 환경과 주거, 대안적 삶, 지역공동체 회복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이날 세미나의 주된 흐름은 지난 20년의 주거와 도시전략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21세기 들어 한국은 IMF 이후 내수진..
[주거의 사회학](3부) 주거와 정치·사회…④ 주거의 오늘과 내일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소통 공간 없는 ‘아파트 숲’… 정글사회 고스란히 투영 ㆍ“아파트 = 새로운 계층”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건물 외관조차 상업화 ㆍ이익·효율성 앞세운 채 주변과의 조화는 뒷전… 도시 균형발전 저해 “정신이 도시 속에 그 모습을 나타내고 거꾸로 도시의 모습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도시문명비평가 멈포드(L. Mumford)는 도시의 형태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이처럼 정의한다. 이 말을 아파트가 점령한 한국의 대도시에 거울로 비춰본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보다 개인의 이익이 앞서는 ‘정글로서의 한국사회’의 모습은 오늘날 아파트의 형태를 통해 드러난다. 서울은 아파트의 숲이다. 해마다 새로 들어서는..
[주거의 사회학](3부) 주거와 정치·사회…③ 토건사회의 그늘 건설 - 투전판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턴키 심의 한 번에 최고 2억 뒷거래… 재개발 수주에 뿌리는 돈만 수십억” 현재 서울시내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이 진행 중인 구역은 155곳,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아파트·연립주택은 25곳에 이른다(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재개발과 재건축은 노후화로 열악해진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심 재생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이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 건설사들의 개발 이익을 따먹기 위한 일감으로 변질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개발 사업에 들어갈 때 시공사 선정 전에 쓰는 돈만 30억~40억원이에요. 사업 못 따면 모두 날리는 거죠. 그러면 시말서고 뭐고..
[주거의 사회학](3부) 주거와 정치·사회…③ 토건사회의 그늘 - 환경 파괴 특별취재팀 http://wherelive.khan.kr ㆍ짓고 부수고 버리는 동안 멍든 산·바다, 석회석 채굴 26년 자병산, 110m 깎여 ㆍ돌산 깎아 자갈 만들고 마구잡이 바닷모래 채취, 생태계 파괴 심각 아파트를 지으려면 콘크리트가 필요하다. 콘크리트는 산을 깎고 파헤쳐 만들어진 석회석과 골재, 강과 바다에서 빨아올린 모래로 만들어진다.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동안 산과 해안선은 되돌릴 수 없도록 파괴되고 있다. 집들이 100년 이상 사용된다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재개발·재건축은 20~30년 단위로 되풀이된다. 이러한 주택개발문화는 환경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땅도 병들게 하고 있다. 2004년 9월 위성촬영된 자병산의 모습. 당시 20년째 석회석을 채굴하면서 주변 ..
[주거의 사회학]연간 건설폐기물 17만6447톤,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 매립 특별취재팀 개발은 철거로 이어지고, 철거로 인한 폐기물은 환경을 망가뜨린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설폐기물 연간 발생량은 2008년 기준으로 17만6447t에 달한다. 이는 1999년의 6만2221t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이 이뤄진 탓이다. 이 중에서도 폐콘크리트와 폐아스팔트 비율이 80%에 달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건설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매립지 면적은 여의도 크기와 비슷한 80만평 정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매립지에 뿌려 오염을 막는 데 사용하는 복토재만도 1만t 이상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들은 건설폐기물의 대부분이 재활용되고 매립이나 소각되는 양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12)‘스발녀’의 정모 공지영| 소설가ㅣ경향신문 ㆍ연못서 멱감던 장모 “시원허니 살 만하네, 이만하면 괜찮다” 낙장불입 시인의 집들이가 있던 날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두 명의 여자가 도착했다. ‘스발녀’ 혹은 ‘자발녀’의 임원인 그녀들은 마침 낙시인 집에 모이는 김에 정모(정기모임)를 개최하기로 통지를 해 둔 터였다. ‘스발녀’ ‘자발녀’란 ‘스스로 발등을 찍은 녀들의 모임’ 혹은 ‘자기 발등 자기가 찍은 녀들의 모임’의 약자이다. 처음에 이 ‘스발녀’ 모임은 꽤 성황을 이루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멤버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지금은 회장과 부회장만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딱한 형편이었다. 통지를 받은 것이 틀림없건만 멤버는 모이지 않았다. 새로 이사한 낙시인의 집 멀리 섬진강이 흐르는 것을 본 부회장여사는 강아지 ..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 글 윤민용·사진 김영민 기자 vista@kyunghyang.com |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ㅣ경향신문 지금 대한민국엔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바로 커피전쟁이다. 100원짜리 커피믹스에서부터 한 잔에 4만원이 넘는 코피루왁(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온 원두로 만든 커피)까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곳곳에는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엔제리너스, 파스쿠찌 등 대형 커피전문점 체인에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 중소형 커피전문점과 직접 커피를 볶아 내려주는 로스터리카페까지 성업 중이다. 오피스 상권의 커피전문점들은 가격 할인, 무료쿠폰 발행 등의 ‘당근’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쿠폰도 예전에 10잔 마시면 1잔을 공짜로 주던 ‘10+1’이 대세였다면 이젠 9+1, 8+1에 이어 3+1이 등장했다.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