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898)
[이철수의 돋을새김]‘봄날’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이종민의 음악편지]3월의 눈발속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ㆍ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아다지오 ㆍ‘숙명가야금연주단’ 강은일·고지연 편곡·연주 때 아니게 눈과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바람도 무섭게 불어댑니다. 한여름 태풍이나 장마를 방불케 합니다. 세상 덮을 게 그렇게 많고, 쓸어낼 것이 또 그렇게 지천이란 뜻인지. 생뚱맞은 3월의 눈(그 느닷없음이 얼마나 상쾌한지!), 그 눈발 흩날리는 바람 때문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추스르며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봄으로 넘어오면서 왜 바람이 이처럼 성가시게 불어대는 것일까? 겨우내 굳어버린 나무줄기를 뒤흔들어 막힌 물길을 터주기 위한 것인가? 이 봄, 바람이 이처럼 유난을 떠는 것도 그만큼 나뭇가지들이 굳어있다는, 물줄기가 그만큼 막혀있다는 징표는 아닐까? 우리들 사랑의 마음도 그럴 것입니다. 하루하루 사랑의 행위..
[오기사의 여행스케치]보이지 않는 도시들 - 푸껫(태국) 오영욱 | 건축가·일러스트레이터 전 세계적으로 쇼핑몰이 유행입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미국식 쇼핑몰이지요. 다국적 유통자본과 미국의 설계사무소들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구 이곳저곳에 많은 쇼핑몰을 세웠습니다. 거대 자본의 침투에는 마땅히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당장 우리의 예를 보더라도 대형 할인점의 손짓을 마다하며 재래시장과 구멍가게만 고집하는 소비자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 세계는 비슷하게 흘러가는 중입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낯선 곳에 머무를 땐 으레 재래시장을 찾고는 했습니다. 그곳에서 묻어나오는 삶의 모습이 무엇보다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여행에선 쇼핑몰의 유혹을 견뎌내기 힘듭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비슷비슷한 상업공간이지만 어쨌든 현지인들로 가득합니다..
[길,숲,섬]자연 생태계 되살린 생명의 하천, 서울 양재천 산책로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ㅣ양재천은 길이 18.5km로 경기 과천시의 관악산에서 서울 서초구, 강남구를 가로질러 탄천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한때 오염이 심했던 양재천은 이제 생태계가 되살아난 자연하천으로 거듭났다. ‘1982년 초만 해도 논밭과 구릉지로 찬바람이 몰아치던 개포지구가 이제 시가지의 모습을 서서히 갖춰가고 있다…지구를 동서로 가르고 흘러가는 양재천은 쾌적한 시가지의 강변공원역할도 할 수 있도록 가꿀 계획으로 7개의 교량이 놓이고 녹지대를 두른 제방도로가 양쪽으로 펼쳐지게 된다’ 1983년 12월 26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다. 1983년 12월 26일 경향신문에 실린 개포지구 종합개발계획도. 반듯하게 정리된 구획 한 가운데 양재천이 흐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생전의 ‘법문·저서’로 만난 법정스님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ㆍ“풀꽃 한송이, 들녘에 봄물결 일으키듯 이웃의 빛이 되어주는 게 아름다운 삶” ㆍ“부처님 말씀 듣고 이해했다면 그대로 일상에서 실천해야 진정한 불자” “누구의 글이든 객관적으로만 읽고 지나치지 마십시오. 자기 자신의 삶을 그 거울에 비춰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글을 읽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읽는 것입니다.” 2005년 길상사 법회를 마치고 합장하고 있는 법정 스님. | 경향신문 자료사진불교계 대표적 문필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법정 스님은 2008년 길상사에서 열린 가을 정기법회에서 글 읽기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정리했다. 발표될 때마다 큰 반향을 불러온 스님의 글은 조계산 송광사 불일암, 문명의 이기가 없는 강원도 산..
“법정스님 빈자리 책으로” 저서에 관심 ㅣ연합뉴스탁월한 문장력과 무소유 철학, 소탈한 내용이 담긴 책들로 일반 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법정(法頂)스님이 11일 입적하면서 생전에 남긴 책들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법정스님은 산문집과 여행기, 법문집, 명상집, 어린이책, 불교 서적, 불경 번역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여 종을 냈으며, 그 가운데 상당수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사랑받았다. 법정스님의 책들은 일상과 개인적인 일화를 그릴 때는 서정적이고 소탈한 입담을 자랑해 대중에게 친화력을 가졌으며 물질적인 세상과 사회를 풍자할 때는 지혜롭고 본질을 꿰뚫는 말들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특히,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하고 검소하며 단순한 삶을 권하는 대표 산문집 '무소유'는 1976년 출간됐으나 1996∼2000년 5년 동안이나 교보문고 연간 베스..
“입은 그대로 다비, 사리도 찾지 말라”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ㆍ법정 스님의 삶…평생 몸소 실천한 ‘무소유’ 맑고 향기로운 글로 남겨 ㆍ풍요하지만 팍팍하게 사는 현대인들 정신적 스승으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됩니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법정 스님이 2009년 4월19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 법회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법문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무소유 정신과 삶’을 상징하는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산문집 에서 이렇게 밝혔다. 스님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그..
[법정 스님 입적 추도사]아미타 세상서도 ‘빛’ 돼주시길 한승원 | 소설가 하루 전에 몰려왔다가 사라진 꽃샘추위로 말미암아 얼어 시들어지고 오그라들어버린 매화·동백꽃·산난초꽃·산수유꽃들을 둘러보며 안타까워하다가 스님의 열반 소식을 듣고,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거기에 시퍼런 허공이 있었습니다. 법정 스님, 철쭉나무·영산홍나무·살구나무·진달래나무 등 모든 푸나무들이 바야흐로 향기로운 봄꽃들을 화사하게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이때 어디로 떠나고 계십니까? 서재로 들어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스님의 열반 소식을 듣고 쳐다본 그 시퍼렇게 깊은 허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스님께서 가시는 곳은 아마 그 허공일 터이지요. 우리들이 생겨난 그 시원인 허공 말입니다. 스님께서는 저에게 있어서 하나의 거대하고 그윽한 거울이었습니다. 헐거운 옷차림을 한 채 환혹에 취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