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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법정스님, 눈쌓인 산 보고싶어해” ㅣ연합뉴스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서귀포를 떠나기 전 죽음이 무엇인가 하고 묻자 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우뢰와 같은 침묵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아마 육신을 벗고 맨 먼저 강원도 눈 쌓인 산을 보러 가셨겠지요." 11일 입적한 법정스님과 각별한 인연을 쌓으며 '산에는 꽃이 피네' 등의 책을 함께 내기도 한 류시화 시인은 이날 스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한 후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http://www.shivaryu.co.kr/)를 통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시인은 스님이 제주도에서 겨울을 나다 병세가 악화해 서울의 병원에 입원해 있던 때 "강원도 눈 쌓인 산이 보고 싶다"고 했던 말을 전하며 "그 소박한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줄곧 병원에 갇혀 계시다가 오늘 오전 의식을 잃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지..
‘버리고 또 버렸던’ 법정스님의 생애 ㅣ연합뉴스11일 입적한 법정(法頂)스님은 탁월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한 산문집을 통해 일반 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스타' 스님이다. 불자나 스님들 사이에서도 1993년 열반한 성철 스님에 이어 인지도가 높은 스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평생 불교의 가르침을 지키는 출가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았고, 산문집의 제목처럼 '무소유'와 '버리고 떠나기'를 끊임없이 보여줬다. 스님은 자신이 창건한 길상사의 회주를 한동안 맡았을 뿐, 그 흔한 사찰 주지 한 번 지내지 않았다. 법정스님은 1990년대 초반 "나는 아마 전생에도 출가수행자였을 것이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직관적인 인식만이 아니라 금생에 내가 익히면서 받아들이는 일들로 미루어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1932년..
‘무소유 삶’ 법정 스님, 다 버리고 떠나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ㆍ“일체의 장례식 거행 말라”… 13일 송광사서 다비식 무소유의 삶과 맑고 깨끗한 글로 사회에 큰 울림을 준 법정 스님이 11일 입적했다. 세수 78세(법랍 55세).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은 “법정 스님이 이날 오후 1시51분 송광사 서울분원인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고 밝혔다. 법정 스님은 2007년부터 폐암으로 투병해오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이날 낮 길상사로 요양처를 옮겼다. 산문집 등 20여권의 저서로 대중적 인기를 끈 법정 스님은 지난해 4월 길상사 정기법회에 참석한 이후 공식 석상에서 법문을 하지 못했다. 법정 스님은 10일 밤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배우를 말한다]사랑은 너무 복잡해…메릴 스트리프 백승찬 기자ㅣ경향신문 ㆍ상복은 없지만 작품마다 ‘보증수표’ 메릴 스트리프는 특별히 잘하는 역이 없는 배우입니다. 모든 역을 다 잘하기 때문이죠. 메릴 스트리프가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의 질은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됩니다. 이번주에는 그가 출연한 가 개봉합니다. 스트리프는 재결합을 원하는 전 남편(알렉 볼드윈), 다정다감한 건축가 애덤(스티브 마틴) 사이에서 갈등하는 요리사 제인 역을 맡았습니다. 연적으로 등장한 볼드윈과 마틴은 며칠전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동으로 사회를 맡기도 했습니다. 스트리프는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작이었던 에서도 요리사 역을 맡아 객석에 앉아있었고요. 에밀리 블런트, 앤 헤서웨이, 클레어 데인스, 페넬로페 크루즈. 스트리프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젊은 여배우의 명..
품위있게 ‘절망’을 배달해 드립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ㅣ경향신문 ㆍ11일 개봉 인 디 에어 이 남자의 삶에는 뿌리가 없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공중에서’란 뜻의 (원제 Up in the air)다. 뿌리 없는 삶을 사는 이 남자는 타인의 삶의 뿌리를 마지막으로 잘라내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 ‘직업 전환 카운슬러’가 공식명칭이지만, 사실 부하 직원의 얼굴을 보며 “넌 해고야”라고 말하길 꺼리는 보스를 대신해 해고를 통지하는 직업이다. 어려워 보이는 일이지만, 이 남자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은 프로다. 상대방을 절망으로 밀어넣되, 최대한 품위를 갖춘다. 남자는 1년에 300일 이상 미국 전역을 여행한다. 집이란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 가족은 전화로만 연결되는 존재다. 속 깊은 친구 대신 비행기 옆..
길 잃은 88만원 세대 온몸으로 ‘저항 선언’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ㆍ고대생 “자퇴” 대자보…“대기업 하청업체 된 대학을 거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10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장문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가 쓴 전지 3장의 글에는 끊임없는 불안감과 경쟁만 조장하는 대학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담겼다.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의 수렁에 빠져 있는 ‘88만원 세대’ 대학생의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세대를 “G(글로벌)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20대,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라고 표현했..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4) 낙장불입-2 공지영 | 소설가ㅣ경향신문 ㆍ수경이라고, 대학 때 잠깐 만난 여자인가 ? ㆍ“생명이란 말로 수경스님 전화땐 팍 죽고 싶어… ㆍ평화라는 말로“도법스님 전화땐 막 싸우고 싶어… 하하” 한 이년 정신분석을 받은 일이 있었다. 내가 사람으로 인해 병들고 상처 입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때 나는 배웠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그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되돌려줌으로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만 치유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니 꼭 사람이 아니라 해도 생명을 기르고 사랑하는 일이 치유의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바둑에 골몰하거나 개를 기르거나 축구 혹은 나무 키우기에 미쳐버린 사람에게 중독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함께하는 생명이 있으면 그건 좋은 일이다. 중독이라는 말은 인간이 생..
[도시·사회·시민 이야기](10) 인간 영혼과 존재성 담아야 ‘성스러운 도시’ 테오도르 폴 김 theodorepaul@naver.com ㆍ정치·경제만으로 지배되면 지역 차별·사회 분쟁 야기 도시는 인간의 삶이 연출되는 무대로 시나리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다. 삶이라는 연기는 시나리오를 준수하는 연출가인 정치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 시나리오는 ‘더불어 살다’라는 주제로 사회·경제·정치·문화·인류·환경이라는 6개 분야의 소재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감동적인 예술의 연기가 창출된다. 만일 6개 분야가 균형의 원칙을 무시하고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 도시에서 연출되는 삶은 정치·경제 두 분야의 권력에 지배되어 불균형의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사회 분야는 삶에 믿음과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문화는 아름다움과 진리를 만들며, 인류와 환경은 자손 번영과 지구 보전의 역할을 한..